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 오후, 경복궁 인근에서 전통문화프로젝트그룹 한복여행가의 20대, 30대, 40대 단원이 모여 ‘퓨전한복은 고궁 무료입장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는 논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복문화토론회, 연금술사’라는 제목으로, 20대 대학생에서 40대 한복 포토그래퍼까지 총 12명의 다양한 인원이 모여 자신의 생각을 열렬히 털어놓았다. 많은 전통문화와 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들이지만 속 깊은 의견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없었던 탓이다.

지난 9월, 종로구청에서 진행한 한복대토론회에서 필자는 ‘진짜한복? 가짜한복?’이라는 내용으로 발제를 맡았다. 주단집에서 한복을 대여해주던 5년 전과 체험한복 대여점이 생긴 지금, 궁 근처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한복의 형태는 차이가 있었다. 짧은 한복문화활동 경험을 밑바탕으로 만났던 사람들이 필자에게 전했던 의견과 논란을 다루며 모든 응용과 변화는 전통에서 시작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담론의 장을 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저렴하고 선택이 용이하며 화려한 한복을 대여해 주는 업체가 늘어남에 따라 고급한복 그리고 저급한복 착장자를 동시에, 많이 양산한 것은 사실이다. 이벤트로 한복을 입고 경험했지만 더 많은 한복 착장 기회를 찾기 위해 관련 단체와 모임을 찾았던 것도 이들이다. 이제는 처음 대여점에서 입었던 이벤트성 한복이 아니라 더 나은 소재, 다양한 옷감, 전통과 가까운 형태라 말할 수 있는 한복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소유한 사람들이 전통문화프로젝트그룹 한복여행가의 단원이기도 하다.

 

고궁 주위 자리잡은 한복입기 문화에 대해서

궁과 같은 전통 건축물에서 한복을 입으며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일반인 시각의 주장과 산업,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는 이의 생각은 매우 달랐다. 아랑한복 대표인 박혜연(40대)씨는 전통과 유행이 다른 점에 대해 언급하며 지금 고궁 주위 한복을 스탠다드로 길게 가져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이와 관련하여 최순우옛집 교육사 김승희(30대)씨는 눈에 띄는 옷(한복)을 입고 눈에 띄는 곳(궁)에 가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변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짝거리는 드레스 리본 형태의 한복이 ‘시대에 따라 바뀌는 복식’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는 의견을 냈다. 국악전공자인 우인제(20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무형유산과 전공 대학생인 신규리(20대)씨는 다양한 형태의 전통한복을 제대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배경을 잘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더불어 종로구청이 궁 입장 제한을 주장 혜택 제외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한복을 많이 입는 사람에게는 한복이 ‘일상’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한복착장이 ‘일탈’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그림작가 권다인, 30대). 평소에 거의 입지 않는 착장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제까지 시도해보지 못했던 스타일을 선택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한복업체 관계자인 임아람(20대)씨는 대여업체를 찾는 손님들이 대부분 커튼지로 만든 화려한 체험한복을 찾는다고 밝혔다. 기존 주단집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통한복을 비치해놓더라도 손님들이 선택하지 않고 다른 체험한복을 비치하고 있는 대여점을 방문한다는 내용이다. 한복문화에디터 김지원(20대)씨는 이러한 반짝이 대여 한복 덕분에 한복이 대중화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는 더 발전된 형태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라 덧붙였다.

 

옷과 사람은 변한다.

세상이 변하듯 옷도 변했다. 같은 조선시대라 하더라도 각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한복은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해당 시기에 똑같은 형태의 한복을 입었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가 ‘기성복’이라는 이름으로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분류가 있는 것처럼. 같은 형태를 입었다 하더라도 입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이는 전통에도 다양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한복유투버 김예림(20대)씨는 체험한복 또한 한복의 흐름에서 필요한 존재이며 선택할 수 있는 넓은 문화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한다.

참여자 대부분은 전통문화와 한복이 가지는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 지금 한 순간만 나타나는 유행으로서의 한복이 아니라 전통이라는 맥에 닿아있는 한복으로서 우리 모두의 다른 취향과 미감, 선택, 이러한 노력이 더욱 다양한 우리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