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주의보는 해제됐지만 강풍이 여전하던 평일 저녁 5시. 박모 씨(여·63)는 한 남자와 함께 포장마차 천막을 펼치고 있다.

천막은 펼치는 데만 1시간 정도 걸리고 물리적으로 힘을 많이 쓰는 일이라 일당 5만원을 주고 사람을 쓴다.

여의도역 근처에서 6년째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는 박 씨의 일과는 그렇게 천막을 치는 일부터 시작된다. 6시가 되면 얼추 장사 준비가 끝나고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드는 9시가 되기 전까지는 테이블의 대부분이 비어 있다.

벚꽃축제 기간에나 잠깐 반짝
요즘 장사 잘되냐고 묻자 “지금이 제일 힘들어. 벚꽃축제 기간에나 잠깐 반짝했지”라며 말끝을 흐린다. 박 씨는 여의도로 오기 전 사당동에서 15년 정도 포장마차를 했다.

포장마차만 20년 넘게 해온 박 씨는 “IMF 때는 오히려 장사가 아주 잘됐어. 그때는 다들 처음 겪어서 그런지 지금이랑은 분위기가 달랐지”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 씨가 경기불황을 몸소 느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해 12월 매출이 절반 가까이로 떨어지더니 아직까지도 봄이 찾아오지 않고 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적금과 변액보험 등을 해약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풀릴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확고했다. “내 보기엔 아직 멀었어.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 있어야 그런 기대도 하지. 아직 한겨울이야”라고 말하는 박 씨의 표정이 어둡다.

9시가 가까워오자 하나둘 테이블이 채워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빈자리가 더 많다. 박 씨는 예전에는 9시부터 꽉 차기 시작했는데 경기가 어려워진 후로는 딱히 그런 시간대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할 피크타임이 사라진 것이다.

천막을 걷는 시간도 한두 시간 당겨졌다. 새벽 2~3시쯤에 정리를 하던 것을 지난해 말부터는 새벽 1시면 정리를 한다. 매상은 하루하루가 다르긴 하지만 요즘은 평균 잡아 10만원 정도가 순익으로 떨어진다.

손님만 준 것이 아니라 단골들의 씀씀이도 줄었다. 안주 두 개 시키던 단골들이 하나만 시키는 일이 늘었고, 술도 전처럼 마시지 않는다.

박 씨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도중에 한 손님이 계산을 하고 나간다. 오돌뼈에 소주 한 병, 1만5000원이다. 박 씨는 그 역시 단골이라고 설명한다.

박 씨는 그래도 여의도에서 장사하는 것이 편하다고 말한다. “주로 근처 증권사 직원들이 단골이다 보니까 다들 1등 손님이야”라며, 박 씨는 술주정하는 손님이 없어 장사하기 좋다고 말한다.

매상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건강이 크게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박 씨는 여의도를 지킬 생각이다. “이게 다 윗사람들이 물가를 못 잡아서 그렇다”고 말하면서도 박 씨는 다시 새로운 적금과 변액보험을 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