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I 청사. 사진=한국해양수산개발원
KMI 청사. 사진=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세계 항만 컨테이너 선석생산량이 중국과 중동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한 가운데, 대한민국은 소폭 하락하며 항만 서비스 경쟁력 정체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3월 28일 전 세계 컨테이너 항만의 서비스 지표를 보여주는 ‘2023년 세계 컨테이너 항만 서비스 지표’를 발표했다.

KMI는 국내 컨테이너 항만 경쟁력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2021년 4분기부터 매 분기 ‘세계 컨테이너 항만 서비스 지표’를 발간하고 있으며 연 1회 연간 기준으로도 발표하고 있다.

2023년 전체 선형 기준 세계 컨테이너 항만 선석생산성은 64.2회/hr로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됐다.

선석생산성은 접안 시간당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빈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선석생산성이 높을 수록 컨테이너를 빠르게 처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23년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과 고금리로 인한 수요 둔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팬데믹 종료에 따른 영향으로 북아시아(82.7회/hr, +8.2%), 유럽(54.1회/hr, +3.7%), 북미동안·걸프(57.2회/hr, +3.1%) 지역을 중심으로 선석생산성이 회복세를 나타냈다. 다만 여전히 중동·아프리카(59.0회/hr, -5.6%) 및 남미(50.9회/hr, -2.7%) 지역은 감소세가 지속됐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전체 선형 기준 대한민국은 세계 12위로 73.4회/hr를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0.6% 소폭 감소했다. 순위도 1계단 하락했다. 다만 8000TEU급 이상 기준에서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86.8회/hr를 기록하면서 3년 연속 순위가 상승하며 15위를 기록했다. 선석생산성 상위 국가로는 오만(112.2회/hr, 1위), UAE(96.0회/hr, 2위) 등 중동 지역 국가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94.9회/hr로 전년 대비 10.4% 증가하면서 1계단 상승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항만별 전체 선형 기준 부산항은 74.9회/hr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으나, 광양항(69.1회/hr, +8.1%)과 인천항(59.3회/hr, 2.6%)은 전년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주요 컨테이너 16개 항만 중에서 제벨알리항(94.9회/hr, -3.7%)을 제외한 모든 항만이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중국의 주요 컨테이너 항만인 칭다오항(113.6회/hr, +18.2%), 톈진항(112.4회/hr, +14.3%), 옌톈항(93.2회/hr, +15.6%)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선석생산성 감소율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국이 팬데믹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외 뉴욕/뉴저지항(72.5회/hr, +19.0%), 로테르담항(69.8회/hr, +5.8%), 싱가포르항(82.2회/hr, +1.1%), 탄중펠레파스항(89.4회/hr, +5.9%) 등도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KMI 항만수요분석연구실은 “2023년 세계 컨테이너 항만 선석생산성은 팬데믹 종료에 따른 영향으로 전년 대비 회복세를 나타냈으나, 국내 컨테이너 항만의 경우 회복세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어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책 강화가 필요하다” 고 밝혔다.

실제 국내 항만 서비스 경쟁력 문제는 발 등에 떨어진 불이다. 2025년 발족 예정인 머스크-하팍로이드의 해운동맹 ‘제미니협력’이 최근 아시아-유럽항로 기항지에서 부산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베트남항만을 제외한다는 내용의 계획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기존 기항지를 통폐합해 19개의 기항지와 4개의 환적허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환적허브에는 중국 상하이항과 닝보항, 싱가포르항, 말레이시아 탄중 펠리파스항이 포함됐다. 신흥 무역시장으로 급부상하는 동남아시아 지역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머스크와 하팍로이드는 부산항을 환적항으로 삼아 주변국으로 진출해왔다. 하지만 이번 패싱으로 앞으로는 상하이항과 닝보항 등이 환적황 역할을 하며 부산항 환적 물량은 줄어들게 됐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부산항만공사로서도 대형 고객이 빠져나가므로 컨테이너 터미널운영 정책에 문제되는 것은 물론, 시적으로는 해운항만 물류를 주관하는 해양수산부 기본 정책까지도 변화될 수 있는 이슈"라며 "향후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수출입 화주의 선사 지정에 대한 선택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항만공사는 글로벌 선사를 대상으로 부산항 강점과 가치를 강조하는 마케팅 등 다양한 전략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