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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절규

송현동 부지 매각 논란, 인수합병 파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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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2분기 나란히 호실적을 거뒀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업 전반의 타격이 이어지며 여전히 고통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피 말리는 자구책이 가동되고 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상황이 심상치않은 분위기로 흘러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객사업에 주로 매진하는 LCC의 타격에 비하면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완벽한 난기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 송현동 부지. 출처=뉴시스

자구책 가동하지만...송현동 부지는?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자구안을 마련하는 한편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려고 한다.

문제는 서울시의 태클이다. 서울시가 이달 말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 일원을 문화공원화 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하여 처리를 강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한항공의 고통은 배가되는 분위기다.

사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 1월 송현동 부지를 ‘미대사관직원숙소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여 용도나 높이 등을 완화하는 등 송현동 부지의 개발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특별계획구역이란 ‘특별한 건축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복합적 개발이 필요’하거나, ‘우수설계안을 반영하여 현상설계’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 지정되는 것이며 부지의 규모가 큰 곳에서 대규모로 복합적인 개발을 하는 곳을 대상으로 지정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대한항공에도 유리한 카드다.

그러나 서울시가 일방적인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통해 송현동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던 기존 결정을 바꿔 급작스럽게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해 자구책 마련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갑자기 계획을 변경, 대한항공의 숨통을 조인다는 주장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다.

서울 송현동 48-9 일대 대지는 서울의 중심이다. 경복궁 및 광화문과 가까워 유동인구도 많고 안국역 1번 출구가 인접해 있어 접근성도 뛰어난 금싸라기 땅이다. 대한항공은 이 곳에 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 신축을 추진했으나 학습권 침해 등 관련법에 가로막혀 무산된 바 있으며, 이번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13일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그룹 유휴자산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11일 송현동 부지 매각 입찰 의향서(LOI)를 받았으나 이에 응한 곳은 '제로'였다. 

서울시의 변심이 주효했다는 말이 나온다. 당장 부지가 경복궁 인근이라는 특성 때문에 건축물 높이가 12m 이하로 제한되며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은 100~200%에 머무는 등 규제와 제약이 많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올해 제7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해당 부지의 용도를 공원 조성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매지 부입을 하겠다는 쪽이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시세와 비교해 낮은 수준인 4670억원을 제시했고 이 마저도 부지 보상비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나눠서 분할지급한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대한항공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기하며 "서울시가 송현동의 문화공원 지정 및 강제수용 의사를 발표하자 입찰 참가 희망을 표명했던 업체들이 유보적 입장으로 돌아섰으며, 결국 1차 예비입찰 마감 시한인 6월 10일 모든 업체가 불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서울시가 산정한 보상금액(4670억원) 및 지급시기(2022년)도 적절한 매각가격과 매각금액 조기확보라는 대한항공의 입장을 감안할 때 충분치 못하다. 게다가 서울시가 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언제든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대한항공에 부지 매입협의 재개 요청에 나섰다. 나아가 서울시는 "부지를 시세대로 매입하지 않거나 인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면서 "대한항공의 상황을 고려해 부지의 조기 매입 및 일시지급을 위한 다각적인 검토를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변경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극적인 타결 가능성은 다시 잦아들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12일 권익위에 "송현동 부지의 문화공원화의 문제점 등에 대한 권익위에서 조사와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일방적으로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서울시의 도시계획결정절차를 보류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당장 자구책 마련을 위한 실탄이 필요한 급박한 상황에서 서울시의 개입으로 벌어지는 '시간의 낭비'가 뼈 아프다는 주장이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경우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사업의 방식을 택해야 하는데, 이 경우 관계법령상 송현동 부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실시계획인가를 받아야 하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공익성 인정도 받아야 한다"면서 "(속도전이 필요하지만)서울시는 청사진 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구상해 실시계획인가를 받기까지 수 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지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성토했다.

이번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이 통과될 경우 대한항공으로서는 서울시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워 강제 수용에 나설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는 대한항공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서울시 방침이 통과되면 강제 수용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수용 절차로 이어질 경우 송현동 부지의 정당한 가치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심지어 강제 수용 절차로 이어지더라도 서울시가 연내에 송현동 부지를 취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구단위계획변경안 통과 이후 다른 민간 매수의향자들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대한항공으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절박함도 일렁인다.

