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올해 3/4분기까지 농수산식품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난 68억7070만 달러로 집계됐다.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신선식품의 수출 증가와 지난해 사드(THAAD) 여파로 부진했던 대중국 수출이 다시 회복세를 보인 덕분이다. 앞으로 남은 1분기(10~12월)에도 이 같은 증가세를 이어간다면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 달러’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91억5340만 달러)를 뛰어넘을 가능성은 크지만, 100억 달러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10월 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18 오사카 K-Food Fair’에서 일본 바이어와 수출 상담 현장. 출처=aT

올 3분기말 누적 수출 69억 달러로 최근 3년간 최고치
농식품 수출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1~9월 누계)을 기준으로 최근 3개년 농식품 수출액은 2016년 62억8200만 달러, 지난해 67억7440만 달러, 올해는 68억7070만 달러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처럼 올해 농식품 수출이 지속 증가하게 된 이유로 중국시장에서의 수출 회복과 신선식품의 수출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우리 농식품 제2의 수출시장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K-Pop과 드라마를 비롯한 한류 인기에 힘입어 농식품 수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 사드 배치 등 정치적인 역학 관계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되면서, 지난해 우리 농식품의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14억7390만 달러)보다 8% 가까이 줄어든 13억5970만 달러에 그쳤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대중국 수출은 9월말 현재 10억831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9.4% 증가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역대 대중국 수출 최고치를 기록한 2016년 동기(9월 누계, 10억6830만 달러)보다도 약 1500만 달러 많은 수치다.

▲ 최근 3년간 3분기말 대중국 농식품 수출액 누계. 자료출처=KATI

전년 동기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신선식품 수출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신선식품 수출이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 또한 고무적이다. 파프리카를 비롯한 채소류와 과일류, 인삼 등 주력품목 대부분이 해외시장에서 소비가 늘면서 9월까지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9.5% 늘어난 8억9780만 달러다. 이 같은 추세에 동남아를 중심으로 매년 수요가 늘고 있는 한국산 딸기가 올 11월부터 수출이 개시되는 등 신선식품 수출이 보통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올해 수출실적은 지난해보다 높은 것은 물론 최근 5년 동안 신선식품 수출액이 가장 컸던 2013년(12억1030만 달러)에 못지않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T 수출기획부 관계자는 “배·사과 등 폭염으로 작황이 부진한 일부 품목이 있긴 하지만, 파프리카·인삼·유자차·김치 등 대부분의 품목이 수출 호조를 꾸준히 이어가는 만큼 올해 신선식품 수출은 물량이나 금액 면에서 상당히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 한국 식품을 시식하는 파리 시민들. 출처=aT

음료 수출, 벌써 ‘3억 달러’ 돌파
가공식품의 경우, 효자품목인 음료가 미국·동남아·중국 등지에서 소비가 활발한 덕분에 전년 동기보다 21.0% 늘어난 3억262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9월 누계 기준 역대 처음으로 수출 3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해외 100여 개국 이상 수출되는 또 다른 효자품목인 라면 역시 13.3% 증가한 3억118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외에 중화권 시장을 중심으로 한국산 ODM(제조자 주문 개발)용 맥주가 현지 젊은 층에게 각광받으며 9월 누계 기준 처음으로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수출 증가율만 56.3%에 이른다.

수산식품도 가장 수출 비중이 큰 참치와 김이 올 9월까지 각각 6.0%, 2.3%의 증가율을 보이며 이미 수출 4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 지난 9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Korean Food Festival. 출처=aT

1971년 공식 집계 이후 지난해 사상 처음 수출 90억 달러 돌파      
농식품 수출통계는 지난 1971년부터 공식 집계됐다. 참고로 1971년 농식품 수출액은 2억8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후 약 10년 전인 2009년까지 농식품 수출은 5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시장 위주로 수출이 됐고, 지금처럼 해외 대형 유통망을 개척하려는 시도나 전략상품 발굴 등 수출시장 개척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농림축산식품부(당시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 부처와 관계기관이 ‘한식세계화’와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 달러’ 등을 목표로 정부가 CJ와 농심, 오리온 등 식품대기업을 비롯해 중소업체의 수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수출유망상품 개발·육성, 중국·중동·할랄(Halal)과 같은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등 농식품 수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우리 농식품 수출은 2010년 58억800만 달러로 수출 50억 달러를 넘어섰고, 2년 만인 2012년에 80억 달러로 치솟았다. 그리고 지난해 91억5340만 달러 규모의 농식품이 수출돼, 농식품 수출을 공식 집계한 1971년 이후 처음으로 90억 달러를 돌파했다.

