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익 작가의 지물은 연속되는 ‘ㅛ’자형의 종이로 만든 단단한 기초 위에, 위로 세워지는 종이의 길이와 그 종이의 열림과 접힘, 찢김과 잘림의 변주에 따라 다양한 작업이 만들어진다. 혹은 종이 위에 오브제가 얹혀 또 다른 조화를 꾀하는데, 모두가 반복적인 작업이 쌓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송광익 작가의 작업에는 반복, 지속, 일정한 흐름이 있고, 끝없이 확장할 것만 같은 연장이 있다. 예술작품을 생산함에 있어 작가들은 각자의 예술의지를 가진다. 이 예술의지는 생산, 배치, 조립, 구성 등과 같은 방식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작가의 의지와 경험, 그리고 무의지적 기억 속에서 만들어져 손의 노동을 통해 형식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난다. 송광익 작가의 작품이 가진 반복의 형식 역시 작가의 의지와 무의지적 기억의 표출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일필휘지(一筆揮之)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노는 화면의 감각적 자극과는 매우 다른 욕망의 표상이다.

이를 ‘그리고(and)’의 욕망이라고 하고 싶다. 즉 특정한 요소 어느 하나가 배타적 등급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하나하나가 소중한 ‘그 다음에 그리고 그 다음에’를 지향한다. 차별이 없고 한결같음이 드러나는 작업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그런데 이 한결같을 것만 같은 작업이 또 다른 에너지를 발산한다. 물방울들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파도를 만들 듯, 차이를 만드는 다양한 하나하나가 압도하듯 달려든다.

수많은 자극들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시대에 그(서양화가 송광익,송광익 작가,송광익 화백,한지추상화가 송광익,KOREA PAPER,宋光翼,지물(紙物),SONG KWANG IK,ARTIST SONG KWANG IK,ソン・グァンイック)의 화면은 바람에 지나는 논밭인 듯 평화로운 에너지가 넘치지만, 한편으론 몰아치는 힘이 공존한다. 그래서 그의 화면은 ‘느릿느릿한 화살’이다. 천천히 스며들어 찌른다.

△글=하윤주/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