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이름의 유산균 시장은 해마다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효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들리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이를 의약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관심이 주목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0일 면역 미생물 공생 연구단 소속 임신혁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이 프로바이오틱스를 면역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프로바이오틱 개발과 시장 동향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015년을 기준으로 약 36조원이다. 이는 해마다 7%의 성장세를 나타내 2020년에는 약 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임 교수 연구팀은 모유 수유를 한 어린이들이 아토피 피부염 등 면역 질환에 저항성이 강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관심은 200여종의 후보 미생물 중에서 면역반응을 재설계할 수 있는 비피더스 PRI1균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임 교수는 “장 내부에서 이로운 균총을 만드는 프로바이오틱스 중 면역을 제어할 수 있는 균만 골라낼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면서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장내 환경을 모사하는 시스템을 연구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 IBS연구팀은 장 질환 염증을 지닌 실험쥐에 비피더스 PRI1균을 투여하자 3주 후 염증이 감소함을 확인했다. 가느다란 붉은색 표면이 염증이다.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은 피더스균 PRI1만의 면역반응을 살펴보고자 체내에 세균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무균  생쥐 실험에서 비피더스균 PRI1의 면역반응을 검증했다. 비피더스 PRI1균에 의해 면역 세포의 분화와 발달이 조절되는지 분석한 것이다. 

연구 결과 이 균이 소장과 대장에서 면역조절 T세포인 Foxp3의 분화와 증식을 유도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비피더스균과 면역세포의 연결 고리를 확인한 것이다. 임 교수는 “비피더스 PRI1균을 투여한 실험용 쥐는 이를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 3주 만에 소장과 대장에서 면역을 조절하는 면역억제 T세포가 크게 증식하고 장 표면의 염증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 비피더스균에 의한 면역 조절 기전 모식도.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임 교수 연구진은 이탈리아 나폴리대학 연구팀과 함께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미생물 신약 개발 가능성도 열었다. 비피더스 PRI1균의 세포 표면 다당체(CSGG)가 면역을 활성화시키는 물질임을 증명하고 화학구조를 밝히는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에 더해 세포 표면 다당체의 면역반응 조절 기작도 규명했다. 세포 표면 다당체만 염증이 있는 실험쥐에 투여했을 때도 비피더스 PRI1균을 투여했을 때와 비슷한 항염증 효능이 나타났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프로바이오틱스가 꼭 살아있어야만 효능이 있을 거라 여겨졌던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 프로바이오틱스만이 유익한 활성을 지니는 이유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측면과 면역 활성 물질의 화학적 구조와 작용기작을 규명해 미생물을 이용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신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IBS의 전폭적인 연구비와 연구 인프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면서 “연구단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IBS 연구팀의 인적 자원과 무균·무항원 연구 인프라 유지 방안을 강구해야하며 향후 면역학 인프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이뮤놀로지’ 2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사이언스 이뮤놀로지는 이번 연구성과를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선정했다. 11월에는 전세계 전문가들과 미생물을 신약으로 개발할 가능성에 대한 공개 토론이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