   
▲ 출처=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경영환경 악화에 따라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 가량의 긴급자금을 수혈 받은 바 있다. 여기에 사업부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러나 자구책 마련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인 송현동 부지 매각을 두고 서울시와 충돌하며 고민이 커지고 있다. 내부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까지 여전한 가운데, 대한항공의 위기는 점점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서울시의 방침에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두고 '명분쌓기'라는 말도 나온다. 송현동 부지 매각으로 막대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서울시의 방침을 필요이상 키워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대한항공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를 통해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려 노력한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11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캠코를 중심으로 기업의 자산을 매입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 출처=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복마전
아시아나항공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11일을 거래 종결일로 정했으나 인수합병 자체가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이 10일 대표이사 간 대면 협상을 제안, 정국이 출렁이고 있다.

지난해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될 당시에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HDC현산은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각각 2조원, 5000억원을 출자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전체를 3228억원에 인수한 후 나머지 금액으로 아시아나 신주를 구매해 사업 정상화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자동차와 애증의 관계를 가진 HDC현산의 모빌리티 큰 꿈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시작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HDC현산의 '발 빼기' 분위기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당장 인수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을 300% 아래로 내리려는 플랜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업계에서 인수 구매를 위해 마련한 2조원 외 추가로 2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가 13조2041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이미 확보한 2조원을 투입해도 부채비율은 500% 중반대에 머무는 수준이다. 자칫,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HDC현산까지 위험해지는 '승자의 저주'가 벌어질 상황이 됐다. 

HDC현산은 결국 '원점에서 검토하자'는 재실사 카드로 정국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무려 12주짜리 재실사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LCC에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이 무위로 끝나는 등 항공업계 인수합병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이 펼쳐지는 가운데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6월 25일 전격 회동하며 극적인 합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그 직후 나온 HDC 현산의 재실사 카드는 단호했다. 금호산업 등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제공한 정보 등이 미흡하기 때문에, 인수합병 자체를 되돌아보자는 취지다.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회신하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컨소시엄의 인수상황 재점검 요청에 속히 응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HDC현산의 '무려 12주' 재실사 주장이 사실상 인수합병 무산을 염두에 둔 시간끌기이자 책임 떠넘기기로 봤다. 금호산업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산은도 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난타전이 벌어졌다. HDC현산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매도인 측이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실사 제안을 전면 거부하고 HDC현산에 거래무산의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M&A에서 거래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위해 자료와 입장의 전달은 공식적인 문서로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재실사는 구두나 대면이 아닌 서류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효율적이며 재실사가 이루어진 다음 인수조건을 재협의하는 단계에는 대면 협상이 자연스러운 방식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호산업은 HDC현산의 제안 자체에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을 통해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의지가 있다라고 수차례 밝히면서도 대면협의에는 응하지 않고, 보도자료나 공문을 통해 일방적 입장만을 전달하고 있다”며 “인수의 진정성에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HDC현산이 노딜을 염두에 두고 계약금 반환을 위해 여론전에 돌입한다는 주장이다. 그 연장선에서 12일부터 계약 해지를 선언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HDC현산이 9일 금호산업에 원만한 거래종결을 위한 양사 대표이사간의 대면협상을 제안하고 향후 원만하게 일정과 장소 등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금호산업의 제안을 최대한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며 상황은 반전됐다. 말 그대로 급 반전이다.

금호산업도 반색했다. 금호산업은 당초 거래 종료일인 10일 입장문을 통해 “늦었지만 이제라도 HDC현대산업개발이 대면 협의를 수락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듯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의지가 변함 없고 조속한 거래 종결이 이루어지는 것을 원한다면 언제든지 만나서 거래 종결 절차를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12일 현재 HDC현산과 금호산업은 조심스럽게 접촉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연장선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단 파국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본다.

   
▲ 출처=뉴시스

다만 HDC현산이 여전히 재실사를 위한 대면 접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금호산업은 인수합병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 협상 결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12주 재실사가 4주로 단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는 협상이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HDC현산이 '시간끌기'에 나서는 것이 사실이라면 대면협상 자체가 요식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HDC현산이 재실사 카드를 접고 지원 부담금을 낮추거나 그 외 자사 타격을 경감시킬 방안을 플랜B로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호산업은 부정하고 있으나,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회계가 부실하다는 점을 파고들어 추가적인 딜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제기되는 여러가지 시나리오도 결국 가설일 뿐, 현 상황에서는 여전히 노딜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아시아나항공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힘겨운 아시아나항공'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는 역시 미지수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구주 매각대금을 이용한 자금 운용 계획을 별도로 수립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8.12  12: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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