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반도체의 삼성전자는 여전히 반석 위 탄탄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업황 악화가 이어지고 있으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더욱 늘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도 전격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일본의 정밀타격과, 국내 정치권에서 소모적으로 활용되는 부분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화성 반도체 라인이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D램과 낸드 모두 탄탄대로..시스템까지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45.7%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1분기 42.7%에서 3%P 오른 수치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29.9%에 이어 2분기에는 28.7%를 기록했고, 마이크론은 1분기 23.0%에서 2분기 20.5%로 역시 소폭 하락했다. 톱3 중 삼성전자만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다.

낸드플래시도 삼성전자 천하다. 2분기 점유율 34.9%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2위 도시바는 1분기 20.2%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2분기 18.1%로 주저앉았고, 웨스틴디지털은 1분기 14.9%에서 2분기 14.9%로 역시 점유율이 하락했다. 마이크론은 1분기 16.5%에서 2분기 13.5%로 역시 주춤했다. 5위 SK하이닉스는 1분기 9.5%에서 2분기 10.3%를 달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점유율이 올랐다.

물론 업황 악화는 현재진행형이다. D램 8GB 메인스트림 모듈의 ASP(평균판매가)는 2분기 25.5달러를 기록해 1분기 31.5달러와 비교하면 20% 하락했으며 낸드플래시는 같은 기간 시장 크기가 무려 34%나 쪼그라들었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2분기 실제 수익 기준으로만 보면 1분기 대비 2.7%P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시장도 마찬가지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은 37억6570만달러며 이는 1분기 대비 16.6%P 늘어났으나,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36.5%P나 빠졌다. 그러나 업황 악화에 따른 매출 하락으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점유율 하락을 경험했으나, 삼성전자는 오히려 올라갔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는 삼성전자라는 공식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미 파운드리에서는 TSMC를 추격하는 2위로 올라섰으며, 조만간 일본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을 예정대로 개최, 기술 초격차 본능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삼성 반도체 비전 2030도 가동된다. 2030년까지 133조원의 투자를 단행,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를 노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에 73조원,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입한다. 규모적 측면으로는 ‘역대급’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고용 인력은 1만5000명에 이른다. 나아가 국내 팹리스와의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스템에 집중한 삼성전자의 선택은 '신의 한 수'라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가 분류한 33개 IC(집적회로) 제품군 중 25개 품목이 매출 하락에 시달릴 것으로 보이며, 이는 모두 메모리 반도체다. 다만 그 외 8개 품목인 시스템 반도체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종료되는 상황에서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은 시스템 반도체로 이동하는 시장의 권력을 시의적절하게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연구개발로 기초체력도 다진다는 방침이다. 14일 공개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연구개발비를 지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오히려 몸을 사리지 않고 과감한 투자행보에 나선 셈이다. 여기에 AMD와의 협력으로 다양한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비해 빠른 소재 국산화에도 나서고 있다.

내외부의 우려는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탁월한 기술력으로 무장했으며,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로드맵에 맞게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위험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전쟁이 벌어지며 글로벌 반도체 업황 악화가 심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흔들기도 위험요소다.

한일 경제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내 7나노 D램 기술력을 강조하며 이를 일본에 대응하는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위험천만한 발언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WTO 방침에 위배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김 2차장의 발언은 한국 정부도 일본에 동일한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D램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이를 경제보복의 카드로 활용할 경우 국내 경제계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13일 "D램은 우리 정부의 상응 조치 중 하나라는 해석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정치권의 안일한 태도를 두고는 아쉬움이 많다는 평가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경제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이 경제전쟁을 일으키며 시스템 반도체 정밀타격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조기에 꺾겠다는 의지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수사기관의 옥죄기도 관건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조만간 수사 범위를 확대해 그룹 수뇌부를 정조준할 방침이다. 최근 수사 부서를 특수2부에서 특수4부로 바꾸며 8개월째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상고심을 노리고 집요한 수사를 무리하게 시도하는 장면에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