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산, 투자, 소비 등 경제의 3대 축이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치고, 수출로 지탱하는 경제 구조에서 무역 수지가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불길이 번지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무섭게 뛰고 있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장 금리도 뛰고 있다. 한국 경제의 이 같은 불안감이 반영되면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20년만에 최고 수준까지 오르고, 단기적인 경제 충격마다 급등락을 거듭하는 등 위기감도 커져가고 있다. 현 상황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퍼펙트 스톰’의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밀려오는 쓰나미를 그냥 눈 앞에서 보고만 있어야 할 것인가? 지난 50년간 Fortune 100대 기업에 선정된 총 503개 기업들의 흥망사를 분석 해 본 결과, 전체 기업의 24%만이 지속적으로 성장한 반면 나머지 76%가 결정적인 위기 경험 후 쇠락 또는 패망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기업들의 위기 직후 쇠락 원인에 대한 분석 결과, 기업의 내부 요인(87%)이 외부 요인(13%)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비중으로 나타났고, 위기극복 과정에서는 기업의 대응 방안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즉 위기 상황일수록 기업의 신속하고 조직적인 대응이 위기 극복에 있어서 필수적인 ‘덕목’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퍼펙트 스톰을 이겨내기 위한 필수적인 덕목은 무엇일까? 첫번째로 운영구조의 총체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퍼펙트 스톰의 상황에서는 운영 구조에 있어서 전반적인 슬림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운영구조의 슬림화는 비용구조의 재조정을 뜻한다. 특히 이번 퍼펙트 스톰의 특징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등의 악재가 크다. 이는 기업의 공급망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함을 의미하며 그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것이 기업들이 당면한 과제다.

또한 자산의 집중도도 높여야 한다. 퍼펙트 스톰의 상황일수록 필수적인 자산을 챙기고 이에 대한 수익성을 재검증해야 한다. 즉 불필요한 자산은 과감하게 매각할 수 있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한 예로 IMF 외환위기 때 삼성전자는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해 5000억여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52개의 적자 및 한계사업을 정리했다. 이후 재고자산의 정리, 채권 회수 등을 통하여 3조 원이 넘는 추가적인 유동성을 확보했다.

마지막으로 유동성 위기를 대비한 현금 확보는 필수적이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돈 가뭄’이 일어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은 매출채권처럼 ‘묶여 있는 자금’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이 운용 가능한 현금을 확보해야 하며, 거래할 때도 가격 할인을 감수하더라도 결제조건이 좋은 쪽으로 상대방을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신용경색(Credit crunch) 상황 하에서 현금이라는 실탄은 향후 사업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불황속에서도 다가올 수 있는 사업기회와 M&A 기회 확보가 필요하다. 최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100여곳의 CFO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60.6%가 현금보유 확대가 제일 급선무라고 응답한 점은 이러한 부분을 방증하는 것이다.

퍼펙트 스톰의 상황보다도 더 힘든 ‘잃어버린 20년’의 위기를 극복한 기업을 꼽으라면 일본의 유니클로일 것이다. 버블경제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랜 기간동안 일본 전역을 삼키고 있을 때에도 유니클로는 꽁꽁 얼어붙은 일본인들의 소비심리를 파고들었다. 한 예로 유니클로는 우리와 같은 온돌 구조가 아니어서 유독 추운 일본의 겨울에 적합한 ‘히트텍’이라는 제품을 선보이면서 유니클로만의 승부사 기질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소재 개발을 중시한 유니클로의 창업자인 야나이 회장은 일본 최대 섬유화학 업체로 꼽혔던 도레이를 직접 찾아가 소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1만벌이 넘는 샘플을 만들고 찢기를 반복한 결과 인체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발열하는 원리를 적용한 초경량 신소재를 공동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히트텍은 전 세계에 1억장이 넘게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라인으로 급부상했다.

더불어 야나이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회를 찾았다. 유니클로는 2002년에 중국 시장에 진출했는데 그때만 해도 중국은 의류시장을 해외 기업들에게 완전히 개방하지 않았다. 이에 유니클로는 중국의 천펑그룹과 합작해 ‘쉰샤오 패션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이후 상하이에 2개의 매장을 오픈했으나 이미 저가형 브랜드에 익숙해져 있던 중국 소비자에게 유니클로의 구매 매력도는 높지 않았다. 야나이 회장이 3년 만에 중국시장 철수까지 고민했으나 물러나지 않고 중국사업 담당을 교체하는 등 현지화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지사업 대표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렴했다. 이에 제품 고급화·다양화, 친절한 일본식 서비스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조금씩 중국의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시장공략 전략을 바꾼 결과 현재까지도 중국시장은 효자 시장으로 떠올랐다. 현재 중국에는 약 800여개의 매장이 있으며 한 때 중국내에서 반일 운동이 한창일때에도 소비자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유니클로 매장을 찾았다는 에피소드는 중국인들의 유니클로에 대한 충성도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결론적으로 퍼펙트 스톰과 같은 경제 불황을 지속적으로 겪은 유니클로의 성공 비결은 바로 철저한 ‘원가관리’와 ‘운영관리’일 것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고품질의 원재료나 품종개발, 소재개발을 위한 끊임 없는 노력과 동시에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즉 고부가가치의 신제품을 저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해서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기업가정신이 내재되어 있었다.

년에 개봉된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영화 ‘퍼펙트 스톰’은 1991년 미국 동부 해안을 강타한 태풍에 휘말린 ‘안드레아 게일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형적인 재난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폭풍과 끝까지 사투를 벌이는 선원, 바비 샤트포드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그래도 원 없이 싸워봤잖아요. 안 그래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후회없이 싸워본다는 것, 어쩌면 퍼펙트 스톰을 마주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