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4월 24일, 운명의 날이 왔다. 밀켄은 검은색 리무진을 타고 맨해튼 연방 지방법원에 도착했다. 가장 큰 법정이 사람들로 꽉 찼고, 킴바 우드 판사가 재판의 관례에 따라 밀켄에게 변호사를 고용할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법원에서 국선 변호사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피고인에게 국선 변호사라니.

밀켄의 진술이 시작됐다. 밀켄은 진술서를 읽으면서 자신이 증권산업을 규율하는 법령을 위반했다면서 공식적으로 유죄를 인정했다. 밀켄은 자신의 유죄 인정은 자발적인 것이며 어떤 협박이나 약속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최고 28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며, 그리고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배심이 무죄로 평결할 기회를 포기하는 것을 인정했다.

밀켄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자 SEC 위원장이었던 리처드 브리든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밀켄은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헌신했으며, 그에 대한 기소는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들이 있었습니다.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이러한 공작에도 불구하고, 오늘 밀켄의 유죄 인정은 그가 주가조작과 증권사기의 중심에 서 있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브리든의 성명이 잘못됐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밀켄이 인정한 6개의 죄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것도 그가 주가조작과 증권사기의 중심에 서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부는 밀켄을 마피아의 두목이나 조직범죄의 우두머리에 비유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드렉셀 붕괴의 원인이었고, 수많은 젊은 프로페셔널들을 타락시켰고, 궁극적으로 그들이 누렸던 수천 개의 직업을 잃어버리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밀켄에 대한 형량 선고가 임박하자 밀켄의 적들은 의기투합했다. 먼저 딩겔 하원의원이 선고가 있기 10일 전에 어떻게 드렉셀의 파트너들이 1980년대 동안에 20억달러가 넘는 돈을 나누어 가졌는지에 대한 보도자료를 뿌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월 12일, 딩겔 의원의 측근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이 보도자료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그리고 이 20억달러는 유엔 회원국 반의 GNP보다 많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자료가 뿌려진 시점, 그리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시점은 밀켄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기 위해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드디어 선고 하루 전인 1990년 11월 2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헤드라인에 ‘정크 왕의 유산(Junk King’s Legacy)‘이라는 타이틀로 드렉셀의 붕괴, 고수익 채권시장의 붕괴 그리고 고수익 채권이 좋은 투자라고 투자자들을 호도했던 모든 책임은 밀켄에게 있다고 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밀켄은 선처를 받아서는 안 되며 중범죄로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밀켄의 선고일인 11월 21일, 우드 판사는 이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정부 측은 밀켄에게 약속한 대로 구형은 안 했지만 그에게 상당한 징역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에 있던 누구도 밀켄에게 가벼운 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보스키에게 내려진 3년 정도가 적당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많아야 5년 정도로 생각했다.

우드 판사는 밀켄에게 일어서라고 요청했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는 2번부터 6번까지의 죄목에 대해 각각 2년씩을 연속적으로 더해 계산한 것이었다. 판사가 법정을 떠났지만 밀켄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징역 2년형이 선고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앞서 말한 죄목들이 동시에 집행된다면 2년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증인들이 대기하는 방으로 옮겨지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감옥에서 복역해야 하는지를 깨닫는 순간, 그는 졸도했다. 밀켄을 증오했던 사람들도 그렇게 강한 처벌은 예상하지 못했다.

