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액화석유가스(LPG) 유통사인 E1의 수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트레이딩 사업부문의 변동성도 높아지고 있다. 마진이 낮은 중계무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내수부문 판매량 감소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E1의 신용등급 강등 요인 중 하나는 자회사 LS네트웍스의 가치 저하였다. 최근 LS네트웍스의 실적은 개선됐다. 이익규모를 감안하면 긍정적 영향을 미치긴 어려운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등급 하향 후 실적 개선에 힘입어 E1의 공모 조달은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레이딩 부문 강화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회사채 발행 흥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월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PG 유통사인 E1은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트랜치는 3년물(1000억원)과 5년물(500억원)로 구성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5월 E1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6월에는 한국신용평가도 한 단계 강등했다. 자회사 LS네트웍스의 자산 가치 하락이 주원인이었다.

시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작년 9월 1000억원 공모채 수요예측에서는 370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최종적으로는 15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E1의 상반기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흥행에 힘을 실었다. 지난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회사채 발행 미매각을 기록했던 데 비해 분위기는 달라졌다.

LS네트웍스는 지난 1월 30일 2018년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직전년도 대비 0.5% 증가한 4455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 늘어난 39억원을 기록한 반면, 당기순이익은 20.9% 감소한 163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 당기순이익은 자회사 실적 개선과 2017년 비경상이익(유형자산처분이익 등) 발생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각각 영향을 미쳤다.

홍희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LS네트웍스의 영업이익이 개선됐지만 E1의 신용도 개선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며 “이익규모가 작고 영업자산 매각으로 실적 개선 기대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LS네트웍스의 체질 개선 결과는 무시할 수 없다. E1의 추가 신용등급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결국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E1의 자체 영업력이다.

E1은 SK가스와 함께 수입 LPG 유통시장의 복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양사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각각 21.8%, 28.7%다. 내수판매는 운수용(부탄)과 가정상업용(프로판), 석유화학용이 주를 이룬다. 이 중 운수용과 가정상업용 수요는 LPG 차량 등록대수 감소와 타 에너지원인 도시가스(LNG)의 보급 확대 등으로 둔화세가 지속됐다.

▲ 출처:한국신용평가

E1은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내수판매량을 수출로 대체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수출 비중은 내수와 대등했지만 지난해는 70%로 확대됐다. 수출부문은 직수출과 중계수출로 구분된다.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계무역 방식은 내수대비 마진이 낮아 수익성 둔화를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하고 있다.

수출비중이 커지면서 E1은 지난해 기존 해외사업본부를 해외영업부문과 트레이딩부문으로 전환했다. 글로벌 경기변동에 민감해지는 만큼 헷징(Hedging)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LPG 수입사 실적은 CP가격(원재료 단가, 사우디 아람코 고시가 기준)과 환율 등에 영향을 받는다. 이 중 환율 변동분 일부는 판매가격에 반영하고 CP가격은 선물 등 파생상품 계약(헷징)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 CP가격이 오르면 영업이익은 타격을 받지만 영업외수익은 증가하는 구조다. 실제로 E1의 영업이익과 외환·파생상품 손익 등 추이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LPG 유통기업들은 영업이익이 아닌 세전이익을 실적의 기준으로 삼는다”며 “LPG 파생상품 거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미국 셰일에너지 생산 확대 등으로 트레이딩 부문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 출처:한국신용평가

E1의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4.5배로 등급하향 트리거(9배 초과) 중 일부를 충족했다. 세전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큰 문제는 아니다.

실질적으로 E1의 국내 LPG 유통 사업안정성은 신용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트레이딩부문 강화가 실적 변동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업계 전반 내수 기반이 무너지면서 해외 진출이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낙담하긴 이르다. 트레이딩 사업부문에 대해 시장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된다.

한편, E1이 지난 1월 31일 발표한 2018년 잠정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동반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