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택시비 인상 후 첫 평일인 18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택시비를 두고 기사와 승객의 실랑이가 심심치않게 벌어졌다. 아직 택시 미터기에 최신 요금 체계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시비 인상 소식을 미처 몰랐던 승객들은 미터기 외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기사들과 가벼운 신경전을 벌였고, 기사들은 승객들에게 일일이 택시비 인상 소식을 알리는 바람에 소동이 끊이지 않았다.

“왠지 바가지 쓴 기분”

18일 오전 택시를 탄 승객들은 대부분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택시 미터기에 찍힌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의 택시요금은 기본이 3800원으로, 심야는 4800원으로 인상됐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윤 모 씨는 “택시비 인상 소식은 알고 있었으나 미터기에 반영이 되지 않아 도착지에 내려서 요금 정산을 다시 해야만 했다”면서 “이 과정이 상당히 번거러운데다 거리마다 요금을 다시 정산하려다 보니 왠지 바가지를 쓰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비 요금 인상 폭이 지나치게 높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요금은 올랐으나 서비스는 그대로기에 앞으로 택시를 타고 다녀야 할지도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불편함은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한 택시기사는 “요금 인상이 미터기에 반영되지 않으니 승객들에게 요금 인상 소식을 알리고 따로 정산하는 절차가 상당히 번거럽다”면서 “이 과정에서 무턱대고 화를 내는 승객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바뀐 미터기를 받지 못한 택시기사들은 인상된 요금 인상표를 뒷 좌석에 걸어두고 일일이 승객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인상된 미터기 프로그램을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배치할 계획이기 때문에, 당분간 기사와 시민들의 불편함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택시요금 인상 소동으로 알게된 것

택시비 인상에 따른 기사와 승객의 불편은 누구의 책임일까? 원인은 현행법에 있다. 버스와 지하철의 경우 요금이 인상되는 순간 전자동 원격으로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지만, 택시는 현행법에 따라 기계적으로 업데이트를 단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사나 회사가 임의로 미터기를 조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반드시 공인된 미터기 제작, 수리업체로 택시가 찾아가야 한다. 그런 이유로 서울시는 최근 전자식 앱미터기 도입 등을 타진하며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노력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택시비 인상을 두고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카카오 카풀 등 국내 혁신 모빌리티 시장의 발전에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현 주소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홍대 인근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 모씨는 “택시비가 인상될 요인은 나름 있겠으나, 무차별적으로 요금이 올라갔다고 딱히 서비스가 좋아진 것 같지가 않다”면서 “택시비 인상으로 오히려 풀러스의 카풀이나 쏘카 타다의 VCNC 등에 더 수요가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풀러스나 타다도 최근 요금이 일부 인상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택시비 인상에 맞춰 풀러스는 기존 요금제인 풀러베이직과 풀러프리미엄의 기본요금을 동결하며 심야시간(00-04시)에 한해서만 10%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거리 및 시간에 따른 추가요금은 기존과 동일하게 택시요금 대비 30% 할인 적용되며 라이더(탑승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2월 18일부터 28일까지 크레딧백(Credit back) 이벤트도 지원한다. 타다의 VCNC는 지난해부터 심야 할증료를 받고 있으며 별도 야간할증없이 지난해 12월 21일부터 탄력요금제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인상폭은 여전히 상식적인 선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플랫폼에 최대한 누가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다.

택시비 인상이 즉각 현장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현행법의 경직성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번 해프닝으로 택시업계 전반의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잘 드러났다는 평가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택시비 인상에 따른 현장의 잡음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지만, 최소한 요금 인상 적용 하나에 택시업계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ICT 혁명을 택시 플랫폼에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장담하는 택시업계의 주장에 현실성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