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논란이 정점에 이른 가운데, 삼성이 이례적으로 입장문까지 발표하며 ‘할 말은 하겠다’는 선언에 나서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문제제기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무조건 고개부터 숙이는 관행에 익숙하다. 이러한 관행을 따르지 않을 정도로 삼성의 억울함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23일 오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수사 당국의 칼 날이 윗 선을 향하는 과정에서 일부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쏟아져 나오는 장면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삼성은 “이러한 추측성 보도가 다수 게재되면서, 아직 진실규명의 초기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유죄라는 단정이 확산되고 있습니다”면서 “이로 인해 관련 임직원과 회사는 물론 투자자와 고객들도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논란의 명확한 사실관계를 따져야 하며, 그 전에는 냉정하게 사태를 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삼성은 마지막으로 “진실규명을 위해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습니다”라면서도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해 검증을 거치지 않은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고 말했다.

재계의 관행을 깨는 삼성의 이러한 입장문은 최근 그룹 수뇌부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시점과 맞물린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사장 집무실이 압수수색을 받은 가운데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영장이 청구되고,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보도가 공격적으로 나오는 장면이 입장문 발표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많은 논란이 터져나오는 상황이지만 삼성은 정상경영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일본을 방문해 5G 전략을 점검하는 한편, 인공지능과 시스템 반도체 로드맵을 발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