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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18년]허진의 회화미학ⓐ‥은연중에 뜻을 나타내어 보이는 다각적 순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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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2013-1, 2013,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162×130×2개/Dual Fused Animals & Utopia 2013-1, 2013, ink, pigment and acrylic on hanji, 162×130cm×2pieces

허진의 그림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억하려 애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소란하다.”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이는 동굴벽화에 나타나는 기법이기도 하다. 질주하는 동물의 모습을 보면, 측면의 시점에서 그려진 형상에 정면에서 본 것을 재현해 놓았다.

그것은 인상적인 것을 기억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일종의 기억화(記憶畵)이다. 주술과 기념이 별개가 아닌 세계였다. 그러나 허진의 기억은 그것을 포함하면서도 좀 다르다. 그의 텍스트가 지닌 특수한 매개성 때문이다.

구술적이기보다는 문자적이라는 의미이다. 문화적 기억으로서 그의 그림은 감각적이고 지각적인 형상을 통한 기억보다는 추상화하는 개념적 기억이 우위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그의 출발점인 동아시아 전통미학에서 기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형상성의 서술적 표현양식에 관한 연구」라는 그의 석사논문에 드러나듯이 그의 의도는 명백하다. 현실에 대한 형상의 대응이다. 비록 동시대를 포괄하는 집단적인 형상-기억의 지도는 아닐지라도 그 매개는 그의 실존적 기억이다.

신체적 퍼포먼스를 포함한 형상은 고분벽화에서 잘 나타난다. 즉, 의무적으로 수행되는 안정된 제례의식과 습관 등이다. 그 풍부함은 시각적 매체가 ‘인간의 표현의 역사적 심리학’의 저장 창고임을 보여준다.

허진의 형상은 감각적이기보다는 개념적이다. 형상이 보여주는 세계는 아직 형상이 없는 원형적인 감정의 표현과, 다른 한편의 형상이 없는 이론적·추상적 계산 사이의 중간지대를 보여준다. 그런데 허진은 역사라는 기억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상징 형식을 살펴본다. ‘유전과 묵시’, ‘다중인간’, ‘익명인간’, ‘유목동물’ 등이 그것들이다. 기억의 내용은 감정에 대한 어떤 ‘힘의 기록’인 것이다.

감정과 문화적인 표현행위는 상응한다. 허진의 그림은 형상이 담아내는 기억의 기록을 단순히 창고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적인 실재적 삶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요청한다는 의미에서 역사, 문화적일뿐만 아니라 실존적이다.

그래서 초기부터 현재까지 지속되는 화면의 대비와 대조를 통한 강조 그리고 중첩에 의한 역설적인 애매성은 오히려 실존주의적 사유와 정치적 감각을 보여준다. 이에 대하여 그는(ARTIST HUR JIN,許塡,허진 작가,한국화가 허진,HUR JIN,허진 교수,허진 화백,A Painter HUR JIN) 스스로 “은연중에 뜻을 나타내어 보이는 다각적 순환 구조”라는 말을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의 내러티브는 닫힌 서사인가, 열린 서사인가?

△김병수(미술평론가)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kdc@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1.29  19:49:12

<경제를 리뷰, 미래를 본다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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