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항공기(왼쪽)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오른쪽).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로 막혔던 하늘길이 차츰 열리고 있지만 항공업계의 고용한파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년 대비 대폭 줄어든 국제선 운항률과 지속되고 있는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가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나날이 격화하는 미국 시위, 미·중 갈등 등도 변수로 떠오르면서 고용 정상화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모든 항공사 고강도 휴직제도 시행 중

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4월부터 10월 까지 최대 6개월의 직원 휴업을 시행중인 가운데, 이달까지였던 외국인 조종사 376명에 대한 무급휴직을 7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전 세계 하늘길이 차츰 열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제선 운항률이 전년 동기 대비 22%에 수준에 불과한데다, 전체 여객기의 30% 이상을 단기 보관하고 있는 만큼 인력 충원은 섣부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6월까지 직원들의 무·유급휴직을 이어감과 동시에 지난 3월부터 돌입한 외국인 조종사의 무급휴직을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외국인 조종사 120여명 가운데 보잉 747 화물기 조종사 일부를 제외한 전원이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7월 이후에도 아시아나항공의 무급휴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상황도 마찬가지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몇몇 기업이 국제선 재개에 나선 상황이지만 휴직은 지속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전 직원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진에어도 순환휴직제도와 희망휴직 등을 시행 중이다. 티웨이항공도 전 직원 14일 유급휴직과 단축근무를 6월까지 연장했으며, 이 밖에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도 휴직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매각이 진행 중인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전 노선 셧다운에 돌입하며 전 직원이 3개월가량 무급휴직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직원의 5분의 1수준에 달하는 350명 가량을 정리해고 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다음 달 운항재개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운항증명(AOC) 효력이 일시 중지된 상황이어서 고용 정상화까진 긴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 직원들은 정부 고용지원금을 통해 임금의 70%가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받지못하는 항공사의 하청업체인 지상조업사들은 더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 시위에 미중갈등까지… “정규직 구조조정 관측도”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나날이 격화하는 미국의 시위, 미·중 갈등 등 변수가 발생하면서 고용 정상화가 예상보다 더욱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달부터 미주 하늘길에 대한 항공편을 재개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전역에서 흑인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며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령됐다. 이에 지난달 30일(현지시간)에는 밤 11시50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항공편의 이륙 시간이 12시간 지연된 바 있다. 또한 같은날 밤 11시55분 LA를 출발해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인천으로 올 예정이었던 화물기 KE214편도 이륙이 지연됐다. 일각에서는 일부 항공편의 결항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또한 공중전으로 번지고 있는 미·중갈등도 걸림돌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당초 이달 운항 계획을 세울 때 중국이 양회 이후 국경 통제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중국 노선 재개를 염두에 뒀다. 그러나 중국이 이를 완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앞서 중국 노선 재개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이 와중에 미중 갈등이 공중전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일(현지시간) 오는 16일부터 중국 항공기의 취항을 막는 강경 조치를 내놨다. 앞서 지난달 미국이 중국에 이달부터 항공편 운항을 전면 재개하자고 요청했는데, 중국이 이 요청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움찔한 중국은 미국 발표가 있은 지 반나절 만에 외국 항공사에 대해 중국 노선의 운항 재개를 허용하기로 한발 물러섰다. 오는 8일부터 모든 항공사에 주 1회 운항을 허용하고, 기존 운항사에는 주2회로 편수를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항공 편수를 철저히 통제한 기존 계획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설상가상으로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로 선언한 중국 항공사의 미국 취항 금지를 더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규직에 비해 비교적 해고가 쉬운 인턴, 계약직 등을 중심으로 직원 수가 급격히 줄었다”면서 “기내식과 청소 등을 담당하는 하청업체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여객 수요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정규직을 대상으로도 대규모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