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들은 경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지만, 부동산은 최근 4년중 가장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부자들의 보유 부동산 비중은 감소했고, 펀드(ELT포함) 등 간접투자 비중은 축소한 반면 직접투자는 확대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의 금융자산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부자들은 앞으로 5년간 실물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었다.

침체 전망이 지난해보다 약 1%포인트 줄었으나 여전히 절반 이상이 경기침체를 전망하고 있으며 회복 전망도 1.4%포인트 감소했다. 현 상태로 정체된다는 응답은 2.3%포인트 증가해 여전히 부자들의 경기전망은 밝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 경기에 대한 전망은 실물경기 전망보다 훨씬 양호할 뿐만 아니라 최근 4년간 설문조사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보는 전망은 지난해 대비 10.6%포인트 감소한 반면 회복될 것으로 보는 전망은 12.5%포인트나 증가했다. 다소 어두운 실물경기 전망과 최근 정부의 부동산규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지속적인 상승흐름을 보여 왔던 부동산시장에 대한 부자들의 신뢰가 여전히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부자들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향후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출처=하나금융연구소 2020 Korean Wealth Report

"금융자산 축소할 것" 부자들, 포트폴리오 조정

경기 및 부동산경기 전망 하에서 부자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현재의 자산 구성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다른 점은 현재의 자산구성을 유지하되 투자내용을 변경하겠다는 응답이 4%포인트 증가했고, 부동산비중을 축소하고 금융자산 비중을 증가하겠다는 응답이 4%포인트 감소한 점이다. 이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부자들의 긍정적인 전망이 어느 정도 내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0대 이하의 젊은 부자들에게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현재 자산구성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31%로 평균보다 현저히 낮고 부동산비중 확대 및 금융자산 비중 축소가 23%, 자산구성을 유지하되 투자내용을 변경하겠다는 응답이 31%로 평균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리밸런싱 의사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총자산별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총자산 규모가 낮을수록 다소 적극적인 자산 리밸런싱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총자산 규모가 낮을수록 연령대가 낮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거주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이나 지방에 거주하는 부자들이 부동산 비중을 확대하고 금융자산 비중을 축소하려는 의사가 서울 지역에 거주하는 부자들보다 많았다. 이는 40대 이하의 젊은 층이 서울 강남 3구보다 수도권이나 지방에 위치하고 있는 비중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참고로 설문 대상인 부자들의 거주지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 강남 3구 46.4%, 서울 강남 3구 외 23.1%, 서울 제외한 수도권 18.7%, 지방 11.9%였으며 연령이 많을수록 강남 3구에 거주하고 연령이 적을수록 지방에 거주하는 부자들이 많았다. 40대 이하 부자들이 수도권과 지방에 거주하는 비중은 46.2%였다. 

▲ 출처=하나금융연구소 2020 Korean Wealth Report

지난해 부자들의 보유 부동산 비중은 감소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전체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0.9%로 직전 조사에 비해 2.2%포인트 감소했다. 2013년을 저점으로 부동산 비중이 계속 증가해왔지만 지난해엔 오히려 감소했다.

거주 지역별로 강남 3구를 포함한 서울 및 수도권 거주 응답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감소한 반면, 지방 거주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증가하였는데 이는 지방 거주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만 감소했던 지난해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연령대별 및 자산규모별로 볼 때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50% 전후로 구간별로 유사하나 총자산 규모가 10~30억원 부자들의 경우에만 부동산 비중이 38.7%로 낮게 나타났다.

고연령층일수록, 고액자산가일수록 상업용부동산 비중이 급증했다.

60대 이상 부자들의 상업용부동산 비중이 높은데 이는 부자들은 부동산투자를 통한 대규모 자본이득보다 상업용부동산을 통한 안정적인 소득 확보를 선호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전년 대비 상업용부동산의 비중만 5.2%포인트 증가하고 거주목적주택과 투자목적주택 비중은 각각 1.3%포인트, 0.1%포인트 감소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젊은 부자일수록 투자목적주택 비중이 높고 고연령의 부자일수록 상업용부동산의 비중이 높다. 이는 투자목적주택을 통해 부를 축적한 후 점차 노후 준비를 위해 상업용부동산 비중을 늘려간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40대 이하 부자들의 경우 투자목적주택의 비중이 전년비 6%포인트 증가한 반면 상업용 부동산 비중은 3%포인트 감소했다. 60대 부자들만 거주목적주택 비중이 지난해 대비 8%포인트 감소했고, 다른 연령구간에서는 거주목적주택 비중이 증가하였는데 이는 은퇴 시점에서 주거지 다운사이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100억원 미만 부자들은 거주목적주택의 비중이 최소한 절반을 차지했다. 100억원 이상의 초고액자산가의 경우엔 거주목적주택 비중이 24%에 불과한 반면 상업용부동산 비중이 55%를 차지해 총자산 규모가 클수록 고가의 대형 상업용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매입 관련 응답 중에서도 매입의사 없음 43.4%, 향후 결정 41.8%로 관망하는 자세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매입 또는 매입하겠다는 계획이 14.9%로 매각했거나 매각하겠다는 응답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여기서 40대 이하와 50대 등 젊은 부자들의 매입 또는 매입의사 응답이 각각 22.0%와 20.2%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으로 볼 때 젊은 부자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출처=하나금융연구소 2020 Korean Wealth Report

