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 폭스바겐, 포드 등이 공동 투자해 출범한 충전소 벤처 ‘아이오니티’(Ionity)   출처= Electre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100㎞ 주행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데 3분밖에 걸리지 않는 꿈의 충전소인 450㎾ 충전소가 세상에 공개됐다. 완전 충전에는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독일의 BMW, 포르쉐, 시멘스 등 3개사가 손잡고 초고속 충전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이들 3개사는 이 충전소를 개발하기 위해 대용량 전력을 충전할 수 있는 전기 자동차를 개발하고, 대용량 전력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개발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도 발전하면서 전기차의 주행가능 거리도 점차 길어지고 있지만 이에 비례해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주행거리가 긴 고용량 배터리일수록, 충전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뜻이다. 이번 충전소 개발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 패러데이 인스티튜트(Faraday Institute)의 기술 이전 책임자 이안 엘러링턴은 이 기술이 널리 사용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지만, 현재 가능한 기술보다는 훨씬 뛰어나다며 “450㎾ 충전소는 테슬라의 슈퍼 충전기(120㎾)보다 훨씬 빠르고,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급속 충전기보다 10배 정도 더 빠르다”고 평가했다.

엘러링턴은 이번에 등장한 차세대 충전기가 급속 충전으로 인한 장거리 여행 시대를 앞당기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350~450㎾ 용량의 충전기라면 기존의 자동차가 휘발유를 넣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교할 만하다. 그 정도 시간의 충전으로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테슬라 전용 충전소.    출처= Tesla

대용량 전력을 받아줄 전기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450㎾급 충전기가 실용화되려면 선결과제가 여전히 많다. 앞으로 더 많은 개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엘러링턴은 고속 충전소 상용화의 최대 난제는 그런 대용량 전력으로 고속 충전할 수 있는 자동차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그런 전기자동차는 없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전기차들은 이 정도의 전력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대용량 전력으로 충전할 수 있으려면 차세대 배터리가 필요하지요.”

BMW와 포르쉐는 450㎾ 충전 프로젝트를 위한 테스트용으로 특별한 자동차를 설계했다.

그러나 런던 대학교(University of London)의 도시 에너지 시스템 교수인 키스 풀렌은 초고속 충전은 또 다른 단점을 야기한다고 말한다. 그는 “배터리를 빠른 속도로 충전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배터리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며 “이 기술은 비상시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자주 사용하면 배터리가 빨리 마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과제, 지나친 전력 소모

엔지니어들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초고속 충전기는 엄청난 양의 전력을 먹기 때문이다.

풀렌 교수는 “20개의 충전기가 있는 충전소는 약 6메가와트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작은 마을 하나가 쓰는 것과 같은 전력량”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력이 어딘가에서 공급되어야 하는데, 결국 기존의 전력망에서 공급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든 그런 정보를 공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기 지역의 전력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선보인 충전소는 50㎾급이다. 200㎞대의 주행거리를 지닌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르노삼성 SM3 Z.E.의 경우 국내의 50㎾급 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때 30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380~400㎞대의 주행거리를 갖춘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차 니로 EV, 쉐보레 볼트 EV는 평균 1시간의 충전 시간이 필요하다. 수소전기차 충전이나 내연기관 자동차의 주유에 걸리는 시간이 불과 5분 내외인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50㎾급의 충전기 표준을 100㎾로 상향하고 충전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급속 충전기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기 버스 및 트럭의 공급 확대가 예고된 만큼, 민간 차원에서도 국내 업체들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 200㎾급의 급속충전기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150㎾급 급속 충전기를 운영 중인 일본은 오는 2020년부터 충전기의 용량을 350㎾급까지 상향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