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의 해적 대응과 민간 상선(商船)의 시타델

최근 아덴만지역에서 활동중인 청해부대원 300여명의 코로나19 감염이 크게 문제가 되었다. 2008년 유엔 결의에 의해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우리 선박의 안전항해 지원을 위해 파견된 임무를 감안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 일로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필자가 종합상사에서 근무하던 1993년경에 서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5년간 근무하고 한국 본사로 귀임하던 직원의 이삿짐을 실었던 컨테이너선이 해적에게 나포되어 이삿짐을 모두 날려버린 안타까운 경우이다.

청해부대, 소말리아하면 비슷한 두 사건이 떠오른다. 2011년 1월과 4월에 있었던 한국 선적의 선박에 접근한 해적을 퇴치한 결과가 전혀 달라 당시에 관심있게 보았다. 구조를 위해 올 때까지 몇 시간의 대처가 차이를 갈랐던 것이다.

2011년 1월에 한국 선적의 선박 삼호주얼리호(1만톤급)이 소말리아 인근의 아데만 해상에서 피랍이 되었다. 이 때 인근의 해군 청해부대가 출동하여 구출하는 과정에서 교전이 있었고 석해균 선장이 큰 상처를 입었다. 한국에서 이국종 교수가 현지로 가서 응급처치로 크게 활약하며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경우이다.

반면 그 해 4월에 비슷한 해역에서 있었던 한국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한진텐진호(7만톤급)는 14시간만에 안전하게 구출되었다. 선박에 설치된 긴급 피난처인 시타델(Citadel) 덕분이었다. 삼호주얼리호는 초기에 위치가 노출되어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한진텐진호는 해적 접근을 보고 바로 시타델로 대피시켜 모두가 무사했다.

견고한 요새를 뜻하는 시타델! 무기없이 일정 시간동안 선원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선박에 만든 제3의 해결책이다. 수시로 출몰하는 해적을 염두에 두고 바다에 떠있는 배에 총기(銃器)를 소지하는 것은 더 큰 사고를 부를 수 있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한정적으로 민간보안요원을 승선하게 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 그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제3의 해결책으로 만든 것이다. 선박 내부 은밀한 곳에 설치된 선원들의 긴급 피난처로 기관총 사격도 견딜 수 있는 두꺼운 강판 철문으로 제작되며 안에서만 문을 잠그고 바깥에서 열 수 없다. 내부에는 최소 3일간 버틸 수 있는 비상식량과 물, 통신 장비, 화장실, 침대와 담요 등이 마련돼 있고 통신장비도 갖추고 있어 근거리와 인공위성을 통하는 장거리 시설도 설치해 둔 것이다.

한시도 피할 수 없는 선택, 판단의 문제

지근(至近)거리,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시시각각으로 숨막히게 다가오는 선택의 순간에 대한 판단의 이슈이다. 자기경영의 이슈에서 매일매일 수없이 닥친다. 작게는 눈앞의 지하철을 보고 뛸 것인가, 말 것인가하는 문제, 판매장에 하나밖에 없는 마음에 드는 옷을 보고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중에 마침 다른 사람이 사려고 하는 경우의 문제 등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 공개 입찰에서 투찰하려고 하는 데 주변을 둘러보니 약간 높은 가격을 써내려는 경쟁자가 감지되는 경우 나의 투찰 가격을 올릴 것인가 말 것인가하는 등 매일매일 전쟁터같은 상황에서도 필요하다. 내가 책임지고 하는 업무의 범주가 넓어질수록 수시로 일어나는 판단, 선택의 경우다.

세명의 총 잡이와 제3의 답

세 명의 총잡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80% 명중율의 A, 100% 명중률의 B, 그리고 30% 명중률의 나, 셋의 서바이블 게임이 있다고 치자.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나, A, B가 순차적으로 한 발씩 쏴서 상대를 죽인다면 나는 누구를 먼저 쏴야 할까?

따져보면, 내가 A를 쏴서 맞추면(30%확률), 다음은 100%확률의 B가 나를 쏴 죽일 것이다. 내가 70%확률로 A를 맞추지 못하면, 다음 순서인 A는 80%확률로 B를 쏠 것이다. B를 맞추면, 다음은 살아있는 30% 나와 80% A의 맞대결이 된다. 그러나 A가 20%의 확률로 B를 맞추지 못하면, 다음 순서인 B가 100%확률로 A를 쏴 죽이면 다음은 30%인 나와 100%인 B의 맞대결이 된다.

그런데, 첫판에 80% A와 100% B의 대결이 된다면? 나는 적어도 한 번은 살아남을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첫 발은 허공에다 쏘는 제3의 방법이 최선이다. 게임이론 예시 중 하나이며 ‘총잡이이론’이라고도 하며 ‘죄수의 딜레마’중 하나이다.

제3의 답을 체질화 - 손자병법과 일상

제3의 방법을 체질화하자. 손자병법에는 전략으로 방법, 장소, 타이밍 3가지를 들고 있다. 출기불의(出其不意)의 타이밍, 공기무비(攻其無備)의 공간, 병자귀속(兵者貴速)으로 속도를 말하고 있다. 뜻하지 않은 때에 나가고, 방비가 없을 때에 공격하며, 속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적재,적소,적시(適材,適所,適時)의 공식을 하나 더 더한다. 빠른 시간에 제3의 대안을 생각해내는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한다. 총잡이의 사례는 방법, 장소, 타이밍 3대 요소를 모두 갖춘 대비책이자 육지의 성채(城砦)를 배로 가져오는 적재적소의 전략이기도 하다.

요즘 코로나19로 매일 직원들과 점심시간이면 운명의 시간이 온다. “전무님 오늘 점심은 뭘 드실래요?” 4명씩 나눠서 가면 꼭 나에게 묻는다. 그러면 “뭐 먹고 싶어? 두 가지만 추천하지.” 두 개 정도 의견이 나오면 “최근에 뭐 먹었지? 오늘 날씨가?” 등을 물어보며 식사 종목을 정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그것도 30대 초반의 여직원들과 같이 먹는 일이고 자칫 ‘꼰대’식으로 메뉴 정한다고 흉볼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제3의 답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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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는 목적성이 있다. 크게는 조직부터 나에게 이르기까지, 그리고 지금 판단해야 할 일이 그렇다. 지난 번에 최종 판단에 앞선 ‘Why so’와 ‘So what’였다. 이번에는 제3의 답을 찾는 판단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