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직업을 미국에서 마주치기도 하는데 TV프로그램에 등장한 하우스시터(House Sitter)도 그중 하나였다.

그림같이 멋진 바다 풍광을 뒤로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대저택의 주인이 가족들과 함께 2~3달간 여행을 떠나면서 인근 지역 대학생을 하우스시터로 고용한다.

하우스시터가 하는 일이라고는 아침마다 우편물을 찾아서 들어오고 식물에 물을 주는 정도였는데 이 학생은 멋진 집을 자신의 집처럼 자랑하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파티를 벌이다가 결국 집주인이 온통 망가진 집을 발견한다는 내용이었다.

하는 일도 없이 멋진 집에서 먹고 자는 것을 무료로 할 수 있다니 참 쉽고 편한 직업도 있구나 싶으면서도 굳이 한두 달 집을 비우는데 외부인을 불러들여서 문제를 일으킬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간혹가다 집주인이 여행이나 출장으로 집을 비운사이 고용된 하우스시터가 비싼 패물과 가전제품을 훔쳐 달아났다는 뉴스도 들었던터라 더욱 의아스러웠다.

비싼 집이라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캘리포니아에서는 집을 비워두었다가 남이 무단점유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더 피곤하기 때문에 하우스시터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설명을 들었다.

캘리포니아 한 지역신문은 주택을 무단 점유한 사람들 때문에 집주인이 수개월간 월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에게 퇴거명령을 하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으로 거액의 손해를 입었다는 보도를 한 사례도 있다.

60대 여성인 집주인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캘리포니아에 집 한 채를 임대해주고 있었는데 세입자가 나가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정보를 올렸다.

이후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 3명이 집에 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택을 무단점유한 사람들은 집주인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월세와 보증금을 내고 입주했다면서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처음에는 우겼으나 경찰이 와서 해당 계약이 사기였음을 밝히고 집을 비워야한다고 하자 나갈수 없다고 버티기 작전으로 돌입했다.

캘리포니아법은 비록 주택을 무단점유했더라도 경찰이 이들을 강제로 내쫒을수는 없고 반드시 법원의 퇴거명령을 받아야만 하므로 이들은 퇴거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돈 한푼내지 않고 무료로 지내는 셈이 된 것이다.

더구나 이층집의 일부는 또다시 세를 놓아서 집주인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가면서 수익까지 내는 상황이 됐다.

캘리포니아에는 과거 1800년대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빈집들로 골머리를 앓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집주인이 방치하고 있는 주택을 무단점유해 사는 사람들이 관리비나 재산세를 내고 5년을 거주하면 해당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불법점유권’이 남아있다.

문제는 비싼 캘리포니아 주택 가격으로 인해서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신문에 나오는 부고 등을 확인하고 홀로 살면서 재산세를 내지 않았던 노인의 집을 찾아가 밀린 재산세를 내고서 무단점유한 후에 자신의 소유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5년이 상당히 긴 기간인지라 이 기간내에 집주인이 알아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은 무료로 지내는 셈이니 손해보는 것도 아닌 것이다.

아예 이런 내용을 알려주는 웹사이트도 여러 개 있어서 집주인이라고 해도 무단점유된 집을 들어올 수 없고 경찰도 쫒아낼수 없으며 변호사를 고용해서 퇴거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돈도 시간도 오래걸리니 무료로 살 수 있는 기간은 계속 늘어난다.

또 일부는 자신들이 점유한 집의 방이나 다른 층을 남들에게 세까지 내줘서 돈을 받는 등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 등장하곤 한다.

드물지만 타지의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주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다가 불법점유한 사람들에게 뺏긴 사례가 보도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캘리포니아에서는 잠시라도 집을 비우게 되면 외부인의 무단점유를 막기 위해서 하우스시터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위험부담이 적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