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상반기 실탄(현금) 보유자들의 대체 투자처로 상업용 부동산이 주목을 받았다. 역대 최저 금리로 형성된 유동성이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하면서다. 여기에 정부 대책이 아파트를 정조준하면서, 최근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량이 더 늘었다.

대표적인 상업용 부동산 상품으로는 오피스가 꼽힌다. 그러나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오피스는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 사정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유동성, 상업용 부동산으로 몰리나… 오피스 투자는?

제로 금리 시대가 개막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5월 기준 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인하했다. 지난 3월 0.75%로 낮춘지 두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시중은행들도 금리를 낮추면서, 금리 1%가 넘는 예금 상품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상업, 업무용 부동산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8% 증가한 총 15만6031건 거래됐다. 지난 6월에는 거래량이 전달보다 30%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오피스 연간 투자 수익률은 7.67%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13.7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은행 예금 상품의 매력이 떨어진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기업 수요가 뚜렷한 서울 중심 업무 지구 프라임 오피스의 경우에는 호텔과 영화관 등 리테일 자산의 수익성 감소로 반사이익을 누렸다. 코로나 여파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빌딩 매도를 통해 자산을 확보하려는 영향도 작용했다.

실제로 강남에 위치한 ‘현대해상강남사옥’은 3.3㎡당 3400만원에 매각되며 면적 당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생명 여의도빌딩’의 경우 여의도권역에서 최고 기록인 3.3제곱미터 당 2224만원을 세웠다. 영등포의 ‘영시티’도 약 5500억원에 매각되며 2800억원 상당의 차익을 얻었다.

이에 거래액이 올해 초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분기 급감했다. 오피스 빌딩은 기업 수요를 바탕으로 하는데, 경제 성장률(GDP)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2분기 본격적으로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수익률 감소폭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서울과 분당권역에서 지난 1분기 오피스 빌딩은 2조7000억원이 거래되며 200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상반기로 보면 지난해보다 20%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대형 오피스 시장 관련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대형 사옥을 고집했던 기업들도 재택근무 확대로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어서다. 다만 자금이 아직 흘러들 여력이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부동산 컨설팅기업 세빌스코리아는 “풍부한 유동성, 역대 최저금리에 해외투자 기회가 줄어 해외투자 목적의 자금까지 국내투자로 유입되고, 선매입 물건들의 준공이 하반기 예정돼 연간 투자 총액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피스도 다양화 바람… 기업들 향한 곳은

코로나19 충격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오피스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업무지구도 서서히 이동하는 모양새다. 임대료가 높고 노후부터 신축까지 공급이 포화 상태인 서울의 전통 업무지구에서 벗어나려는 행렬이 눈에 띈다. 강남 인기는 여전한 한편, 도심지 접근성이 좋은 경기 지역 등에선 공실률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에선 약 82만 개의 사업체에서 500만 명이 일하고 있다. 이 중 절반 남짓이 강남(GBD)과 종로(CBD), 여의도(YBD) 일대 업무 지구에 집중되어 있다. 다만 최근에는 공실률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는 중이다.  

서울 전체의 공실률은 9.1%를 기록했다. 강남권역의 경우에도 8.7%로 비교적 낮았지만, 도심지와 여의도·마포권역은 각각 9.8%, 9.7%로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의도의 경우 임대료 면에서 매력이 있는 곳으로 꼽히지만, 하반기 공급이 확대돼 공실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다.

반면 경기의 경우 3.9%를 기록하면서, 전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과 비교해도 절반 이상 낮다. 특히 권역 내 업무지구가 자리하지만, 도심지 접근성도 갖춰졌다면 인기가 꾸준하다. 신흥 업무지구인 판교는 기업 이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은 부족해졌다. 분당이 이를 흡수하면서, 공실률이 지난해와 올해 0~1%대를 오가는 중이다. 하남과 경기 구리 등도 비슷한 경우로 주목된다.  

분양 시장에서도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이 활성화하고 있다. 경기 고양 덕양구 삼송지구에 들어서는 ‘원흥역 클래시아 더퍼스트’는 지난 6월 오피스 640호실이 계약시작 후 한 달 만에 완판됐다. 삼송지구에선 드문 업무시설을 주용도로 구성한 상품으로, 역세권 입지도 갖춰 주목을 받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공실률이 높은 곳은 노후한 오피스가 많고 임대료도 비싼 지역”이라면서 “경기도여도 교통망이 좋은 업무지구, 신축 건물이면 수요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틈새시장, 섹션 오피스 특장점은

오피스 업계에도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 비대면이 선호되면서 기존에 대형 사옥을 고집하던 기업들도 다각화 시도를 진행 중이다. 예컨대 SK텔레콤의 경우 지역별로 거점 오피스 4곳을 마련해, 직원의 자택과 가까운 곳으로 출퇴근하는 새로운 근무방식을 최근 도입했다.

이런 가운데 소형 아파트 대체 투자 상품으로 섹션 오피스가 주목받는다. 비대면 선호로 오피스 면적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도 배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똘똘한 내 집 마련이 트렌드가 되면서다. 노후대비로 주택 임대차계약을 추진했던 이들은 새로운 수익형 부동산이 필요해졌다.

섹션 오피스는 업무용 사무실을 다양한 면적으로 분절해 공급하는 상품이다. 일반 오피스 빌딩은 건물 전체가 매각돼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단위로 거래된다. 반면 섹션 오피스는 20~30㎡ 단위로 잘게 쪼개 나온다. 입지와 면적에 따라 2억~4억원 수준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고, 규모가 작은 만큼 환금성도 비교적 높아 진입장벽이 낮다.

유사한 투자처로 꼽히는 상가보다 코로나 영향이 비교적 덜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오피스텔과 달리 화장실과 주방 등 부가 설비가 없어 공간 호율성이 높아 선호하는 수요자가 많다. 다만 주거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단점이다. 지식산업센터와 다르게 업종과 관계 없이 개인도 임대 투자가 가능하다.

가변형 벽체를 활용해 다양한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러 면적으로 구성된 오피스를 소규모 기업에게 제공해도 되고, 하나로 통합해 다양한 구성을 갖춘 대형으로 기업에 임대를 놓는 방법도 있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수요에도 주목하는 중이다. 섹션 오피스는 지난 2000년도에도 이목을 끌었지만, 최근 10인 이하 소규모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1인 기업의 수만해도 2018년초 기준 28만 곳이 넘어 4년새 3.6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원은 “통계적으로 봐도 몇 년 새 소규모 기업이 증가하면서 오피스 수요도 옮겨가고 있다. 소형 오피스 투자의 경우 개인도 접근할 수 있고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면서 “저층이 많은 상가는 가격이 부담되는 경우가 많은데, 소형 오피스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소형 오피스의 경우 임대 수익률을 잘 살펴야 한다. 보통 분양을 하는 업체에선 최대치로 산정해 내놓는데, 인근의 임대 시세와는 다를 수 있다”면서 “평당 임대료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