밀켄에 대한 이러한 중형 선고는 충격적이었고, 그의 유죄 인정이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생각하게 했다. 그의 변호사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밀켄은 최고의 변호사들을 고용할 수 있는 능력과 돈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정부와 협상을 했다. 만약 정부와 싸웠더라도 이보다는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밀켄이 소송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관련된 사건의 피고인들이 모두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1991년, 연방 제2항소법원은 하급심을 파기하면서 이들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밀켄에게 후회가 밀려왔다. 법정에서 싸웠더라면 이길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이처럼 항소심의 판결은 정부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정황을 여실히 보여 주었지만, 언론은 밀켄의 10년 징역형과 드렉셀 붕괴의 아이러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인 제임스 스튜어트가 1986년부터 드렉셀과 밀켄을 공격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 1991년 가을에 출간됐는데, 그 책의 제목은 <도둑들의 소굴>(Den of Thieves)이었다. 스튜어트는 이 책에서 밀켄의 범죄는 단순한 내부자거래가 아니라 그 이상을 넘어서는, 복잡하고 상상력이 넘치며 야망에 찬 것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그는 “금융의 역사에서 가장 거대한 범죄 음모”의 중심에 밀켄이 서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트는 자신의 587페이지짜리 책에 대해 “월스트리트를 지배한 범죄에 대한 완벽한 이야기” 그리고 “스캔들을 밝히기 위해 헌신했던, 박봉과 과로를 마다하지 않은 정부 측 변호사들의 영웅적 노력”으로 스스로 설명했다.

이 책은 즉각적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피셀 교수는 이 책에 대해 희망이 없을 정도로 편견이 가득 찼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페이지마다 검사도 입증하지 못한 범죄 혐의에 대해 밀켄의 가상 범죄를 늘어놓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편견보다 더 나쁜 것은 1980년대 기업구조조정 거래에 대한 그의 설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가 1980년대 발생한 일들이 미국 경제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비난하며 조소했다.

밀켄은 교도소에서 복역 중에 두 번 법정에서 증인으로 증언했다. 첫 번째는 정부 측 증인이었고, 두 번째는 피고인 측 증인이었다. 밀켄은 이 두 번의 증언에서 모두 정부 측에 불리하게 증언했다. 밀켄의 이러한 행동은 검사의 속을 뒤집어 놓는 행동이었다. 어찌 보면 장기형을 선고받고 판사의 감형을 기대하는 밀켄에게 이러한 행동은 도전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검사에 비난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1992년 8월, 밀켄이 법정에서 증언한 2주 후, 우드 판사는 형량 삭감에 대한 그녀의 결정을 발표했다. 우드 판사는 밀켄이 정부에 대해 “상당한 협력(Substantial Cooperation)”을 했다고 언급하면서 밀켄의 10년 징역형을 24개월로 대폭 줄여 주었다. 누구도 밀켄의 협력이 그 정도의 감형을 받을 정도로 “상당하다”고 믿지 않았지만, 이유가 어쨌든 우드 판사의 엄청난 감형은 밀켄 측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1992년 8월, 우드 판사의 밀켄에 대한 형량 감경은 밀켄에 대한 모든 법적 분쟁이 마무리됐음을 상징했다. 1992년 초, 밀켄과 드렉셀의 전 직원들은 13억달러를 지급하는 수백 건의 민사소송을 합의했다. 밀켄은 이미 4억달러를 지불할 것을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몫을 지불했다. 밀켄이 자신의 유죄 인정의 한 부분으로 2억달러를 추가로 지불했고, 그에 대한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총 10억달러를 지불했다. 드렉셀, 밀켄, 그리고 드렉셀의 전 직원들이 총 20억달러를 지불했는데, 어떤 피해나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 금액은 엄청난 규모였다. 피셀 교수는 이것을 “법적 강탈(Legal Extortion)”이라고 표현했다.

피셀 교수는 ‘보복’에서 밀켄의 몰락은, 그리고 밀켄이 시도한 금융 혁명의 실패는 단지 게임의 진행 중에 게임 규칙(Rule)을 바꿀 수 있는 무제한의 능력을 가진 정부가 어떤 개인보다도 강력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줄 뿐이라고 조소했다. 미국의 민주적 시스템 안에 설치된 보호 장치들은 기소된 자의 헌법적 권리를 포함해서 개인이 자의적으로 범죄자로 선언하는 것을 보호해 주고 있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데 밀켄이 바로 그런 케이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밀려났던 기득권층, “탐욕의 시대”의 부자들을 증오하는 사람들, 그리고 줄리아니 같은 야망 있고 고삐 풀린 연방 검사들의 동맹은 밀켄을 파괴하기 위해 의기투합했고, 밀켄 드라마는 미국의 추악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