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간혹 외부에 기관평가를 나가게 되면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핵심성과지표라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도입해서 운영하는데 결론적으로 많은 기관들이 웬만한 지표들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연초에 조직 목표를 설정하고 한 해 동안 부단히 노력해서 이룬 값진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높은 달성률에 대한 의구심도 갖게 된다. 그래서인지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가 보면, 많은 조직들이 일단 달성 가능한 편리한(?) 목표를 설정해 놓고 쉽게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울러 정작 측정해야 할 지표는 기피한 채, 측정하지 않아도 될 엉뚱한 지표들로 나열해서 기관평가 결과의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성과지표 문제 하나로 그 조직이 크게 문제되거나 사달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면, 1999년 초, 미국의 벤처투자가인 존 도어는 자기 사무실에서 파워포인트 열일곱 쪽을 갖고 온 두 청년을 만나게 된다. 실리콘 밸리에서 오랫동안 스타트업에 투자해 온 도어에게는 검색엔진 아이디어를 갖고 온 두 청년이 그다지 시답지 않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검색엔진 관련 투자 제안서는 그에게는 벌써 열여덟 번째의 제안서였다. 하지만 두 청년의 조악한 제안서를 성의 없이 읽는 와중에, 계속되는 두 청년의 프레젠테이션에 도어는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기업은 얼마나 성장할 거라 예상합니까?” 그러자 한 청년이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100억 달러로 예상합니다.“ 액수가 다소 크다고 생각한 도어는 다시 묻는다. “시가총액을 말하는 거죠?” 바로 그 청년은 대답한다. “아니요, 매출액을 말하는 겁니다.” 도어는 청년의 대답에 매우 당황했지만 그 청년이 제시한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규모의 매출액에서 청년의 허세보다는 자신감을 느껴지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투자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갖고 있는 경영기법을 이 청년들에게 가르쳐야겠다고 결심을 한다. 바로 이 청년들은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고 이들이 키운 기업은 굴지의 글로벌 기업, 구글이다. 그리고 열입곱 쪽의 파워포인트 제안서를 오늘의 구글로 만든 후견인은 존 도어이고 그가 적용한 경영기법은 바로 ‘OKR(Objective Key Results)’이다.

그렇다면 OKR은 무엇인가? 어쩌면 OKR이 오늘날 각광받게 된 계기는 이 기법을 성공신화인 구글이 도입했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구글이 성공한 기업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OKR도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OKR의 핵심적인 내용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구체적인 목표, 쉬운 것보다 약간 어려운 목표를 주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많은 기업들이 아직까지도 애용하고 있는 KPI나 MBO (Management By Objectives)와 같은 방식은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소극적인 목표를 수립하여 달성률을 높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성과와 보상이 연계되어서 구성원들이 달성률을 높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얘기는 조직이 목표만을 위해 업무에 매진 할 것이고 기업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역량과 경쟁적 우위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코로나시대에는 많은 기업들이 언택트 근무 방식을 택하고 있다. 비대면 업무 방식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더 요구되는 것은 기존에 임직원들을 평가하던 방식을 계속 따를 수 있냐는 것이다. 기존의 KPI는 연 단위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OKR의 경우는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분기 단위로 업무를 평가한다. 주기가 짧다는 것은 그만큼 빠르게 변하는 코로나19 상황에 발맞추어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OKR을 좀 더 깊게 들어가게 되면 기존의 KPI와 다른 점들을 면밀히 알 수 있다. OKR은 기존의 KPI나 MBO가 갖고 있는 평가 등급구간 (예: S, A, B, C…)이나 지표별 가중치, 개인점수, 팀점수 등이 없다. 한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만약 인텔이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인 ‘8086’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를 생각한다면 기존의 KPI나 MBO와 같은 경우 불량률, 영업이익, 매출, R&D 투입 비용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나는 적용하고 평가하게 된다. 하지만 OKR의 접근방식은 사뭇 다르다. 일단 평가를 분기별로 진행하게 되며 평가를 위란 핵심 결과 (KR: Key Results)의 설정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즉 크게 4개의 KR로 나누게 되는데 각각 보게 되면, ‘1. 8086 제품군의 뛰어난 성능을 입증하는 5가지 벤치마킹 자료를 발표하기’, ‘2. 8086 제품군 포장 교체’, ‘3. 8MHz 부품 생산 투입’ , ‘4. 6월 15일까지 연산 프로세서 샘플 완성’ 과 같다.

OKR은 명확한 목표와 결과를 추구하며 현장에 있는 모든 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단순명료한 목표를 제시해야 하며 아울러 단순한 숫자 놀음으로 실적을 높이려는 꼼수보다는 투명한 지표관리를 추구한다. 이는 현재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코로나19 상황과 부합하는 것으로 관리자의 물리적인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좀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지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더 작금의 상황과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언택트 기업문화에 OKR이 어울리는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OKR은 Y형 인재관을 토대로 하고있다. 성악설(性惡說)을 배경으로 한 X형 인재관은 인간은 본래 수동적이며, 책임을 싫어한다고 보고, 철저한 감독, 통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더글러스 맥그리거라는 심리학자는 인간은 이에 반한 Y형 노동을 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적절한 조건만 갖춰지면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고 일을 완수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스스로 통제하고 관리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개인들로 하여금 권한을 갖게 하고 일을 재량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언택트 근무 환경에서 관리자가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운만큼 조직의 구성원을 신뢰하고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업무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20여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존 도어와 구글의 두 청년의 만남을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바로 ‘용기’일 것이다. 17페이지의 파워포인트를 갖고 온 두 청년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투자한 존 도어의 용기, 그리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경영기법인 OKR을 수용하기로 한 두 청년, 페이지와 브린의 용기. 그 용기때문에 세계적인 기업인 구글에게는 아직도 OKR이 멈추지 않는 심장처럼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