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승차공유 시장이 확장일로를 거듭하는 가운데 우버와 리프트가 내년 나란히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규제와 구사업 종사자의 반발로 공회전만 거듭하는 사이 글로벌 업계는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우버와 리프트, IPO도 라이벌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의 최강자이자 승차공유의 시초인 우버는 내년 IPO가 기정사실로 굳어가는 분위기다.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IPO를 단행할 것"이라면서 "매우 순조롭게 준비가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버는 IPO를 위해 일부 사업부를 분사했으며, 필요이상으로 소모적인 전투를 거듭하는 곳에서는 발을 빼기도 했다.

우버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그랩에 자산을 매각하고 철수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평가다. 우버는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와의 협의에 따라 늦어도 내년 하반기까지 IPO를 완료해야 한다는 숙제도 받았다.

우버는 IPO를 위해 배테랑 금융맨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한 상태다. 3년동안 공석이던 CFO에 지난 8월 닐슨 차이 전 워런티그룹 CEO를 임명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그는 중소기업 대출 전문은행인 CTI그룹 회장을 역임했으며 메릴린치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한 재무통이다.

우버가 IPO에 나설 경우 12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자랑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현지시간)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우버가 1200억달러의 기업가치 제안을 받았다"면서 "이는 미국 제너럴모터스와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기업가치를 더한 것보다 크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우버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버가 지난 8월 일본 도요타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당시 72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업가치 1200억달러는 이와 비교해 거의 2배다. 그러나 우버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고려하면 '준수한 기업가치'라는 평가도 만만치않다.

우버의 경쟁자인 미국의 리프트도 내년 IPO에 나설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에 IPO에 나설 우버와 달리 리프트는 내년 3월 IPO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IPO 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리프트의 기업가치는 151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준 75억달러와 비교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공유자전거 기업 모티베이트를 약 2억5000만달러에 인수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 리프트가 가동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우버와 리프트가 나란히 IPO에 돌입하며 두 회사의 '끈끈한 인연'도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는 구글이 깊숙하게 개입해 있다.

우버는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됐으며 2011년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구글은 일찌감치 우버와 협력했다. 2013년 구글은 구글벤처스를 통해 2500만달러를 우버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데이비드 드루먼드 구글 부사장은 우버 이사회 멤버로 활약했다. 두 회사는 글로벌 ICT와 모빌리티 영역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내기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2013년 구글이 웨이즈를 인수한 후 2015년 카풀 서비스를 시작하며 두 회사의 관계에 파국이 시작됐다. 구글의 카풀 서비스가 우버의 온디맨드 카셰어링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설전까지 벌이며 관계가 틀어졌으며 우버는 보란 듯이 서비스 초기부터 사용하던 구글맵을 버리고 독자 지도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구글이 미국 온디맨드 카셰어링 업체 2위인 리프트에 투자를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지난해 초 기술유출사건은 우버와 구글의 관계가 파탄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알파벳 자율주행차 사업부인 웨이모에서 근무한 후 자율주행차 트럭 사업체인 오토를 창업한 앤서니 레반도우스키를 우버가 영입하며 사단이 났다. 레반도우스키가 웨이모에서 엔지니어로 일할 당시 관련 기술을 무단으로 유출했고, 우버에서 일하면서 고스란히 활용했다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진 후 레반도우스키의 퇴사로 정리됐지만, 우버와 구글은 이 사태를 계기로 완전히 갈라졌다.

우버와 결별한 구글은 리프트와 협력을 강화했다. 리프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자율주행차와 승차공유 플랫폼의 결합을 공격적으로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버는 조직 내 성추문 등으로 트래비스 칼라닉 창업주가 물러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며, 리프트는 우버가 흔들리는 사이 차근차근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소프트뱅크가 우버의 대주주가 되며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전략이 가동, 우버도 간신히 정상궤도에 올랐으나 리프트의 존재감은 이미 커질만큼 커진 상태다.

두 회사는 내년 나란히 IPO에 돌입하며 새로운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기업가치로 보면 우버가 압도적인데다 소프트뱅크라는 든든한 후원군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우버는 글로벌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반면 리프트는 아직 미국 내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하며 기업가치 측면에서 우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알파벳 웨이모와 협력하며 자율주행부터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 디디추싱이 가동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내년 봄날?
우버와 리프트만 IPO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들도 내년, 혹은 이른 시기에 IPO를 준비하고 있다.

우버와 함께 소프트뱅크 모빌리티 동맹군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국 디디추싱이 거론된다. 최대 8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디디추싱은 중국에서 우버 차이나를 몰아낸 후 최근에는 유럽과 남미 일부에도 진출했다. 아직 IPO와 관련된 논의가 감지되지는 않지만, 디디추싱이 IPO에 나설 경우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의 판이 흔들릴 전망이다.

인도의 그랩은 이르면 3년안에 IPO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7월23일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인도 비즈니스 서밋’에서 바비쉬 아그라왈 올랩 CEO는 "3년내 IPO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모빌리티는 아니지만 온디맨드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도 IPO를 준비하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는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스 베르데스에서 열린 코드컨퍼런스에서 "내년 IPO를 시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