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A형간염 환자가 1년 새 8배가량 급증했다. A형간염은 치료제가 없고 집단 발병 위험이 높기 때문에 철저한 위생관리와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 확산을 조기 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A형간염 신고건수는 1만4214명으로 전년 동기(1818명) 대비 7.8배 증가했다. 감염자는 주로 30~40대로 전체 신고 환자의 73.4%를 차지했다. 또 남성 감염자가 7947명으로 여성보다 절반 이상 많았다. 지역별 인구 10만명 당 신고건수는 대전, 세종, 충북, 충남 순으로 조사됐다.

A형간염 급증 왜?

현재 A형간염 발병의 주범으로 생활하수 등에 의해 오염된 조개젓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 11일 질병관리본부는 심층역학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질본에 따르면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24일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A형간염 환자 2178명 중 270명을 무작위 표본 추출해 조개젓 섭취 여부를 조사한 결과 42%가 잠복기 내 조개젓을 먹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8월까지 확인된 A형간염 집단 발생 26건 중 21건(80.7%)에서 조개젓 섭취가 확인됐다.

무엇보다 수거한 18건의 조개젓 중 11건(61.1%)에서 A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 이중 유전자 분석을 시행한 5건은 환자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와 조개젓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유전자가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당국이 A형간염 확산 원인으로 조개젓을 지목한 이유다.

질본은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조개젓 섭취 중단을 권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개젓 안전 관리를 위해 이달 중 조개젓 유통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질본 관계자는 "올해 A형간염 환자가 많이 늘어난 건 사실"이라면서 "역학조사 결과 A형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조개젓의 전국적인 유통과 그에 따른 섭취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조개젓 섭취라는 단일 원인으로 A형간염 확산에 대해 모두 설명할 수 없으며 집단발생 후 접촉 감염, 확인되지 않은 소규모 음식물 공유에 의한 발생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도별 A형간염 신고현황(2014~2019.9) 출처=질병관리본부

소아보다 성인에게 치명적

A형간염은 A~E형 등 5가지 간염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A형간염 바이러스(HAV)에 의해 간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먹거나 감염된 환자의 분변을 통해 배출된 바이러스에 접촉할 경우 감염된다. 전염성이 강해 직장, 학교 등 단체 생활을 통한 감염 위험이 크다.

A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15~50일(평균 28일) 후 증상이 발생한다. 초기에는 심한 피로감, 식욕부진, 메스꺼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일주일 이내에 황달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증상은 몇 주에서 몇 개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 소아는 감염이 되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70%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전격성 간염으로 사망할 수 있다.

A형간염은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증요법이 주로 실시된다. 또 전격성 감염 또는 구토로 인해 탈수된 환자의 경우 입원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성별 및 연령별 발생현황 (2019.9.6.기준, 인구 10만명당) 출처=질병관리본부

유독 30·40대 감염자 많아

A형간염은 유독 30·40세대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올해 A형간염 환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39세가 5275건으로 가장 많고, 40~49세도 5160건으로 적지 않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19세 이하 1.8%, 50세 이상 10.9%와 비교해도 30·40세대가 73.4%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30·40세대 A형간염 발병 비율이 높은 이유는 백신접종 의무화 세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위생 환경이 좋아지면서 A형간염 항체 보유율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A형간염 예방백신은 1997년부터 신생아를 대상으로 접종이 의무화됐다. 따라서 현재 22세 이하는 A형간염 발생률이 낮다. 또 50세 이상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어도 과거 위생 상태가 나쁠 때 어린 시절을 보내 A형간염을 가볍게 앓고 지나가면서 항체가 생성된 경우가 많다.

질본 관계자는 "2015년 A형간염 항체 양성률 조사에 따르면 30~39세는 31.3%, 40~49세는 80.3%에 달하는 항체 양성률을 나타냈다"며 "이는 40대 전체의 항체 양성률로 현재 발생률이 높은 40대 초반과 30대 후반에 국한할 경우 항체 양성률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현재의 A형간염 발생 양상을 낮은 항체 양성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주된 원인이 오염된 조개젓 섭취로 확인된 만큼 식이 섭취 문화 및 사회생활 패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방이 최선

A형간염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예방이 최선이다. 평소 끓인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익혀 먹는 등 개인 위생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저한 위생관리와 더불어 가장 확실한 예방방법은 백신접종이다. A형간염 백신은 불활성화(사멸) 백신으로 장기간 지속 효과를 얻으려면 반드시 2회 접종이 필요하다. 1회 접종만으로도 항체가 형성되지만 지속력이 떨어질 수 있어 반드시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현재 사용 중인 백신들의 방어항체 양성률은 2회 접종 후 거의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여나 접종 시기를 놓쳤을 경우 처음부터 다시 접종할 필요는 없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2차 접종을 완료할 것을 권장한다. 다만 과거 A형간염에 걸린 적이 있다면 면역 증거에 해당돼 추가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

A형간염 예방접종은 2012년 이후 출생자의 경우 보건소와 전국 지정 의료기관에서 주소지와 관계없이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2012년 이전 출생자는 보건소에 3만~5만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민간 의료기관에서 접종하려면 1회당 6만~10만원의 비용이 들어 부담이 크다. 항체 검사에도 3만원의 별도 비용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