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법률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은 때맞춰 공부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라도 실수하기 쉬운 대표적인 법률 중 하나다. 상임법은 어느 법률보다도 정책적인 고려가 최우선시되는 법률로서 수시로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편에서는 상임법에 관해 흔히 가지기 쉬운 오해를 풀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려 한다.

 

1. 상임법은 모든 상가 건물에 적용할 수 있다?

아니다. 상임법은 상가 건물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여기서 말하는 보증금액이란 일반적인 의미의 임차보증금이 아니라 월차임까지 고려한 ‘환산보증금’으로 월차임에 100을 곱한 금액과 임차보증금을 합하는 방법으로 산정한다. 따라서 임차보증금 2억원에 월차임이 50만원인 경우라면, 상임법상의 ‘환산보증금’은 2억원과 50만원의 100배인 5000만원을 합산한 2억5000만원이 된다. 한편 상임법이 적용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보증금액은 매년 상향 중이기는 하나, 2018년 1월 26일 기준 서울특별시는 6억1000만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및 부산광역시는 5억원이다. 즉 상가임대차계약에서의 ‘환산보증금’이 이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만 해당 상가 건물은 상임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2. 상임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 상가건물은 상임법의 적용을 전혀 받지 못한다?

아니다. 상임법이 적용되지 않는 상가 건물에 대해서도 상임법 중 일부 규정이 적용된다. 특히 앞서 살펴본 ‘환산보증금’의 액수가 2018년 1월 26일 기준 서울특별시 6억1000만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및 부산광역시 5억원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환산보증금’을 넘어서는 경우라 할지라도, 임차인이 임대인에 비해 약자의 지위에 선다는 본질적인 측면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대항력(제3조), 갱신 요구권(제10조), 권리금 보호, 차임 연체가 3기에 이르러야 임대차계약 해지 가능(제10조의 2부터 10조의 8) 등 상임법 중 임차인을 보호하는 핵심 조항은 단지 ‘환산보증금’ 액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배제되지 않는다. 원래 상임법 제정 당시에는 상임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 상가 건물에 대해서는 상임법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지만, 상임법이 거듭 개정되면서 이제는 ‘환산보증금’의 액수에 관계 없이 임차인은 법적으로 폭넓은 보호를 받고 있다.

 

3. 건물을 인도받아 점유를 하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임차인은 언제나 대항력을 가진다?

아니다. 이에 대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항력’이라는 개념부터 알고 있어야 하는데, ‘대항력’이란 임차인이 상가 건물을 임차하고 있는 도중 건물주가 바뀐다 하더라도 임차인은 종전 임대인인 건물주에게 행사할 수 있었던 권리인 임대차기간 보장, 보증금반환청구 등을 할 수 있는 지위를 말하는 것으로 상임법에서는 임차인이 상가 건물을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기만 하면 그 다음날부터 ‘대항력’을 가진다(제3조). 다만 주의할 점은 임차인이 건물을 ‘점유’하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해 ‘대항력’을 취득한 이후라도 어느 시점에서 건물을 점유하지 않게 되거나 사업자등록이 말소되는 경우 등 ‘대항력’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되는 경우 ‘대항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임차인이 뒤늦게 다시 ‘점유’와 ‘사업자등록 신청’의 요건을 갖춘다 하더라도 종전 ‘대항력’은 부활하지 않으며, 임차인은 그 시점으로부터 새로이 ‘대항력’을 갖게 될 뿐이다.

 

4. 뒤늦게 대항력을 갖춘 경우 새로운 임대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한다?

아니다. 앞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임대차기간 중 건물주가 바뀔 경우 임차인은 그 전에 미리 ‘대항력’을 갖춘 경우에만 새로운 건물주에게 임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임차인이 미처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주가 바뀐 경우라 하더라도 모든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상임법 제14조 및 동 시행령 제6조에서는 ‘대항력’을 미처 갖추지 못한 임차인이라 하더라도 ‘환산보증금’의 액수가 서울특별시 6500만원 이하,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 5500만원 이하 등 소액임차인에 대해서는 그중 일부 금액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때 반환되는 보증금 액수는 서울특별시는 2200만원,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은 1900만원이다. 이는 영세 상인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5.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무조건 10년의 임대차 기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아니다. 최근 상임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갱신 요구권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 사실은 이미 소개한 바와 같다. 다만 이 경우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임차인과 상가 건물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순간부터 임차인의 갱신 요구에 따라 임대차 기간을 무조건 10년까지 보장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대인은 상임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하고 임대차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제10조 제1항). 가령 임차인이 3기에 걸쳐 차임을 연체하는 경우(제1호), 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제2호),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상가 건물 전부 또는 일부를 재임대(전대)하는 경우(제4호), 임차인이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제5호), 임대인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제7호)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