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단행을 앞둔 유럽 정세

유럽은 지금 제2차 세계대전 직전처럼 혼란하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협상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유럽 대륙 사이의 최단 거리인 35.4Km의 도버 해협은 실제보다 10배, 아니 100배 이상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영국과 EU는 서로 한 치 양보가 없다. 심지어 전쟁이라도 불사할 것처럼 아예 눈에 불을 켜고 상대방의 꼬투리만 잡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영국과 EU와 올 연말까지 어떤 무역협정도 맺지 못하고 말 것 같다. 가는 데까지 가 보자는 식이다.

현재 EU 대표로 영국을 윽박지르는 나라는 프랑스. 프랑스는 EU 27개 회원국 중에서 브렉시트에서 가장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영국이 빠진 EU에서, 독일 다음으로 영향력 강력한 프랑스는 기회는 이때다 싶은 태도로 사사건건 영국의 발목을 잡는다.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뮌헨에서 열린 안보 콘퍼런스에서 “무역문제와 향후 EU와 영국간 관계설정에 관한 논의가 곧 시작되겠지만 서로 더 멀어지기만 할 것”이라면서 “각자 자신의 이익을 방어하는 협상이 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동안 영국 위세에 눌려 EU 내에서 꼼짝 못 했던 프랑스는 이참에 영국에게 처절한 응징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래서 영국을 유럽 바닥에서 내쫓고, 얼씬 못하게 하겠다는 심산이다. 브렉시트로 촉발된 유럽 대혼란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란 총선

혼란한 것은 유럽뿐만이 아니다. 중동의 화약고 이란도 마찬가지이다. 2020년 초, 2인자 가세 솔레이마니가 미국 정부에 의해 제거되고, 이로 인해 과도한 경계 의식이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오인 격추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이란은 혼란 속에 빠졌다.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을 다시 제기하며 지난 2년간 계속된 미국의 경제 제재 속에, 대도시 전역에서 이어진 민생 시위로 인해서, 이란에 당장 내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에는 오는 2월 21일 총선이 실시된다.

이번 총선이 중요한 이유는 대미 반응 태도를 비롯해, 향후 이란 국정 운영 방향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 4년 임기의 국회의원 290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 7,148명의 후보가 등록했고, 18세 이상 유권자 5,800만 명이 투표에 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공직 후보자가 통과해야 하는 ‘혁명수호위원회’의 검열. ‘혁명수호위원회’는 후보자에 대해 종교적, 사상적인 검열을 한다. 그러니까 형식상 자유 선거이지만, 내용상으론 ‘혁명수호위원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출마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를 신청한 14,000명 후보자 중 검열에서 7,296명이 탈락했다. 개혁주의 성향 때문이다. 1980년 선거 제도 도입 이후, 탈락자 숫자가 가장 많다. 어쨌든 이로 인해 대미 강경파가 의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발 위기 가능성이다.

 

광명성절 기념 속에 대미항전을 준비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광명성절로 경축하는 북한. 2020년 1월 17일은 78번째 광명성절.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전역에서 이루어진 광명성절 축하행사를 보도했다.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만수대 언덕에서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찾아 헌화하는 주민들에서부터, 위락시설과 스키장, 스케이트장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까지 다양한 모습이 공개되었다. 코로나19를 의식한 듯,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이보다 나흘 앞선 지난 2월 13일 목요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서는 북한 관련 중요 보도가 있었다.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따른 예산 요구와 향후 방위 프로그램에 관해 전략사령부와 북부사령부를 상대로 개최한 청문회에 서면 자료 공개였다.

찰스 리처드 미국 전략사령관은 “북한이 국제 규범을 무시하고 지역 불안을 조장하기 위한 악의적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더불어서, “북한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시험했다”고 밝혔다.

청문회에 함께 나온 테런스 오쇼너시 북부사령관 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관은 “북한은 핵 탑재가 가능한 ICBM으로 미국을 계속 공개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맞설 수 있도록 방어를 계속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강조했다.

 

국제 정세를 순식간에 정리한 코로나19

2월 18일 현재,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70,600여 명, 사망자는 1,772명을 기록 중이다. 중국 당국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신규 확진자는 13일부터 사흘 연속 2,000명 선을 유지 중이다. 신규 확진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 WHO는 “중국이 확진 환자 44,000여 명의 상세 데이터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면서 이같은 추세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해석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하락세가 코로나19의 소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완전 퇴치를 자신하는 중국 정부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 중국 정부는 3월 5일 개최 예정인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를 연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인대는 1985년 이후 한 번도 연기된 적 없다.

전인대 연기로 인해서 중국 정부 지도부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예방, 통제업무에 실패한 것을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2020년 상반기 산업 생산성을 떨어뜨려,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잦아들었지만, 2019년 하반기 중국 경제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제기되었다. 지방은행들의 도산, 가계부채와 기업 부채의 증가, 경제 성장률 하락.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5.4%로 예상된 2020년 경제 성장률도 맞추기 어려울 것 같다.

코로나19는 중요한 시그널이다. 2020년 신년벽두에 중국에서 불어닥친 코로나19 강풍은 브렉시트 단행으로 혼란에 빠진 유럽, 대미강경파가 득세할 것같은 이란 총선, 미국의 이목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북한 등의 국제 문제를 일거에 가라앉혔다.

14억 인구의 건강 문제가 순식간에 국제 정세를 잠식하는 것을 보면, 14억 인구에게 경제 문제가 발생하면 세계 경제가 동시에 침몰할 수도 있다는 염려가 든다. 코로나19가 중국 경제 위기를 촉발하는 촉매가 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느낌은 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