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희 서울대병원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이 26일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현정희 서울대병원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이 26일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지역·필수의료 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병원 관계자가 참석한 토론회에서 공공의료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에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환자들이 피해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한국의료 과제와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현정희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공급과 관리를 시장∙민간에 떠넘기고 병원은 수련하라고 맡겨진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을 돈벌이에 이용해왔다”며 “그 결과 최근 경기도에 있는 한 의료원은 3개월째 마취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환자들에게 맹장 수술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한 의료계의 대응에 대해선 “의사들이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것에 명분이 없어 보인다”며 “이들의 집단 행동은 역사에 죄로 기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의사 수만 2000명 늘려서는 자칫 ‘독’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 위원장은 “늘어난 의사가 돈벌이 의료에 더 가세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이들을 어떻게 수련하고 지역·필수의료에 어떤 방식으로 배치할지 구체적인 대책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은 “의사와 정부간 갈등이 ‘의사 수 증원이 참이냐 아니냐’는 단순한 진리 게임으로 전락했다”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고 병원이 이들에 의존하는 관행도 바꿔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늘어날 의사를 지역·필수의료에 안착시키려면 지역의사제 등 강제성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우석균 인의협 정책자문위원장은 “최근 정부가 지역 국립의대에 배치한 증원 분인 800여명은 지역 공공기관에 10년간 근무하게 하고 사립의대에 배정된 1200명은 최소 10년간 지역에 의무 근무하는 지역 의사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현재처럼 수도권에 몰려 지금과 같은 의료 제도의 모순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