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강서구에서 재배된 무와 청양고추, 김포산(産) 표고버섯, 고양산 상추 등 서울시 강서구 일대와 김포·일산 등 인근 경기지역에서 갓 수확해 높은 신선도를 자랑하는 ‘로컬푸드(Local Food)’가 강서구 주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바로 서울시 지하철 5호선 마지막 정차역인 방화역 근처에 위치한 ‘강서농협(조합장 한명철)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서울시 19개 관내농협들 중 최초로 개설된 강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난 17일 공식 개장했다. 강서구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지역농가의 판로 확보와 소득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강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을 <이코노믹리뷰>가 19일 직접 방문했다.

▲ 서울관내 19개 농협들 중 강서농협이 최초로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설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하나로마트 매장 내 정중앙에 위치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지역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를 살펴보는 소비자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서울 19개 관내농협들 중 최초로 운영
우선 로컬푸드가 무엇인지 간단히 짚어보면, 사전적 의미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이다. 통상 반경 50㎞ 이내에 생산된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는 2008년 전라북도 완주군 용진농협이 처음으로 로컬푸드 매장을 도입한 이후 지난해 기준 180여개의 로컬푸드 매장이 있다. 이 중 70% 이상은 지역농협이 운영 중이다. 서울에는 일부 지자체 직영의 로컬푸드 매장들은 있으나, 서울지역 농협이 직접 운영하는 로컬푸드 매장은 강서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최초다.

▲ 강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외부.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150여 농가와 출하계약…농가가 직접 상품 포장·진열·가격 책정
강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강서농협 하나로마트 안에 위치했다. 규모는 50여 평으로 그리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로마트 매장 안 바로 중앙에 별도의 로컬푸드 매장이 자리 잡고 있어 이른바 ‘목’이 좋다. 개장시간(아침 9시30분)이 조금 지난 오전 10시 즈음 로컬푸드 매장 가보니 농가들이 분주하게 매대를 청소하고 직접 수확한 상품들을 진열하고 있었다.

조봉훈 강서농협 하나로마트 부점장은 “농가가 수확한 상품을 직접 포장·진열하는 것은 물론 가격도 정한다. 또한 농가의 얼굴과 이름, 재배지역, 연락처 등의 판매자 정보가 매대마다 부착됐기 때문에, 농가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과 출하계약을 맺은 농가 수는 현재 150여 호다. 강서농협 조합원뿐만 아니라 인근 경기도 김포와 고양지역 농협 소속 농가도 농산물을 출하하고 있다. 서울 강서지역 관내 농협과 관외 농협 소속농가 비율은 4:1 정도.

▲ 수확·포장한 농산물을 매대에 진열하는 어느 농가.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매대마다 생산자 얼굴과 연락처 등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원래 농협 로컬푸드 운영규정상 해당 시·군 지역 농산물만 공급받는 것이 원칙인데, 서울의 경우 지방과 달리 농가나 품목 수가 적을 수밖에 없어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에 한명철 강서농협 조합장이 이러한 애로를 농협중앙회에 직접 건의하고, 내부 검토를 거쳐 지침이 개정되면서 김포와 고양 등 인근 경기지역 농산물까지 공급받는 ‘서울-경기 연계형’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강서농협은 지난 8월부터 시범적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어 농가와 소비자 반응을 살펴본 후, 지난 10월 17일 공식적으로 매장을 개설했다.

▲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역 농가가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포장하고 가격까지 결정해 진열하는 직거래 방식의 판매장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판매상품의 잔류농약검사결과를 소비자에게 늘 공개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최상의 신선도와 철저한 안전성 관리, 농가 간 품질경쟁 등은 로컬푸드 직매장의 강점
강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되는 품목은 현재 약 150여 가지다. 쌀과 무, 상추, 계란, 사과, 밤, 고구마, 꿀 등 종류가 꽤 많아 웬만한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못지않다. 특히 출하되는 품종과 용량이 다양해 소비자가 원하는 용도에 따라 구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같은 품목의 농축산물을 공급·판매하는 농가들 간에 품질경쟁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어, 이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요소다.

