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이 깨어진 독에 물을 먼저 채우는 쪽이 이긴다. 10분의 시간을 준다”

주지스님(김인문 분)의 지시로 무단으로 절에 들어온 폭력배 팀과 절에서 평온하게 지내던 스님팀의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

영화 ‘달마야 놀자’에서 본 위기와 극복

최근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히트치며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버금가는 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2001년에 개봉된 ‘달마야 놀자’를 들고싶다. 폭력배와 스님이라는 양극단의 인생이 대결하는 구조이다. 반대 폭력배에게 당하며 급하게 피하여 절에 숨어 지내려고 들어오며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딱딱한 상황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며 관객을 울고 웃겼다.

절에 머물기로 허락해준 1주일이 지난 시점에 폭력배 조직이 절에 좀더 머물게 해달라고 한다. ‘나가야한다’는 스님들과 ‘더 머물게 해달라’는 폭력배 사이에 여러가지 게임으로 승부를 건다. 그러나, 승부가 나질 않고 백중세로 가니 지켜보던 주지스님이 급기야 ‘깨어진 독에 물을 채우기’를 10분에 완성하는 것으로 대결을 시킨다. 답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뿐 아니라 다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길래 던져 준 주지스님의 선문답(禪問答)같은 미션이었다.

그런데 주어진 시간 막바지에 폭력배 팀의 대장(박신양 분)이 엉뚱한 발상을 한다. 절에 있는 연못에 밑이 깨어진 독을 던져 넣고 사람이 들어가 물 속에 잠기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독을 물로 가득차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폭력배 팀이 이기는 것으로 승부가 나며 절에 더 은신하게 되며 뒷 이야기를 이어간다.

절대절명의 상황! 승부의 한복판으로 깊게 들어가 푹 담그는 발상을 한 것이다. 원하는 바를 이뤄야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 누구나 닥칠 수 있는 상황의 상징이었다.

그림은 영화 공식포스터와 영화에서 화면 캡쳐
그림은 영화 공식포스터와 영화에서 화면 캡쳐

필자의 특별한 경험, 웃통을 벗고 덤볐다.

필자도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5년전, 중소기업의 전문경영인으로 일하던 중에 경기도에 있던 물류창고의 상품을 모두 또다른 장소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상품은 아동용 의류 제품으로 매일 많은 물량이 입·출고가 되고 있었다. 무거운 것은 아니지만 포장박스의 개수가 만만치 않았다. 직원 50여명을 모두 작업에 투입했다. 지금 같으면 팔렛과 지게차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무조건 사람 손으로 상차(上車), 하차(下車) 작업을 감당했어야 했다. 오로지 힘에 의존하는 작업인데 1/3은 여직원이었다.

판매 현장의 제품 수급 등을 감안하면 5일 정도의 최단시간에 전광석화같이 이루어져야 할 작업이었다. 그러나, 그냥 해나가면 2주간도 모자랄 것이라는 위기감이 들었다. 더운 날씨에 어깨에 올리고 왕복하며 상하차를 하는 완전한 육체작업, 물류 담당 직원을 제외하고는 평소에 잘 하지도 않던 일이기도 했다. 필자가 당시 나이로나 직급으로 가장 높았다. 솔직히 말하면 지켜보고 격려만 해주는 위치에 있어도 문제가 되질 않았다.

먼저, 하루하루 처리해야 할 물량을 나눠서 구분하고 첫날 옮겨야 할 분량에 선을 그읏다.

둘째, 내가 앞장설 테니 무조건 같은 회수의 왕복을 다짐받았다. ‘제일 고령층인 나도 하는 데’ 라며…

셋째, 나의 웃통을 벗어 던졌다. 빠른 발걸음으로, 군대식 구호도 붙여보며, 빠른 노래도 불러가며… 한 줄로 오가니 작업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넷째, 정확하게 50분마다 휴식을 취했다. 보는 앞에서 남은 량의 소요시간을 계산해보니 오후 4시면 끝나겠다는 판단이 섰다. 모두 공감하며 계속 진행이 되었다.

마지막을 당일 작업량이 끝나면 미리 준비해 둔 막걸리로 마감하고 퇴근했다. 다음 작업에 두려움을 최소화했다. 그리곤 계획된 5일만에 작업을 모두다 마쳤다.

늘 다가오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

꼭 내 꿈이나 조직이 망할 지경이 되는 것만이 위기가 아니다. 작은 사건, 프로젝트는 말할 것도 없고 고객의 항의, 마감시간 등 크고 작은 위기들이 모여 회사, 내 꿈의 승패가 결정난다. 전장에서 가장 근접전(近接戰)이 일어나 칼이나 육탄전으로 싸워야 하는 순간이다. 어중간하면 되레 당하며 죽음에 이를 위험에 빠진다.

‘냉철한 판단을 기반으로 온 몸을 던져야 한다.’

그러면 기적이 일어난다.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면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현장에 같이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챙기는 것이다.

리더십 책에서, 성공 실패사례애서 소개되는 것은 조치를 취한 다음에 나온 결과론적인 정리 수준이다. 위기 돌파의 방법은 책이나 사례집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난생 처음 보는 위기에 나를 먼저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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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무기인 활(궁;弓), 근거리 무기인 창(과;戈)에 이어 지근(至近)거리 무기인 칼(도;刀)의 문자로 ‘자기경영’의 무기를 챙겨본다. 칼을 포함한 글자로 ‘판(判)’에 이어 ‘창(創)’ 즉, 창조, 창의, 창작 등에 쓰이는 글자다. 자산이나 지식을 나누는 창고(倉庫), 상대를 일대일까지 나누는 세분화를 통한 개별화로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나를 극대화한다. 이번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모든 것을 거는 리더십을 생각해 본다.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