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몬 슈퍼마트. 출처= 티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얼마 전 쿠팡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약 2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판을 한 차례 뒤흔든 데 이어 소셜커머스 티몬도 최근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한 번 업계가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해 최초로 시장규모 100조원을 돌파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든 그간 쌓아 온 입지를 잃지 않기 위해 각 업체들의 고군분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약체 티몬? “우리는 아직 건재하다” 

티몬은 2010년 창립된 국내 1호 소셜커머스 업체로 현재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붐을 일으킨 주역이다. 당시 티몬이 보여준 소셜커머스의 성공사례는 뒤이어 창립된 위메프와 쿠팡의 운영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복잡한 지배구조로 인한 내부 잡음 그리고 경쟁 업체들의 급격한 성장으로 티몬은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존폐가 걱정되는 업체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 티몬이 최근 투자업체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등으로부터 5000만달러(약 565억2000만원)를 투자받으면서 당장 가장 큰 문제인 자금난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티몬의 존폐여부를 걱정했던 것에는 이유가 있다. 2015년 시작된 이커머스 업계 ‘출혈경쟁(과도한 할인 프로모션, 마케팅, 쿠폰 발행 경쟁)’이후로 티몬은 계속 영업손실을 기록(2015년 –1419억원, 2016년 –1585억원, 2017년은 –1153억원)했다. 물론 쿠팡이나 위메프도 지속적 영업손실 측면에서 상황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큰 규모의 외부 투자 유치(쿠팡) 혹은 내부 비용의 통제와 온라인 노출 광고 수익 극대화 추구(위메프) 등으로 당장의 해결책을 찾은 것과 티몬은 확실히 비교가 됐다.  

티몬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과 2018년까지 약 2년에 걸쳐 여러 가지 새로운 고객 서비스들을 선보임과 동시에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가 드러난 시도는 온라인 마트 ‘슈퍼마트’와 ‘여행 플랫폼 ‘티몬투어’ 정도였고 실제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다. 티몬은 이번 투자유치로 당장의 자금 문제 해결과 동시에 업계에 아직 ‘건재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티몬 관계자는 “투자금은 이커머스의 플랫폼 그리고 그와 연결된 물류 시스템의 고도화를 통한 독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이제 전쟁이다”

2014년만 해도 전체 약 45조원대에 머물었던 국내 이커머스의 규모가 2배를 넘어서 100조원대에 이르는데 걸린 시간은 단 4년에 불과했다. 이처럼 국내 이커머스는 눈부신 성장을 기록해 왔고 앞으로의 추가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 분야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플레이어(사업 참여자)들의 유입도 계속되고 있어 경제 규모의 성장 속도보다 업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현상이 지난 몇 년 째 계속되고 있다. 통상 업계 1위라고 여겨지는 이베이코리아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도 20%가 채 안 될 정도로 ‘절대적’ 입지의 업체가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에 롯데와 신세계 등 오프라인 기반 유통 대기업들과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업체들의 이커머스 시장 진입으로 업계는 거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자신들의 고정 고객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할인 프로모션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시작된 ‘11월 할인경쟁’이 그랬고 최근에는 ‘OO데이’,‘반값OO’ 혹은 'OO타임'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는 소셜커머스들의 경쟁은 마치 지난 2015년의 이커머스 출혈경쟁을 방불케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모션들은 개별 업체들에게는 수익 감소이자 비용의 부담이다. 

▲ 티몬의 특가 프로모션 1212타임. 출처= 티몬

이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업체들이 이와 같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는다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대규모 투자유치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업체들은 자사 판매자들 혹은 입점 업체들에게 받는 수수료 비용을 (우회적으로) 올리는 방법을 택한다. 

출혈이 됐든 수혈이 됐든 티몬의 투자유치는 어떻게든 악착같이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브랜드를 유지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쟁은 이커머스가 성장의 곡선을 그리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진짜유통연구소 박성의 소장은 “티몬에 유입된 투자금이 정말 긍정적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투자금의 속성 그리고 투자업체들의 가치(밸류)측정이 어땠는가를 따져봐야 하겠지만, 그 정도의 내용을 티몬이 대외에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니 일단 그 점은 차치하고라도, 어쨌든 규모를 떠나 표면적으로 국내 상위 업체에 수백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은 업계 입장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 “이커머스가 성장을 시작한 뒤로 늘 그래왔듯 각 업체들의 마케팅 경쟁, 투자유치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