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우리는 실수나 실패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배운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밑거름 삼아 배움을 얻고 성공에 이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더 좋은 것은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는 것이다. 특히 막대한 예산과 자원을 쏟아 붓는 사업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실패를 줄일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혁신 컨설팅 회사 크리베이트에서는 실패를 상상하게 하는 실패 상상 놀이 ‘Fail Play’를 시행하고 있다. 대체 실패를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Fail Play는 2007년 세계적인 인지심리학자 게리 클라인이 고안한 사전 부검법(Pre-Mortem), 정식 명칭은 ‘리스크 평가에 따른 사전 부검법(Pre-Mortem Method of Risk Assessment)’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Pre-Mortem이란 Postmortem 즉 부검이라는 의미의 법의학 용어를 약간 변형한 것이다. 사람이 죽고 나서가 하는 부검이 아니라, 죽기 전에 미리(Pre) 죽음(Mortem)을 맞이했다고 간주하고, 마치 시체를 부검하듯 철자하게 실패 이유를 찾아보는 방법이다. 이를 응용해 어떤 사업이나 과제를 진행할 때 리스크 요인, 실패 원인을 프로젝트나 업무가 끝난 후에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상상해 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Fail Play를 하는 방법은 이렇다. 진행자가 “이 프로젝트는 종료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대실패, 대재앙으로 판명났습니다”라고 선언하고 “왜 그랬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면, 참여자 각자 실패 내용과 원인을 종이에 적는다. 그 이후에 돌아가면서 이를 발표하고, 특히 중요한 실패 원인에 대해서는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때, 핵심은 각자 실패 원인을 종이에 먼저 적도록 해서 서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한 객관적인 추측이나 분석뿐만 아니라 주관적인 체험이나 관점도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를 다양한 관점에서 상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심리학자로서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이 극찬한 방법이다. 카너먼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방법을 예찬했다. 집단의 자신감 과잉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과 멤버 전체가 ‘편향’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 조직 내에서 토론을 하다 보면 의견이 하나로 모이면서 마치 정답을 찾은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사실 이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 집단 사고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멤버 중 다수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아니오’를 외치기란 쉽지 않다. 의견이 다른 나머지들은 다수를 따라 가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다. 괜히 나서서 모난 돌이 되어 정 맞기보다는 그냥 가만히 있게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서 딴지 거는 ‘투덜이’가 되느니 침묵이 금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터득했을 것이다. 특히 리더가 지지하는 의견을 반대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 결과 그룹 전체가 자신감 과잉에 빠지고 편향적 사고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때, Fail Play는 ‘의심’과 ‘문제 제기’를 딴지 거는 삐딱한 행동이 아닌 토론의 한 과정으로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 내부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지금 새로운 계획을 시도하고 있다면, 그것이 크든 작든 Fail Play를 시도해 보라.

 

INSIGHT

Fail Play는 개인의 사사로운 문제부터 국가 정책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활용 가능하다.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무엇인가 해보는 편이 더 낫다. 그리고 실패하고 나서 분석하기보다는 실패하기 전에 상상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