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다양한 유형의 상가와 오피스가 자리 잡고 있는 강남역 상권이 코로나19로 인해 뚜렷한 명암을 보여주고 있다. 업무지구 등 풍부한 고정수요를 갖춘 요식업계와 편의점 등 비대면에 가까운 상가들의 매출 하락세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인 반면, 대치동 학원가 등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극대화되고 있는 지역과 오피스 등 일부 유형 상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될 경우 이런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공실 높은 테헤란로, 권리금 하락


▲ 테헤란로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강남역과 역삼역, 선릉역에 형성된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상권은 유동인구와 수요 감소로 권리금과 임대료 등이 일부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강남대로의 공실률은 3.7%에서 4분기에는 4%로 소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테헤란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6%에서 14.1%로 줄었지만 여전히 자연공실률을 훌쩍 뛰어넘는 높은 공실률을 기록한 바 있다.

공실률이 높은 테헤란로의 경우 권리금 하락이 발생하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자들은 지적한다.

역삼역 인근 한 중개업자는 “매매 가격은 별 떨어진 곳은 없다. 다만 일대의 전반적인 권리금은 일부 상가 매장은 10~20% 낮춰진 것 같다. 영업을 안하는 가게가 생기니까 휴업상태의 매장들이 보이는 것 같다”고 답했다. 다른 인근의 업자 역시 권리금 하락의 원인으로 “영업 상가의 휴업과 대로변 상가에 입주한 기업들의 임대 계약 연장 중단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업자는 “권리금이 소폭 낮아졌지만, 입지에 따라 워낙 차이가 크고 임대료 하락은 일부 건물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인하하는 것 외에는 아직 하락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고정수요 돌아온 강남대로, 요식업 매출 회복세


▲ 강남역 인근 한 빌딩.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강남대로 일대의 먹자골목 상권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잠시 활기를 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로 주변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근처 음식점으로 향했다.

테헤란로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윤수 빌사남 부동산 중개법인 대표는 “코로나가 한창 창궐할 때인 지난달부터 재택비율이 높았고, 이달부터 재택이 많이 풀리면서 다시 고정수요가 회복되는 경향이다. 역삼 골목상권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지만 공포심리가 심했을 때보다 덜해져 요즘은 다시 회복되는 모습”이라고 이야기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강남 업무지구 근처 요식업자들은 일반적인 상가와는 다르게 고정수요가 있어 저녁 매출은 급감했지만 점심에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2월 중순부터 코로나 19로 인한 타격이 있었지만 지금은 매출이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로 보인다”고 답했다.

다만 근방 모든 업자들이 모두 이런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했다. 조금 떨어진 선릉역 일대에서 우육면 등을 취급하는 한 요식업 대표는 “재택의 영향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손님들이 50%는 확 줄어서 고민이 크다. 현재 사이드 서비스도 주면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려고 하고 있지만 사실 역부족이다”라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가는 영업 중단에 패닉


▲ 대치사거리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재택 근무가 줄면서 직장인 고정수요로 매출을 조금씩 회복하는 일부 상권과는 달리 강남 대치동 일대의 학원가는 강남 상권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상권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대치 사거리 등에 분포한 일부 소형 학원을 제외하고 많은 대형 학원들이 현재 가중되는 영업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 인근의 한 부동산 업자에 의하면 대치동 일대 상권은 학원들이 내는 임대료에 대다수를 의존하는 구조다. 권리금이나 임대료 역시 주변 상가의 임대료보다 높게 형성된 편이라는 것이 중개업자의 전언이다. 해당 업자는 “대형 학원의 임대료가 특히 높은 편인데, 현재는 대형 학원들의 타격이 훨씬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임대료 부담은 큰데 현재 영업 자체가 불가능항 상황이라 손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 대치동 학원가 한 상가.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한편 강남역의 한 어학원은 빌딩 내 1층에서 체온 체크를 하는 관리인을 두고 출입 인원의 신원을 체크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어학원 관계자는 “3월 일부 강의는 연기했지만 이번 달은 정상적으로 강의를 진행 중이다. 수업 중에도 거리유지와 마스크 착용을 실히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강생이 다소 감소한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김윤수 대표는 향후 대치동 일대 학원가 상권에 대해서 “사실 공실이나 급매 등이 나올 정도로 장기화 된 상황이 아니라 공실 징후는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사태가 더욱 장기화되면 공실 등에도 분명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강남 특성상 일부 편의점 등 유통업태 적은 타격


대형상가와 학원가 중심의 상권이 큰 타격을 받았다면, 코로나19에서 가장 피해가 적은 상가와 유통형태 유형은 편의점이었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이하 C&W)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편의점은 기타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비해 코로나19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백화점의 매출감소폭이 23.6%에 달하는데 반해, 편의점은 0.5%로 미미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대로 상권 내 편의점 월평균 추정 매출 역시 강남구 평균 전체에 비해서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강남대로 상권 내 편의점의 월 평균 매출은 7648만원으로 강남구 편의점 월평균 추정 매출 5929만원보다 1719만원 높은 매출이다. 전체 매출의 34.8%는 30대가 차지했다.

조현택 연구원은 강남역 일대의 중대형 상가들이 타격을 받는 중에 편의점 등이나 업무지구 근처의 요식업 등은 고정 수요로 매출을 유지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공유오피스 같은 경우는 코로나 직결되기 때문에 타격 가능성 방역에 훨씬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편의점의 매출에 대해서는 “편의점의 경우 코로나19에서 그나마 피해를 줄인 업종 유형 중 한 곳이다. 일반 식당보다 비대면 조건에 더 가깝고, 재택 등 달라진 일상으로 간편식 수요도 증가하면서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원은 또 “강남역 인근 편의점의 경우 학원가 등이 있어 간편식 수요도 있는데다가 업무지구도 많이 위치하고 있어 사무용품 등 기타 매출도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