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대한민국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서울·경기 수도권은 물론이고 저 멀리 부산과 제주까지 ‘코로나19’의 검은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매년 겨울과 봄철에 찾아오는 중국발 미세먼지는 코로나19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여겨진다. 미세먼지도 외출 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불편함을 주지만 최소한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게 만들진 않기 때문이다.

사람 간 접촉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는 개학을 늦췄고, 심지어 대학교도 개강을 연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등 새로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쏘아 올린 감염병 공포가 자국민의 건강은 물론, 산업과 경제 전반에 거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국내 일일 누적 확진자 수. 출처=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3월 20일 정점·최대 1만명 감염

국내 코로나19 환자 수는 지난 2월 18일까지만 해도 31명에 불과했다. 해외 유입이나 접촉자 중심의 환자가 대부분으로 보건당국이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처로 감염증 확산을 통제해왔다.

하지만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인 60대 여성이 31번 환자로 분류된 다음 날인 19일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2월 20일 국내에서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난 확진자 수가 2월 26일 처음으로 1000명을 돌파했다.

신천지에 이어 명성교회와 소망교회 등 서울의 대형 교회에서도 코로나19 확정 판정을 받은 신도가 나오면서 집단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종교단체에 의한 ‘슈퍼전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사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정부는 지난 2월 23일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한 이후 처음이다. 현재의 감염 확산 속도를 막지 못한다면 전국적인 대규모 확산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조치다.

▲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 예방, 증상 인포그래픽. 출처=게티이미지

갈수록 거세지는 확산세에 국내 코로나19 감염자가 1만 명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투자은행 JP모건은 2월 24일 발표한 ‘확산하는 코로나19: 감염의 정점과 증시 조정의 규모·기간’ 보고서에서 “한국의 코로나19 사태는 3월 20일에 정점을 찍고, 최대 감염자 수는 1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대구 시민 240만 명 중 3%가 바이러스에 노출됐고, 중국과 비슷한 양상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난다고 가정한 결과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순 없지만 현재의 확진자 발생 추이를 감안하면 JP모건의 전망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천명까지 도달하는데 37일이 걸렸다.

정부도 JP모건의 보고서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2월 26일 “JP모건 발표는 읽고 논의했으나 아직 그 판단을 신뢰하기에는 중국 측의 전파력 통계나 이런 수치들과도 비교해 분석해야 시점이라고 판단한다”며 “방역대책본부에서 추가 검토와 분석이 현재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수성해라

코로나19는 감염력이 높은 탓에 신종플루 유행 때보다 환자 속도가 2배가량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전체 환자의 80% 이상이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해당 지역이 뚫리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대구지역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자체와 함께 방역조치에 나섰다. 국가 차원에서 이 지역에 병상과 인력, 장비 등 필요 자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도 급증하는 환자 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환자가 연일 쏟아져 나오면서 대구시는 의료 시설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음압병상 격리를 포기하고 일반 병상에 확진자를 입원시키고 있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또 격리 상태인 경북대병원의 무증상 인턴들이 “제발 일하게 해달라”면서 격리 해제를 요구할 정도로 현지의 인력난이 심각한 상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월 27일 열린 브리핑에서 “환자 치료를 위한 대구시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의사와 간호사 등 지역 의료인들이 자원봉사자로 적극 나서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권 시장의 절절한 호소 덕분인지 전국 의료진들이 코로나19의 최전선인 대구시를 돕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환자 진단검사와 치료, 행정 지원 등 대구 지역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백의 천사들의 발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힘겨운 상황이지만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 보건당국의 코로나19 검사속도와 규모에 세계 보건 전문가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의학박사인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서 “한국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보고는 매우 상세하다”며 “거의 2만 명에 대해 검사를 진행했거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상당한 진단 역량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매일 7~8천여 명에 달하는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진압이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싹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