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박소윤 지음, 레모네이드앤코 펴냄.

모든 것이 변한다고 해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 아무리 사업 환경이 통째로 바뀌더라도 여전히 제품과 서비스의 이용자는 ‘소비자’다. 이것이 ‘비즈니스 불변의 법칙’이다. 저자는 현재와 같은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마케터들은 타깃인 소비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공지능이 아직은 인간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해하는 능력’을 발휘하여 소비자를 이해하라고 강조한다. 자칫 자기만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비자 근시안(Consumer Myopia. 소비자 이해불충분)에 빠져 있다간 미래는커녕 현실도 왜곡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소비자 이해의 출발점은 ‘페인 포인트(Pain Point)’다. 이 단어는 통증점, 동통점(疼痛點) 등으로 해석된다. 소비자가 제품과 서비스에 불만을 갖거나 불편을 느끼는 점 등이다. 한 마디로, 소비자가 무엇을 불편해하고 어떤 것에 불만을 느끼는지 알아내는 것이 소비자 이해의 시작이란 얘기다.

소비자 이해는 현장에서나 가능하다. 숙박공유기업 에어비앤비 창업자 3인은 홈페이지를 오픈하면서 뉴욕에 집을 갖고 있는 호스트 40명 정도의 방 사진을 올렸다. 그러고는 사업 조언을 구하려고 실리콘밸리의 ‘미다스의 손’ 폴 그램을 만나러 갔다. 청년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듣던 폴 그램은 대뜸 “여기서 왜 이러고 앉아 있나? 나한테 질문할 게 아니라 당장 뉴욕으로 가서 호스트들을 만나 봐야지!” 했다.

그들은 주말마다 실리콘밸리에서 뉴욕으로 날아가 호스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 과정에서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려면 방 사진이 멋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각 전문 사진사들을 호스트들에게 보내 집과 실내 사진들을 예쁘게 찍어 올렸다. 이것이 신의 한수였다. 매출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후 버거킹 매출이 급감했다. 2009년 3조원에서 2013년 1조400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버거킹은 사모펀드 회사에 매각됐고, 월스트리트 출신의 다니엘 슈워츠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외식업 경험도 없는 32세 청년 CEO에게 투자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일주일에 2회 이상 매장에서 직접 햄버거를 만들고 고객주문을 받았다. 현장에서 직원들과 소비자들을 만나면서 햄버거 메뉴가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객들은 어떤 소스와 토핑이 어떤 햄버거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즉시 수십 가지 메뉴를 없앴다. 신제품 출시 절차는 더욱 깐깐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제품의 포트폴리오가 효율적으로 만들어졌다. 버거킹은 극적으로 회생했다.

이와 관련, 세계적인 브랜드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덴마크)은 “현재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소비자를 이해하려면 데이터에 의존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거의 모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소비자와의 가까운 스킨십을 통해 시작되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저자는 책에서 페인 포인트의 개념과 가치를 자세히 설명하고 페인 포인트 발굴 방법을 알려준다. 페인 포인트를 찾아냄으로써 비즈니스에 성공한 사례를 여럿 곁들여 흥미를 더하고 있다. 곳곳에 20년 마케팅 경력에서 나온 지혜와 비법이 공개돼 있다.

저자는 LEMONADE&CO 대표이며, 경희대 겸임교수 외 홍익대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마케팅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