29일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빌딩 스카이홀에서 열린 태광산업 주주총회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3명의 이사 후보들이 모두 이사로 선임됐다. 출처=태광그룹
29일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빌딩 스카이홀에서 열린 태광산업 주주총회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3명의 이사 후보들이 모두 이사로 선임됐다. 출처=태광그룹

태광산업이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추천한 3명의 사내·외 이사 선임 안건을 받아들였다.

태광산업은 향후 성장을 위해 투자를 지속할 것임을 밝혔으며, 무상증자나 액면분할과 같은 유동성 확대 방안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전했다. 

29일 태광산업은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빌딩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우진 서울대 교수와 안효성 회계법인 세종 상무를 사외이사로, 정안식 영업본부장을 사내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이들은 모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전문성과 역량을 검증해 추천한 인물로, 특히 김우진 교수는 기업지배구조 분야 전문가이다. 

김 교수는 20년 넘게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해 온 자본시장 전문가로 삼성 준법감사위원회 위원, 국민연금기금 투자정책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안 상무는 23년간 회계사로  활동한 회계·재무 전문가다. 이들은 태광산업의 사외이사로서 감사위원회 위원도 겸하게 된다.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의 제안을 수용한 배경에 대해 “회사에 대한 주주들의 쇄신 요구에 대주주도 상당 부분 공감한 결과”라며 “앞으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주주와의 관계를 일방 소통에서 쌍방향 소통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석유화학과 섬유 등 주력 사업 부문의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주와의 소통은 회사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통 주식수가 너무 적고 주식 가격이 높아 거래가 안 된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무상증자나 액면분할과 같은 유동성 확대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고, 긍정적으로 고민해 보겠다란 답변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트러스톤 측에서 유동성 확대 방안에 대해서 말했고, 이사회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많은 현금성 자산과 자사주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 성장과 환원 중 어디에, 얼마나 더 주안을 둘지에 대해 차차 논의해 나갈 것이다. 다만 성장을 위해 투자를 할 것임에는 변함이 없으며, 업황에 따른 ‘시기’의 문제이다”라고 설명했다. 

성장 위한 투자 본격화

2023년말 기준 태광산업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5051억원의 현금성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이 각각 17.5%, 440.5%로 재무상태가 매우 건전하다. 더구나 전날 종가기준 2087억원의 자기주식(27만1769주)을 보유 중이다. 

태광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투자를 자제했으나, 작년 들어 건전한 재무상황을 이용해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해 5월 태광산업은 무려 1450억원을 들여 타이어용 아라미드 생산시설 증설 사업을 추진했다. 

앞으로 태광은 아라미드 공장 증설을 시작으로 신사업 분야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아라미드는 중량이 강철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5배 이상 강해 주목받는 신소재다. 

서서히 내려앉는 실적... 미래 성장동력 절실

업계에선 변화에 둔감하기로 유명한 태광산업의 갑작스런 변화에 다소 놀라는 눈치다. 

태광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은 보수적인 섬유·화학업계에서 특히 더 보수적인 것으로 꼽힌다. 스판덱스와 테레프탈산(PTA) 등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태광은 20년 가까이 계속된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에도 줄곧 흔들림이 없었다. 

이랬던 태광산업이 행동주의펀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배경에는 점차 하락하고 있는 실적이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태광산업의 매출액은 2011년 4조50억원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해 2023년 2조2655억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영업이익은 2001년 이후 2022년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2023년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한 귀로 듣고 흘렸던 행동주의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경영협의회의 수장자리도 외부 출신에게 맡겼다. 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요구해온 외부 인사들을 경영진에 넣었다는 점에서 태광산업의 경영 방향이 앞으로 신사업 진출, 인수합병(M&A) 등 공격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