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이제 여기저기서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사람을 찾는 것은 특이한 것이 아니라 일상이 됐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0%가 넘는 대한민국에서 오히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같은 휴대용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로서 스마트폰 제조 강국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나라다. 게다가 무선인터넷(WiFi) 속도도 빠르고 공공장소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은 IT통신 강국이기도 하다. 이렇게 좋은 디지털 환경에서 스마트 기기 사용시간 증가는 필연이다.

그러나 뭐든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스마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집중력 저하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부터 안구건조증, 거북목과 같은 신체적인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보는 동시에 길거리를 걸으면서, 타인과 부딪히거나 움직이는 자동차와의 충돌 등 위험한 상황도 발생한다. 이런 이유에서 스마트폰(Smartphone) 사용자와 좀비(Zombie)의 합성어인 스몸비(Smombie)라는 신조어가 이제는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스몸민국으로 변한 대한민국

한국은 스몸비의 나라 ‘스몸민국’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매년 조사하는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보고서는 한국이 얼마나 스마트 기기에 열중하고 있는 국가인지 보여준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이용 조절력이 감소해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를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최근 조사연도인 2017년 기준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과의존 위험군은 18.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8.4%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최근 3년간도 증가추세는 여전하다. 2015년 16.2%, 2016년 17.8%, 2017년 18.6%로 매년 과의존 위험군은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 비율 증가는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증가하고 있다. 유아동은 2015년 12.4%에서 2017년 19.1%로 6.7%로 증가해 최근 3년간 가장 큰 폭으로 과의존 위험군이 증가했다. 청소년은 2015년 31.6%에서 지난해 30.3%로 소폭 감소했지만 10명 중 3명이 과의존 증후군인 만큼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성인은 2015년 13.5%에서 지난해 17.4%로 증가했고, 60대 이상의 스마트폰 과의존 비율도 2016년 11.7%에서 지난해 12.9%로 높아졌다.

스몸비들이 주로 이용하는 콘텐츠로는 카카오톡, 라인과 같은 메신저가 95.5%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게임(91%), 뉴스 검색(80.9%), 음악(77%), SNS(76.7%), 웹서핑(75.5%), 동영상·TV·영화(72.3%)가 이었다.

정보화진흥원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 척도가 현저성, 조절실패, 문제적 결과의 3개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총 사용시간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얼마나 자신의 생활이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조사했다.

현저성은 다른 어떤 것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뜻한다. 조절실패는 적절한 스마트폰 이용시간을 지키는 것이 어렵고, 스마트폰 이용시간을 줄이려 할 때마다 실패하는 것을 뜻한다. 문제적 결과는 스마트폰 이용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유아동에게서는 현저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청소년과 성인, 60대 이상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조절하지 못하는 조절실패가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스몸비 비중이 특히 높은 젊은 세대

연령대별로 보면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0대 이상부터는 15% 이하로 나타났지만, 영유아(3~9세)는 19.1%, 10대는 30.3%, 20대는 23.6%, 30대는 17.2%로 비율을 보였다. 한마디로 40대 이하의 세대에서 스몸비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7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연령별로 하루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집단도 10대와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음성 통화를 제외한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1시간 33분이었는데 10대는 2시간 12분, 20대는 2시간 21분으로 조사됐다. 이용 시간은 20대가 1위, 10대가 1위, 그 뒤를 30대부터 차례로 이었다.

세대를 불문하고 스몸비들은 정신적, 신체적 문제에 노출돼 있지만 영유아를 포함한 젊은 세대의 스마트 기기 중독은 더 큰 심각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슬기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스마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스몸비들을 좀 더 심각하게 본다면 중독 측면에서도 접근해 볼 수 있다. 특히 영유아들과 청소년들은 성장 과정에 있기 때문에 주의력 분산, 신체 성장 이상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보화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영유아들은 스마트폰 이용으로 시력이 나빠지거나 자세가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마트폰 이용 때문에 부모들도 아이와 자주 싸우는 것으로 파악됐다. 10대 청소년들과 성인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학업 수행 어려움, 가족과의 불화, 건강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