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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건] 한 고비 넘긴 한진칼과 잃을 것 없는 KCGI,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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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은 한진칼이 서울중앙지법의 ‘의안상정가처분 인용결정’ 에 불복해 항고한 건에 대하여 1심 결정을 뒤집는 취지의 인용결정을 내렸다. 당초 KCGI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KCGI가 추천하는 감사 1인, 사외이사 2인을 선임할 것 등의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고자 지난달 21일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해당 안건은 같은 달 28일 인용된 바 있다. 이후 한진칼은 절차에 따라 같은 재판부에 대하여 이에 대한 이의신청도 하였으나, 이의신청 5일 만에 또 다시 패소하고 말았다. 한진칼로서는 서울고등법원에 1심 결정을 항고해 다른 판단을 받아보는 수밖에 없었지만, 1심에서 KCGI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한진칼의 이에 대한 이의신청까지 배척된 상황에서 항고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그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였다. 그러나 코너에 몰린 한진칼에 기적이 일어났다. 이번 가처분 신청에서는 “KCGI가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주주로서의 자격을 가지는가?”가 주요 쟁점이었는데, 항고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이와 관련해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상법 상 ‘주주제안’에 관해서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는 “제363조의 2 제1항”의 규정과 자본금 1천억원 이상의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0.5%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해야만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제542조의 6 제2항”의 규정이 있는데, 자본금 1천억원을 넘는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는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 대상이 된 의안을 주총에 제안할 당시 아직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0.5% 이상을 보유한지 “6개월”을 경과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 절묘한 타이밍에 한진칼은 KCGI가 “제542조의 6 제2항”상의 “6개월”전부터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주자격을 갖추지 못하여 주주제안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였고, KCGI는 KCGI가 “제542조의 6 제2항”의 주주자격은 갖추지 못하였지만 “기간과 무관하게” “제363조의 2 제1항”상의 주주자격은 갖추었으므로 당연히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실무계의 입장도 나뉜다. 2014년에 출간된 상법 관련 대표적인 주석서인 ‘주석 상법’은 “제542조의 6 제2항”상의 주주제안권은 “구 증권거래법 제191조의 13 제5항”의 주주제안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과거 구 증권거래법 당시의 판결(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3다41715 판결) 중에는 “구 증권거래법 제191조의 13 제5항”의 주주제안권은 상법 “제363조의 2 제1항” 상의 주주제안권보다 우월한 규정이라 할 수 없어 전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후자의 요건만 갖추어도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결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판결은 2009년 개정상법에서 상법 제542조의 2 제2항에 의해 교통정리가 되어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제542조의 6 제2항”을 갖춘 경우에만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정작 하급심 판례 중에는 상장회사 주주가 상법 제542조의 6 제1항이 정하는 6개월의 보유기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주총소집, 주주대표소송 등의 소수주주권을 인정한 판례를 기초로(서울고등법원 2011. 6. 16. 선고 2010나70751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1. 4. 1.자 123 결정 등), 소수주주권의 일종인 “제542조의 6 제2항”의 주주제안권 역시 6개월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제363조의 2 제1항”의 주주제안권 요건만 갖추면 주주제안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결정도 적지 않았다. 즉 이번 가처분의 1심 결정도, 2심 결정도 이론적으로는 모두 가능한 것이었지만, 항고심에서 1심의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직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단은 없는 상황이지만, 이번 결정에서 패소한 KCGI가 이를 대법원에 재항고하더라도 주총이 끝난 후에야 결론을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 KCGI는 재항고를 포기하는 수순을 밝을 것으로 보인다. 항고심에서 승기를 잡은 한진칼 역시 이번 결정문이 자신들에게 송달되는 즉시 KCGI가 주주 제안했고, 1심 결정에 따라 주총 목적사항으로 올렸던 의안을 삭제하겠다고 공시해 놓은 상태다.

   
▲ 지난 2월1일 열린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대한한공노조 조합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결국 상황은 한진칼의 승리로 정리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한진칼과 KCGI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당장 KCGI는 이번 29일에 열리는 주총을 앞두고 다른 주주들에게 주총에 대한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하며 한진칼과의 표대결을 준비하고, 이번 의안상정가처분 신청 과정에서 스튜어드 십 코드를 행사하겠다고 공표한 연기금을 우호지분으로 만드는 등 소기의 성과도 거두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가처분 신청에서 KCGI가 패소한 이유는 단지 주주로서 “6개월”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 만이었으므로, KCGI가 지금의 지분 상태를 유지하는 한 앞으로의 임시주총, 내년 정기주총에서 KCGI는 논란 없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장 승리한 쪽은 한진칼이지만, 시간은 KCGI의 편인 것이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3.24  20: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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