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신용평가의 신용도 전망 평가에 따른 등급전망 변동 사항. 자료=한국신용평가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한국신용평가가 한국기업평가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신용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현대·기아차의 수익창출력 약화와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실적 불확실성 등을 반영해 등급 전망을 한단계 낮췄다.

한신평은 한기평과 마찬가지로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현대·기아차가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되면서 계열사 지원 가능성 악화에 따른 신규평가다.

한신평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기존 현대차 ‘AAA’, 기아차 ‘AA+’로 각각 유지했다.

등급 전망 변경 사유는 ▲판매 부진과 고정비 부담 증가에 따른 구조적 측면의 수익창출력 약화 ▲주요 완성차 시장 수요둔화와 신흥국 통화 약세 등의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지속하는 품질이슈, 미래의 관세부과 가능성,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 등이다.

▲ 현대기아차 지역별 판매량. 자료=한국신용평가

현대·기아차의 G2(미국·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낮은 기저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성장세로 전환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7.8% 감소했다. 주력시장인 미국과 중국 판매는 올해 3분기에 각각 1.8%와 4.4%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 글로벌 판매량은 8.5% 줄었다. 기아차의 미국 판매량은 1.4% 줄고, 중국 판매는 3.8% 감소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 사드(THAAD) 등의 정치적 이슈 이후 실적 반등을 기대했고, 미국은 2018년 하반기 이후 신차 라인업과 SUV비중 확대로 판매량 개선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각 시장 내 포화도가 상승한 데다 미국 금리인상 및 무역갈등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미국, 중국 등 주요 완성차 시장의 수요부진이 지속할 것이라는 게 한신평의 판단이다.

이종통화 환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하락한 것도 원인이다. 한신평은 “국제 정세와 금융환경 등을 고려하면 신흥국 통화 약세기조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신흥국 판매비중이 적지 않은 현대·기아차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실적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는 리콜 등 품질이슈의 지속과 친환경·자율주행 차량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 미국의 관세부과 가능성 등이 지목됐다. 한신평은 “앞으로 품질비용은 과거 대비 확대된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비 부담도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 차량부문 주요 현금흐름 추이. 자료=한국신용평가

현대캐피탈·현대카드도 '신용전망 부정적'

한신평은 이날 현대·기아자동차와 함께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돼 그룹의 유사시 지원 능력이 떨어졌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한신평은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신용등급 산정 시, 현대차그룹 계열로부터 지원 가능성을 이유로 한 단계 높은 등급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 전망 변경이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에 대한 그룹의 지원능력이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캡티브 금융사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자동차판매액 중 현대캐피탈 취급 비중과 현대캐피탈 영업자산 내 현대·기아차 관련 자산 등을 고려하면 그룹 내 전략적 중요성이 높다. 그만큼 현대차의 지원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현대카드 역시 현대·기아차 국내 자동차판매액 중 현대카드를 통해 결제되는 비중 등을 고려하면 자동차판매 지원의 역할과 중요도가 높다. 현대캐피탈과 마찬가지로 현대카드가 그룹의 지원의지는 여전히 높다는 게 한신평의 판단이다.

다만 현대커머셜과 현대차증권은 신용등급 전망을 조정하지 않았다. 한신평은 “현대자동차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더라도 현대차와 현대커머셜·현대차증권 간의 신용도 격차를 고려하면 지원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면서 “지원능력과 지원 의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현대자동차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최근 현대커머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재무적투자자(FI) 경영 참여와 관련해서는 “기존 자본에서 신종자본증권이 차지하는 비중과 부채성을 살필 때 회사의 실질 레버리지 개선 효과는 크지 않다”면서 “다만 FI의 경영 참여로 인한 경영전략 변화는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일 현대캐피탈(AA+)과 현대카드(AA+)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현대자동차 신용등급이 지난달 31일 AAA(안정적)에서 AAA(부정적)으로 변경된 데 따른 것이다.

한기평은 현대차·기아차의 실적 불확실성 영향으로 현대위아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본사 건물. 사진=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