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애플의 아이폰은 한때 혁신의 대명사로 불렸으나, 지금은 처참한 수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추락하고 있다. 최근 애플의 부품 협력사들이 일제히 올해 매출 목표를 낮게 잡은 배경과, 폭스콘이 예년보다 일찍 공장 노동자를 해고한 것도 결국 애플 쇼크에서 기인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최신 ICT 트렌드에서 점점 멀어지는 현상이 빨라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애플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애플은 지금까지 스마트폰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했고, 일부 트렌드의 경우 경쟁자가 먼저 시도했으나 기어이 ‘애플의 것’으로 만든 저력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패블릿, 투톱 라인업이라는 트렌드를 꺼내자 애플 아이폰도 빠르게 이를 적용해 시장에 안착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최근이다. 1월 2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이제 스마트폰 트렌드를 개척할 힘도, 경쟁자의 트렌드를 재빨리 애플의 생태계 중심으로 차용하는 저력도 상실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5G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화웨이 등이 올해 5G 정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단말기를 준비하고 있으나, 애플만 조용하다. 애플이 퀄컴과 특허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인텔과 손을 잡았으나, 인텔이 2020년까지 5G칩을 완성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이폰에 적용될 인텔의 LTE 모뎀이 퀄컴의 모뎀보다 느린 것으로 알려져 애플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5G 상용화를 통해 삼성전자 등 경쟁자들이 속속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애플만 뒤처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2월 20일과 MWC 2019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하거나 공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애플은 이와 관련된 논의 자체가 나오지 않는 점도 문제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유일한 미래는 아니며 LG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사실상 듀얼 디스플레이폰에 불과하지만, 화웨이도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초반 전장에서 애플의 이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애플은 다른 제조사들이 OLED에서 반 발 느리다. 프리미엄 상위 라인업은 OLED로 채웠으나 아직은 아이폰XR로 LCD를 고수하고 있다. 완전 OLED로의 전환은 빨라도 2020년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트리플 카메라, 펜타 카메라까지 나오는 마당에 애플은 여전히 듀얼 카메라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최근 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폰SE의 후속버전을 출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폰SE를 일시적으로 노출하며 관련 판매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트렌드를 주도하거나 애플의 전략을 강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지금까지 집중하지 않았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발을 내딛으며 ‘어쩔 수 없는 치킨게임’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트렌드를 주도했고, 자기가 주도하지 못해도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새로운 강점을 체화하는 것에 능숙했다. 그러나 이제 특유의 감성과 브랜딩으로는 지나치게 높아진 가격과 트렌드에 부합되지 않는 전략은 아이폰의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애플 팬덤’만 믿고 가기에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 기조가 심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애플에게 남은 길은 콘텐츠 전략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