수출 1억 달러 이상의 품목도 2010년 이전에는 궐련(담배)과 참치 등 3~5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궐련(11억2560만 달러)과 참치(6억2550만 달러), 김(5억1320만 달러), 라면(3억8100만 달러), 음료(3억4680만 달러) 등 10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1억 달러 이상의 수출국가도 같은 기간 8~11개국에서 지난해 17개국으로 꾸준히 확대됐다.   

▲ 최근 40년간 농식품 수출액 변화. 자료출처=KATI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 반도체보다 생산유발효과 커
올 3/4분기까지 농식품 수출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이 같은 흐름이 4/4분기에도 이어진다면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 달성도 가능할까?

사실 농식품 수출 100억 달성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농식품 수출은 단순히 해외시장에 우리 농식품을 파는 것뿐만이 아닌, 농축산물의 내수가격 안정과 농가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등 농업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국민경제 차원에서 농식품 수출은 전후방 연관 산업의 고용과 생산유발 효과가 매우 크다.

임 교수는 한 언론 매체를 통해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농식품 100억 달러 수출 시 국민경제 기여도는 185억 달러의 생산 유발액과 함께 44억 달러의 부가가치 유발액, 6만6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 대표 수출상품인 반도체 산업 100억 달러 수출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보다 1.2배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 한국의 김스낵과 쌀과자를 맛보는 말레이시아 소비자들. 출처=aT

남은 3개월간 평균 10억 달러 이상 수출해야 100억 달러 달성 가능
올해 농식품 수출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술적으로 10월~12월까지 매달 10억 달러 이상의 수출이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 3년간 하반기 월평균 농식품 수출이 8억5000만 달러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 

특히 농식품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궐련, 다시 말해 담배 수출실적이 올해 내내 부진한 것도 수출 100억 달러 달성에 큰 장애물이다. 담배는 HS코드(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에 따라 가공식품에 속한다. 참고로 목재류와 깃털도 농축산물로 분류된다.    

담배는 최근 3년간 전체 농식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12~13%에 이를 정도로,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이다. 지난해 담배 수출액은 12억967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의 신선식품 전체 수출액(10억9530만 달러)보다 많다. 또한 전체 농수산식품 품목 중 유일하게 수출 10억 달러가 넘는 상품이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9월까지 담배 수출은 7억139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1.9%가 줄었다.

이에 대해 전지수 농식품부 수출진흥과 사무관은 “담배를 비롯한 연초류 전체 수출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의 부진이 큰 게 주원인”이라며 “아랍에미리트가 지난해 10월부터 담배에 '죄악세(Sin Tax)' 명목으로 100%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수출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 사무관은 “올해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전반적인 농식품 수출 흐름은 좋기 때문에 지난해 실적은 충분히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궐련 수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도록 올 연말까지 수출성과가 좋은 음료와 라면, 신선농산물을 중심으로 해외 판촉 지원에 나서는 한편, 우리 농식품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는 동남아시장 공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신규 상품 발굴·대형유통망 발굴 등 적극적인 투자 필요
당장 올해는 어렵겠지만, 정부와 관련 업계가 새로운 수출상품과 유통망 발굴, 수출마케팅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한다면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 달성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게 수출 현장의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과실류 수출업체 관계자는 “100억 달러 달성은 신선농산물 수출이 확대돼야 가능하다”며 “현재 딸기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유망상품이 발굴된 사례가 없다. 정부가 해외시장 조사를 통해 국내에서 재배할 수 있으면서도 수출까지 가능한 새로운 작목을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의 수출상품 중 해외 식품 트렌드에 맞는 품종 개량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식품 무역업체 관계자는 “동남아를 겨냥한 현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중국 내륙과 할랄 등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유망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도 꾸준히 이어가길 바란다. 특히 2년 전만 해도 정부가 쌀과 김치, 삼계탕 등 대중국 수출유망상품으로 한동안 이슈를 만들고 지원했지만, 지금은 관련 지원사업이나 홍보가 예전보다 미흡한 것 같다”며 “또한 유망시장을 중심으로 우리 농식품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형유통망이 지속적으로 발굴되는 등 정부와 업계가 협력을 강화하면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은 곧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