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츠 스프린터. 사진=이코노믹리뷰 김덕호 기자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벤츠 스프린터는 ‘승용 밴’ 중 가장 고급 모델로 꼽힌다.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고객층이 한정적이어서 ‘연예인 차‘ 또는 ‘회장님 차’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고급 ‘패밀리 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급’이 다른 성능, 주문제작형 실내 등 프리미엄 가족형 밴을 찾는 40~50대 수요자들이 대상이다.

기자가 시승한 차량은 벤츠 스프린터의 바디빌더 업체 ‘더 밴’이 제작한 ‘9인승 기본형 스탠다드’다. 스프린터 319 CDI 모델(전장 5932㎜, 전폭 2020㎜, 전고 2376㎜)의 차체를 승용 환경에 맞게 컨버전(개조)했다.

'밴'이라는 특성상 경쟁사 제품들과의 외관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전면 그릴과 트렁크에 달린 벤츠의 '삼각별' 엠블럼이 스프린터의 특별한 존재감을 알린다. 화룡 정점이라고 할까?

'더 밴'은 벤츠의 정식 바디빌더 중 유일하게 ‘뉴 스프린터 319 CDI’ 모델의 9인승 승용 인증을 획득한 업체다. 출고와 동시에 버스 전용 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전고를 2.3m로 낮춰 도심 지하 주차장에서도 주차가 가능토록 했다.

▲ 벤츠 스프린터. 사진=다임러트럭코리아

차체 높이가 높은 만큼 운전석에 오르는 과정은 다소 낯설다.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듯 스텝을 밟아야 좌석에 앉을 수 있다. 높은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전면과 측면 유리의 개방감이 좋아 시야가 확 트인 느낌을 받고, 승용차들의 움직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운전석은 ‘벤츠’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단조롭다. 시트의 착좌감과 전면 계기판의 직관성은 좋지만 전반적으로 투박함이 느껴진다. 2020년 출시되는 모델부터는 벤츠 승용차에 장착되는 MBUX 시스템이 달린다고 하니 기대해 볼 만하다. 내비게이션과 음향기기 시스템에는 8인치급 안드로이드 시스템이 달렸다.

 

만족스러운 부분은 도로주행에서 나온다. 6기통 2987㏄ 190마력 디젤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는 제원상으로도 주행감으로도 동급 최고의 성능을 뽐낸다. 저속은 물론 고속 주행, 언덕주행에서도 답답한 느낌이 없다.

4기통 엔진 또는 4기통 터보 엔진을 장착한 경쟁차량(이베코 뉴데일리, 현대차 쏠라티)과는 엔진의 체급부터 다르다. 쥐어짜내는 듯한 부담스러운 엔진음이 귀를 괴롭히는 상황도 없다. 

하체 세팅도 좋다. 일반 국도는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안전 속도만 지켜준다면 탄탄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전고가 높아 코너링이 불안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내 그것이 편견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국내 브랜드 차량에서 느껴지는 출렁거리는 듯한 느낌도 없다.

디젤엔진의 소음이나 주행 중 느껴지는 진동도 벤츠 답게 잘 잡아냈다. 운전자는 물론 2~3열을 이용한 승객 들도 충분히 만족할 정도로 노면 마찰음이나 요철의 충격을 잘 흡수했다. 기자가 주행한 100㎞ 거리(국도 50%, 고속도로 50%)에서 8km/ℓ 수준을 기록했을 정도로 연비도 잘 나온다.  

▲ 벤츠 스프린터.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스프린터를 판매하고 있는 벤츠와 바디빌더사인 '더 밴'은 스프린터의 주 고객 확장에 나선다. 대기업 임원 또는 연예인이 타는 차가 아닌 고급형 가정용 패밀리 밴 시장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현재 고급형 패밀리 밴 시장에 진출한 차량은 기아자동차의 ‘카니발 하이리무진’과 쏠라티 정도다. 매년 4500대 정도의 차량이 판매되고 있지만 부족한 동력성능, 한정된 편의사양 및 공간 활용성이 지적된다. 4열시트의 경우 편의성이 낮아 트렁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디젤모델은 진동, 소음 문제, 가솔린 모델은 낮은 출력도 아쉽다.

반면 더 밴이 제작한 차량들은 벤츠의 ‘스프린터 319 CDI’ 와 ‘스프린터 519 CDI’ 차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공간 활용과 출력, 소음 및 진동에서 자유롭다.

주문 제작형 시스템을 거치기 때문에 사용자가 선호하는 음향기기, 디스플레이, 냉장고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상용화된 제품이라면 그 어느 것도 장착할 수 있다.

더 밴이 컨버전한 스프린터 기본형 '베이직 스탠다드'의 가격은 1억2000만원부터 시작하며, 풀옵션 모델은 1억9000만원이다. 내년부터는 캠핑카 개조 모델도 라인업에 추가될 예정이다.

또 2020년 상반기에는 용인에 메르세데스-벤츠 밴 전용 서비스센터를 오픈해 보다 안정적인 A/S를 제공할 계획이다.

▲ 벤츠 스프린터. 사진=이코노믹리뷰 김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