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019년 말 ICT 업계는 갑자기 양자 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물체의 최소 단위인 '양자(Quantum)'를 연산에 활용하는 양자 컴퓨팅은 말 그대로 '신의 계산'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는 꿈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다만 양자 컴퓨팅의 현재 기술력이 필요이상으로 부풀려졌다는 말도 나오기 때문에, 2020년에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기술력 제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 양자 ICT 산업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세 개의 산업
지난 9월 미국항공우주국(NASA) 사이트에 수상한 문건이 게시된다. 최근 개발된 양자 컵퓨터칩이 연산능력 기준 기존의 수퍼 컴퓨터를 압도해 기존 디지털 컴퓨터의 성능을 일부 넘어서는 ‘양자우월성(양자우위)’을 최초로 이뤘다는 내용이다. 구글 시커모어의 등장이다.

사실 양자 컴퓨팅은 양자 ICT의 일부다.

양자 ICT를 기분으로 보면 크게 양자 컴퓨팅, 양자센서, 양자암호통신 등 세 개의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양자 컴퓨팅의 경우 양자적 조합의 형태인 큐비트를 이용해 연산을 하며 양자중첩, 양자얽힘, 불확실성을 통한 병렬처리가 가능하다. 1982년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처음 양자컴퓨터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 후 지속적으로 기술이 발전했으며 2014년 세계 최초의 양자컴포터인 D-Wave가 공개된 바 있다.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당장 알고리즘 자체가 유동적이며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기존 컴퓨터에 비해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효과적이고 빠르게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는 양자암호통신이다. RSA 공개키 방식이 사실상 효율성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0과 1이 중첩된 양자비트, 혹은 큐피트로 메시지를 작성하며 편광을 활용해 무제한의 범위를 암호의 세계로 끌어냈다. 주로 비누거품에 비유되고는 한다.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과 통신을 주고받을 때 현행 암호방식은 취약점이 많다. 중간에 정보를 탈취해 복사한 후 다시 네트워크에 올려도 눈치채기 어렵고, 무엇보다 탈취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자암호통신은 누군가 암호화된 데이터에 접근하는 순간 이를 눈치챌 수 있으며, 무엇보다 강력한 진입장벽을 자랑한다. 심지어 데이터가 송수신 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조금이라도 변형되거나 조작되면 그 즉시 감지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양자를 보내는 기술인 양자키분배기가 존재하고 양자를 만드는 양자난수생성기(QRNG, 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가 있다. 이 분야에서 최근 SK텔레콤이 효과적인 기술력을 보여준 바 있다.

마지막으로 양자센서는 미세한 크기의 양자를 검출해 이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기술이며 레이저 및 적외선, 가시광선을 세밀하게 제어해 신호를 발산시키는 로드맵이다.

▲ 양자암호통신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2020년은 어떨까
현재 각 국 정부, 기업들은 양자 ICT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2022년까지 양자 ICT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국은 양자 ICT 산업에서 가장 빠른 상용화 로드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제로 2016년 8월 중국 정부는 북서부 간쑤성 고비사막에 있는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세계최초 양자통신위성(QUESS)을 탑재한 장정 2-D로켓을 발사했다. 위성의 이름은 중국 춘추전국 시대 철학가이자 과학자면서 기술자였던 묵자(墨子)다. 무게는 약 600kg이며, 90분마다 한 번씩 지구를 한 바퀴 돈다.

EU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양자 플래그십 조직을 신설해 2018년부터 2028년까지 10년간 10억 유로의 예산을 기업, 연구기관 등에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국도 오래전부터 양자 컴퓨팅 등 양자 ICT 업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양자정보과학 국가전략’ 수립 및 ‘국가 양자이니셔티브법(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 제정을 통해 체계적인 지원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구글 시커모어에 시선이 집중된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최근 용퇴를 선언한 가운데 구글은 이들을 기리며 두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브린과 페이지가 커다란 PC 앞에 앉아있는 사진과 앞으로 알파벳을 책임질 차세대 지도자 선다 피차이 구글 CEO가 작은 양자 컴퓨팅 칩을 들고있는 사진이다. 이는 인터넷 환경의 급변과 이에 맞는 구글 경영진의 변화 당위성을 잘 보여주는 한편, 구글이 양자 컴퓨팅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시사한다는 평가다.

전통의 IBM도 강자다. IBM의 양자 컴퓨팅 핵심 전력은 IBM Q 네트워크(IBM Q Network)로 볼 수 있다. 뉴욕에 있는 토마스 J. 왓슨 연구센터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IBM이 2017년 삼성전자, JP모건 체이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의 손을 잡고 출범했다. 현재 전 세계 약 80개 포춘 500대 기업, 교육기관, 연구소, 스타트업과 공동으로 최첨단 양자 컴퓨팅 기술을 상용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IBM 뉴욕 퀀텀 컴퓨테이션 센터(IBM Quantum Computation Center)도 가동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마존 브라켓(Amazon Braket), AWS 양자 컴퓨팅 센터(AWSCenter for Quantum Computing)설립, 아마존 양자 솔루션 랩(AmazonQuantum Solutions Lab)을 통해 양자 컴퓨팅에 집중하는 AWS도 주요 플레이어다. 당연히 인텔도 이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아직 존재감이 낮다는 설명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ICT 기술수준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의 양자정보통신 기술수준은 최고 기술보유국인 미국의 73.6%에 불과하며, 유럽(99.9%), 일본(90.0%), 중국(86.1%)와 10% 이상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SK텔레콤이 양자암호통신에서 두각을 보이는 장면과 KT 및 LG유플러스의 전격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 SKT의 IDQ 기술력이 공유되고 있다. 출처=SKT

KT는 특히 표준화 작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전기 통신 연합(ITU-T) SG13 국제회의에 참여해 11건의 기고서를 제출해 4개의 신규 표준화 과제를 추가로 채택시켰고, 전세계에서 양자암호통신 관련 가장 많은 6개의 표준화 과제와 34건의 기고서 실적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 됐다. 

KT는 2017년 9월 ITU-T SG17에서 양자암호통신 표준화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기하는 한편 2018년 6월에는 ITU-T SG13에서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관련 표준화 주제를 채택한 바 있다.

▲ KT는 양자 ICT의 표준화 작업에 집중한다. 출처=KT

LG유플러스는 상대적으로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더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6월 17일부터 2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ITU-T SG13 국제회의에서 논의된 표준에 참여하는 등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 5G 전송팀으로 양자암호통신 업무를 이관하며 기초체력을 키우는데 집중하는 중이다.

국내외 글로벌 양자 컴퓨팅, 즉 양자 ICT 업계를 이러한 다양한 전략들이 충돌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 블록체인의 기술도 양자 컴퓨팅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에 무게가 실리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이유로 2020년 양자 ICT 산업계는 양자 기술력의 조심스러운 상용화 타진 선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