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항공주 매각

지난 5월 2일, 버크셔 해서웨이가 연례 주주총회에서 지난 1분기에 497억 달러(60조 6천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다국적 지주회사.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손실이 아니라, 버핏 회장의 사과였다. 버핏 회장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순손실이 자기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 70년간 온갖 경제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투자의 귀재. 그런 버핏 회장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올해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기록한 1분기 순손실 497억달러(60조 6천억 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 전년 2019년 동기에, 버크셔 해서웨이는 216억 6,000만달러(26조 원) 순이익을 기록했었다. 비교할 수 없는 손실 규모이다.

2020년 1분기 손실 발표에 이어, 버핏 회장은 미국 4대 항공사 주식 전량 매도 사실도 밝혔다. 델타, 아메리칸,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항공의 주식도 모두 매도했다는 것. 버크셔 해서웨이가 매도한 총규모는 60억 달러(7조원)가량이다. 충격적이었다.

버핏 회장은 “항공업계는 코로나19와 같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에 의한 ‘셧다운’으로 정말 큰 타격을 입었다. 항공산업의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 3-4년 이후에도 예전처럼 비행기를 많이 탈지 모르겠다.”면서 지분 매각의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굴기의 상징 해외 호텔 매입

지난 2015년, 세계 호텔 시장에는 중국 발 공급경보가 한 차례 발령됐었다. 중국 자본에 의한 해외 알짜 호텔에 대한 무차별적 인수 작업에 대한 경고였다. 자국 해외 관광객이 증가하자, 중국 기업들이 해외 호텔 인수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2014년부터 중국 기업들은 해외 호텔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2014년 중국 기업들의 해외 호텔 인수는 10억 달러(5,500억 원)였고, 2015년에는 5배가 증가한 50억 달러(5조 5,000억 원)규모.

해외 호텔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중국 기업은 안방(安邦)보험. 2014년 10월, 미국 뉴욕의 유서 깊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19억 5000만 달러(2조 2,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주목을 끌었고,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 호텔 인수 경쟁에 나섰다.

2015년 7월, 상하이진장(上海錦江)국제호텔그룹은 유럽 제2 호텔체인 루브르호텔그룹을 인수했다. 인수 액수는 12억 1,000만 유로(1조 5,000억 원). 된다. 루브르호텔그룹은 유럽 두 번째 호텔 체인으로, 47개국에 1,100개 이상 호텔을 보유하고 있었다.

같은 해, 중국 푸싱그룹도 이탈리아 리조트 체인 소유주 안드레아 보노미와 18개월간의 치열한 인수전 끝에 글로벌 호텔 체인 클럽메드를 결국 손에 넣었다. 자국 해외 여행객 증가를 예상한 중국의 해외 호텔 인수 경쟁의 서막이었고, 이후 계속되었다.

 

세계 최초의 여행사 인수 합병의 저력

해외 호텔 인수가 한계에 다다르자, 중국 기업들은 해외 여행사, 식당 프랜차이즈, 극장체인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2018년 중국인 해외 관광객 수는 1억 6,000만 명. 자국 관광객들을 위해서, 세계 관광업계를 쥐락펴락하겠다는 것.

결국 지난 2019년 11월, 클럽메드를 인수한 포선그룹은 세계 최초 여행사 토마스 쿡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토마스 쿡은 빅토리아 여왕 시절인 1841년 설립돼 178년간 세계 여행업을 좌지우지해온 영국 제국주의의 상징. 150년 전과 역전 상황이었다.

토마스 쿡의 지분 20%를 소유하고 있던 푸싱그룹은 이미 토마스 쿡의 전략적 투자자로 꼽혀왔다. 포선그룹은 토마스쿡의 여행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유럽 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요량이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여행 사업, 호텔 사업, 항공 사업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가진 토마스 쿡이 파산으로 이어진 것은 2가지 변수 때문. 브렉시트와 여행 패턴의 변화. 이성민의 미래전망은 ‘산업지형 변화의 신호탄 토마스 쿡의 파산 신청’(2019.09.25.)에서 다룬 바 있다.

6개월 전, 토마스 쿡을 인수하던 포선그룹은 중국은 인구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기업들을 전부 중국 기업으로 수용하는 기업 용광로를 만들어낼 자신감이 있었다. 브렉시트는 그야말로 남의 일, 중국인은 아직 단체관광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1,100만 파운드(166억 원)에 토마스 쿡을 인수한 푸싱그룹의 첸젠눙(錢建農) 회장은 “푸싱그룹은 토머스 쿡의 브랜드 인지도를 통해 여행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해외여행 사업에도 탄탄한 성장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두 달 늦게 개최된 2020년 양회

지난 5월 21일,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던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 이벤트 양회가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매년 그랬듯 3월 개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두 달 연기된 것이다. 양회 연기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처음 있는 일.

2021년 공산당 창당 100년을 선포하며 포효하려던 G2 중국. 그러나 우한 발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고 1분기 –6.8%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역대 최악의 경제 성적표. 2020년 6%의 성장률도 버겁다던 예상이었는데, 이제는 예측 불가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결국 전인대에선 2020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 지도부는 통화와 재정 정책에 여력이 충분하다며, 거시정책이 선별적으로 유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불확실성이 높은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피력한 것.

그러나 2020년 중국 전인대의 핵심 안건은 경제가 아니다. 폐막일인 28일에 처리할 ‘홍콩 보안법’이 핵심. 중국이 반중(反中) 인사들을 처벌하고, 미국 등의 홍콩 문제 개입을 금지하겠다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미국의 반대에도 중국은 제정할 기세이다.

‘홍콩 보안법’을 제정할 경우,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 등 강력 제재하겠다고 거듭 경고하지만, 중국은 ‘개의치 않고 갈 길을 가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홍콩 보안법’까지, 미중 관계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인의 해외여행은 당분간 불가능. 워런 버핏 회장이 항공주를 매각한 것은 당연한 수순. 향후 중국 소유 해외 호텔과 관광업의 위기 가능성이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