펀드 등 간접투자 비중 축소한 반면 직접투자는 확대

부자들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및 예금 등 안정성 자산의 비중은 40.6%로 지난해와 거의 비슷했다. 반면 주식, 채권, 펀드 및 신탁(ELT포함) 등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이 안정성 자산의 비중보다 높아 부자일수록 안정성 자산을 일정 이상 보유하고도 풍부한 투자여력을 바탕으로 한 높은 수익추구 성향이 그대로 나타났다. 

금융자산 규모가 클수록 현금 및 예금 등 안전자산 비중이 낮고 주식 및 채권 등 직접투자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의 초고액자산가는 주식 비중이 전체 23.5%로 평균 15.9%에 비해 매우 높았으며 안전자산이나 펀드 및 신탁 등 간접투자 비중은 평균보다 낮았다. 특히 주식 비중의 경우 전년도 19.1%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초고액자산가들이 주식 비중을 크게 늘렸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초고액자산가 대비 상대적으로 금융자산이 가장 적은 10억~30억원 부자의 경우 현금 및 예금 등 안전자산의 비중이나 펀드 등 간접투자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부자들의 2019년 금융자산 투자수익률은 0~5%로 응답한 비중이 48.5%로 가장 많았고 5~10%로 응답한 비중도 22.7%에 달하였으며 손실을 기록한 부자들의 비중은 25% 정도였다. 구체적인
수치가 아니어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우나 2018년 부자들의 평균 금융자산투자수익률 1.86%에 비하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 출처=하나금융연구소 2020 Korean Wealth Report

지수연계상품, 사모펀드 인기 뚝, 해외자산 선호

그동안 주가와 연계된 증권상품인 ELS, ELT, ELF가 부자들의 선호 상품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DLF의 대규모 손실 우려 영향 등으로 지수연계상품의 2020년 중 금융상품 선호도가 감소했다.

지수연계상품(ELS, ELT, ELF) '비중을 유지하겠다'는 응답 비중이 44.2%인 가운데 '확대 하겠다'는 응답은 10.8%인데 비해 '줄이겠다'는 비중은 45.0%에 달했다.

사모펀드는 지난해 선호도 5위에서 이번 조사에서는 순위 밖인 15위로 크게 밀려났다. 

이에 반해 외화예금, 해외채권을 포함한 외화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증가 추세다.

응답한 부자들 중에서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비중은 78.5%로 조사되었다. 이들 중 외화예금과 외화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 비중은 각각 71.5%와 50.9%로, 부자들은 상당 수가 외화자산을 외화예금과 외화현금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형태는 해외주식과 외화표시채권(각각 약 10%)이었으며 기타 다른 형태의 외화자산은 많지 않은 편이었다. 외화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 중에서 보유한 전체 금융자산 중 외화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 정도이다. 대체로연령이 높을수록, 금융자산이 많은 부자일수록 보유 전체 금융자산 중 외화자산 비중이 높았다.

▲ 출처=하나금융연구소 2020 Korean Wealth Report

부자들 금융자산 수익률은?

부자들의 지난해 금융자산 투자수익률은 0~5%로 응답한 비중이 48.5%로 가장 많았고 5~10%로 응답한 비중도 22.7%에 달헀다. 손실을 기록한 부자들의 비중은 25% 정도였다. 구체적인
수치가 아니어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우나 2018년 부자들의 평균 금융자산투자수익률 1.86%에 비하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스피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9.4%였다. 특히 3분기 중 일본의 수출규제 및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으나 4분기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불확실성 요인이 다소 해소되면서 주가가 상승흐름으로 전환되었다. 금리는 저금리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편 파생결합증권과 사모펀드와 관련한 이슈가 불거지면서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불신이 부각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