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초청으로 지난 4일, 5일 이틀간 한국을 찾았다. 이는 지난 2014년 5월 이후 5년 6개월 만에 공식 방한이다. 양국은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악화된 한중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한한령이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피해주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6일 증권업계는 “투자자들은 관련 종목들에 투자할 때 한한령 해제의 영향이 실제 기업들의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일정 기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신중하게 투자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대표적인 사드 피해주로는 면세점·화장품업종이 꼽힌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체 관광객이 증가한다면 긍정적이긴 하지만 현재 산업을 움직이는 손은 글로벌 브랜드 제품 확보 역량에 강점이 있는 면세점과 중국의 파워 유통“이라면서 “단체 관광객이 증가한다 해도 리셀러 수요가 큰 면세·화장품에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면세시장의 주요 변수는 관광객이 아니라 프리미엄 화장품 소비 성장이라는 것이다.

또한 "ODM사들은 한한령 이후 오히려 지난해 최고의 업황을 경험했다“면서 ”관광객보다는 중국 대중(매스)시장 부진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한한령 해제 시 훈풍 기대된다, 음식료·미디어株

중국과의 관계 개선 시 음식료 업종과 미디어 업종에 훈풍이 예상된다.

음식료업종의 경우 중국 사업을 이미 거의 철수한 롯데제과, 롯데칠성에는 거의 영향이 없겠지만 중국 사업 비중이 큰 오리온, 농심, 삼양식품 같은 기업들은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방한이 오리온과 농심, 삼양식품의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면서 “오리온은 소비자의 대부분이 중국 기업으로 인식할 정도 훌륭한 현지화 전략을 펼쳤으나 사드를 통해 한국 기업으로 인지되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드 이슈 이후로 비용을 합리화하고 제품력을 강화시킨 오리온이 이번 방한을 통해 중국 소비자의 인식마저 개선된다면 실적 개선의 호기를 맞을 전망”이라면서 “오리온 다음으로 중국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농심과 중국 수출 비중이 큰 삼양식품도 긍정적 효과를 입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콘텐츠 제작사들도 한한령이 해제되면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콘텐츠가 정식으로 수출될 수 있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한령이 해제되면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콘텐츠가 정식으로 수출될 수 있고, 그 수혜는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콘텐츠 제작사에 집중될 것”이라 전망하면서 “대부분의 제작사는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판매할 때 중국 판권을 제외해왔기 때문에 한한령 해제 시 이익 레버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 출처= 한국투자증권

다만 한한령이 해제돼도 2015년부터 적용된 한외령(외국 콘텐츠 종합규제)는 유지되기 때문에 외국 콘텐츠는 방영 전 광전총국의 사전허가를 받아야하고, 콘텐츠 방영시간도 중국 콘텐츠 방영 시간의 30% 이내로 규제된다.

이에 오 연구원은 “한한령이 해제된다고 해도 중국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에 방영할 수 있는 한국 콘텐츠의 한도가 정해져 있는 만큼 그 수혜는 대작 콘텐츠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소형 제작사보다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와 같은 대형 제작사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실제로 이런 현상은 한외령만 시행되던 2016년에도 발생한 적이 있다. 2015년 한외령 시행 이후 한국 드라마 수입량은 소폭 증가했지만 한국 드라마 수입액은 대폭 증가하는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한한령이 답은 아니다, 항공·게임株

한편 한한령이 해제된다고 해서 관련 종목들이 무조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혜가 기대되는 항공과 게임업종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제한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업종은 한중 관계 개선에 따라 중국 노선 수요는 더 늘어날 여지가 커 신규 운수권 추가의 발판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항공업종은 현재 공급과잉에 직면해 있고 저비용항공사들의 중국 매출비중이 10%를 넘지 않아 한한령이 풀리더라도 단기적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임업종의 경우, 중국 판호 발급과 관련해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게임주 주가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지만 중국 시장 진출이 꼭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에 판호를 신청하고 대기 중인 기업들은 넷마블, 펄어비스 등이 있고 위메이드와 웹젠은 중국에서 IP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력이 평균적으로 국내 게임사들에게 더 이상 뒤쳐지지 않는 수준까지 발전해 판호가 개방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들은 높은 개발력을 보유한 일부 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판호가 발급돼 게임이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흥행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