소비자가 살고 있는 곳 혹은 근거리 지역에서 갓 수확한 농산물이 판매되기 때문에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한다. 강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출하계약을 맺는 농가의 40% 이상은 당일 새벽에 수확한 농산물을 매일 아침마다 매대에 진열한다. 나머지 농가도 소비자에게 신선도 높은 농산물만 제공하도록 진열기간은 최대 5일을 넘기지 않는다.

▲ 강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친환경농산물과 일반농산물을 구분해 판매 중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대부분의 상품이 소포장돼 소비자 입장에서 구매하기 좋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소비자가 농산물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안전성 관리도 철저하다. 로컬푸드 매장에 농가가 수확한 농산물을 출하하기 위해서는 300여 가지가 넘는 잔류농약검사를 반드시 통과하고, 관할 지자체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품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농약잔류 위험이 높은 품목 위주로 주 단위, 월 단위로 안전성 정기검사를 하고 있다.

김영철 강서농협 하나로마트 점장은 “안전성 관리교육을 이수한 농가만이 로컬푸드 매장에 제품을 출하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강서농협 직원들이 출하계약을 맺은 농가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식부(경작지에 작물을 심는 것) 상황과 작물 생육 등을 수시로 파악하고,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도록 꼼꼼히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강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전경.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매장을 찾은 지역 주민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품질 좋은 농산물 합리적인 가격 구매·생산자 정보 확인 등 소비자 만족도↑
‘농가-로컬푸드 직매장-소비자’까지 유통과정이 단순해서 소비자가 신선한 농산물을 소포장 단위로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19일 기준 시금치 1봉(0.3㎏)은 1200원으로 일반 대형마트(1㎏ 평균 6600원)보다 절반 가까이 싸다. 요즘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무는 개당 2500원으로 대형마트와 비슷하거나 10% 정도 저렴하다. 시중에서 가격변동이 큰 상추와 같은 엽채류(1봉 0.3㎏)는 계절에 상관없이 거의 900~1000원대인데,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인근 식당에서도 자주 구입하는 편이다.   

강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을 찾은 김순자(여·61세) 씨는 “원래 하나로마트 단골인데 로컬푸드 매장이 열리면서 상추와 고추, 깻잎 등 자주 먹는 농산물은 여기서 구입하는 편”이라며 “일반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한 채소 대부분은 끝부분이 시든 경우가 많아 버리는 양이 꽤 많은데, 로컬푸드 매장 농산물은 당일 수확한 것이 많아 신선도가 좋고, 가격도 적당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씨는 “매대마다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좋다. 며칠 전에는 내가 구입한 제품을 재배하는 농가를 만나서 직접 어떻게 제품을 기르는지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어, 더욱 신뢰가 가고 정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비자인 여길순(여·57세) 씨는 “로컬푸드 매장에서 파는 상품들은 신선도는 좋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소포장 상품 위주로 구성돼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 김영철 점장(좌)과 문복만(가운데)·박현자(우) 부부 농가가 오늘 진열할 상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영세농·고령농의 판로확보·소득개선 가능성 제시한 로컬푸드 직매장
강서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역농가의 판로 확보와 소득개선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지역의 다품종 소량으로 생산하는 영세농가나 고령농가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매장에서 만난 문복만 농가(남·73세)는 “보통 나흘에 한 번씩 로컬푸드 매장을 오고 있다. 오늘은 무와 호박고구마, 참깨, 초석잠 등을 판매하려고 가져왔다”며 “우리는 농약이나 비료를 잘 안 써서 상품 모양새가 좋은 편은 아니다. 농기계도 잘 못 다뤄 대량생산이 힘들다보니, 여러 채소를 수작업으로 소량 재배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판로 확보에 많은 애를 먹는데, 로컬푸드 매장에서 우리가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부가소득까지 올릴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강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가 매출액에 대해 매일 정산을 원칙으로, 매출액에서 12%의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가 농가에게 돌아가고 있다.

김영철 점장은 “재배작목과 공급물량에 따라 정도의 차는 있지만, 하우스 300평 기준으로 농가가 월평균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600만원까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로컬푸드 매장이 농가 소득개선의 새로운 판로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며 “꼭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안전성 관리 교육을 충분히 이수하면 로컬푸드 매장에 입점할 수 있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영세농이나 고령농을 대상으로 우리 로컬푸드 매장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