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롯데그룹이 금융사 매각을 본격 추진하면서 롯데캐피탈과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을 패키지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캐피탈이 알짜 매물로 떠오르자 매각을 보류했다. 롯데캐피탈은 캡티브사(전속금융사)가 아님에도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가진 효자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롯데캐피탈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알짜 매물 명성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 금융사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한앤컴퍼니와의 본계약이 무산되자, MBK파트너스-우리은행컨소시엄의 손에 들어가 계약을 진행 중이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와 계약협상 중에 있다. 이에 롯데그룹이 처분해야 하는 금융사는 이제 롯데캐피탈 뿐이다. 당시 롯데캐피탈에는 한화그룹,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눈독을 들였다.

패키지 매각을 선언했던 롯데그룹이 매각 보류를 외치면서 알짜배기 자회사인 롯데캐피탈을 쉽게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그룹이 롯데캐피탈 매각을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우수한 현금 창출력과 안정적인 수익구조로 돼 있어 내부 계열사 간 매각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 롯데캐피탈 영업자산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롯데캐피탈은 2014년 하반기 이후 오토리스와 가계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전 상품군에 걸쳐 빠른 자산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3월말 롯데캐피탈의 영업자산은 할부리스 36.8%,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인·일반 기업 등 기업대출 32.7%, 가계대출 30.1%로 구성돼 있어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로 여전히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성장 폭과 속도가 둔화하면서 이익이 감소추세에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의 영업자산 증가율은 2014~2015년 연평균 22%에서 2017~2018년 5%에 못 미쳤다. 총 자산증가율은 2017년말 7.2%에서 2018년 1.7%로 대폭 줄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증가했지만 부동산PF 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자산이 감소한 데 기인한 것으로 한기평은 분석했다. 이에 롯데캐피탈의 영업이익은 2017년말 1557억원에서 2018년말 1489억원으로 감소했다.

대손비용이 증가하면서 당기순이익도 줄었다. 롯데캐피탈의 1개월이상 연체율은 2017년 1.7%에서 2019년 1.9%로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2017년 3.0%에서 2018년 3.4%, 올해 3월 3.6%로 증가세에 있다. 이에 따른 대손비용이 확대됐으며 당기순이익은 2017년 1167억원에서 2018년 1149억원으로 줄었다. 

롯데캐피탈이 자산규모를 축소한 것은 빠른 외형확장에 따른 자본적정성 저하가 나타난 탓이다. 2014년 말 이후 가파른 자산성장세로 레버리지배율과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2015년 말 7.9배, 16.3%를 기록했다. 레버리지배율은 기업의 부채의존도를 나타내며 캐피탈사의 규제 한도는 10배다. 자기자본비율은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나타낸다.

다만 올해 3월말 기준 레버리지배율은 7.1배, 조정자기자본비율은 19.4%로 개선됐다. 자산성장세가 둔화한 덕분이다.

박광식 한기평 금융실장은 “롯데캐피탈은 경기부진과 가계부채 문제 등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 가능성을 우려하여 보수적인 경영자세를 견지할 예정”이라면서 “따라서 당분간 영업자산 성장세는 둔화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롯데캐피탈의 유동성 관련 주요 지표. 출처=한국기업평가

성장은 주춤했지만 롯데캐피탈의 유동성 대응능력은 우수한 수준이다. 풍부한 현금성자산 덕분이다. 올해 3월말 기준 1년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부채 비율은 126%로, 자산부채 만기가 안정적으로 대응되고 있다.

박 실장은 “현금성자산과 금융권 여신한도에 기반을 둔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고, 리스자산을 활용한 대체자금조달수단, 롯데그룹의 우수한 대외 인도 및 재무적 지원 가능성을 고려할 때 우수한 유동성 대응능력을 유지할 것”으로 진단했다.

롯데캐피탈의 성장세가 둔화한 한편, 시장에서는 롯데캐피탈이 다시 시장에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6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효성그룹이 올해 안에 효성캐피탈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빠른 시일 내 롯데캐피탈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현재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에 집중하고 있어, 양사의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논의할 것”이라면서 “매각 방법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