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박성은 최진홍 기자] 민족의 대명절 추석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22일과 23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전통시장들은 명절을 준비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높아지는 물가와 얼어붙는 체감경기로 ‘추석 특수’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절에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사례가 대거 확인되는 등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 하남 덕풍시장에 장을 보는 손님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전통시장과 주요 마트 ‘북적북적’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전통시장은 22일과 23일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종로의 주요 전통시장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명절음식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서울 강서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영천시장도 오랜만에 북적이는 인파로 정신이 없었다. 시장에서 5년 째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윤 모씨는 “평소보다 10배는 사람들이 몰려오는 분위기”라면서 “명절이 대목은 대목이다”고 웃었다. 시장 입구쪽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상인 정 모씨는 “추석을 대비해 차례상에 자주 올라가는 수산물 중심으로 미리 물량을 준비했는데 지금 상황이라면 부족할 것 같다”면서 “정신없이 바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서울 영천시장 좌판에 올라온 수산물 가격들이 보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시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며 평소 보기 어려운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평소에는 텅 비어있는 시장 뒤쪽에 있는 즉석에서 전과 부침개를 구워내는 작업이 대규모로 벌어졌으며, 원래 신발가게였던 곳이 깜짝떡집으로 변신하는 일도 있었다. 장을 보려던 사람들이 간식삼아 떡볶이와 라면을 먹는 분식집도 대호황이고 전통시장 근처에 있는 중소 규모의 식당들도 덩달아 밀려오는 손님들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 전을 구워내는 족족 팔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하남시 덕풍동에 위치한 덕풍시장도 북적였다. 22일과 23일 평소보다 최대 4배는 많은 손님이 장을 봤다는 말까지 나온다. 많은 손님 탓에 시장을 통과하려던 자동차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돌아서는 장면이 목격됐다. 상인들도 분주했다. 전을 뒤집는 상인, 도라지 껍질을 벗기고 있는 아주머니, 호객 행위를 하는 아저씨 등 활기있는 시장의 모습이 연출됐다.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한 60대 상인은 많이 팔았느냐고 묻자 “평소보다 2배정도 더 팔았다”면서 “사람 많은 거 보면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100% 만족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대목이라는 설명이다.

전통시장인데도 30대 젊은 상인들의 모습도 종종 보였다. 추석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부모님 일손을 돕기 위해서인 듯한 가게도 있었고, 아예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정육점도 있었다. 젊은층이 농촌으로 가는 ‘젊은귀농’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은 상인들이 시작부터 전통시작에 터를 잡아 특색있는 장사를 시도하는 ‘젊은전통시장 트렌드’가 엿보인다.

손님 중에서는 송편을 사려는 손님이 많았다. ‘가족과 함께 맛있는 송편드세요’라는 현수막을 걸어놓은 한 방앗간 앞에는 수십명의 손님들이 송편, 인절미 등 떡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한 직원은 접시에 인절미를 담아서 줄을 서 있는 손님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 하남 덕풍시장에 장을 보는 손님들 중 송편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 하남 덕풍시장에 장을 보는 손님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 하남 덕풍시장에 장을 보는 손님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시장 옆에는 시장 전용 공영 주차장이 있었다. 지난 4월부터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상 3층 높이 현대식 주차장이며 주차면수 82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 4면이 마련돼 있다. 기본료는 30분 500원이고, 10분마다 200원이 추가된다. 전통시장의 단점인 주차장 부재를 보완한 모습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하남 덕풍시장에 주차장이 생겼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대형마트도 북적

서울은 물론 주요 대형마트도 인파로 북적였다. 서울 김포공항 롯데몰은 22일 아침부터 사람들이 크게 붐비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만난 매장 관계자는 “여행을 가려고 공항에 가는 사람들이 김포공항을 이용할 때는 거의 100%,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갈 때는 약 50% 롯데몰에 들르는 것 같다”면서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랄 정도다. 내부 식당에는 추석 당일 한복을 입고 방문하면 서비스 음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북부 인근의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매장이 북적이는 가운데 일부 매장에는 계산대가 모두 열렸으나 긴 줄이 늘어선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줄이 너무 길어 계산대를 넘어 모자나 옷을 파는 매장까지 늘어지는 상황도 벌어졌다. 일부 계산대에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작은 다툼이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계산을 하고 나오려면 최소 15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손님들 중 계산원의 자세를 두고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대형마트 이용 고객은 “계산원들이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일하고 있다”면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마음이 약간 불편하다”고 말했다.

▲ 대형마트에도 사람이 붐비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물가 높다..내년 추석 괜찮을까

기획재정부와 농침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는 20일 추석 물가를 두고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오른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영천시장에서 만난 정 모씨는 “작년보다 체감물가가 2배는 더 높아진 느낌”이라면서 “장 보기가 두렵다는 표현을 뉴스로만 체감했는데, 이제는 확실하게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유 모씨는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르고 있다”면서 “특히 과일의 경우 폭염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괜찮은 과일세트 하나 사려고 가격을 물어보니 10만원이 훌쩍 넘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울 금호동 금남사거리에 위치한 금남시장에서 만난 상인들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금남시장에서 11년째 채소를 파는 노점상인 유 모씨는 “추석 대목이라 평소보다 사람들은 많지만, ‘명절 특수’가 사라진 건 몇 년 됐다. 맞은 편 마트로 손님들이 빠져 나간 탓도 있고, 예전과 달리 가족 수가 적다보니 명절이 되도 음식을 해먹는 집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무와 오이, 파 등 대부분의 채소들이 작황 부진과 명절 대목이 맞물려 평년보다 가격이 30~50% 정도 오른 탓에, 손님들이 가격만 묻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뷰 도중에 어느 손님이 오이(다다기) 가격을 묻더니 세 개에 5000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혀를 내두르며 지나갔다.

▲ 금남시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바로 옆에서 과일을 파는 노점상인 박 모씨 상황도 비슷했다. 그는 “요새는 추석이든 설이든 명절 대목이 와도 매출에 크게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예전에는 추석 즈음에 배와 사과, 포도 등 제철과일 소비도 많았고, 과일선물세트를 찾는 사람도 많아 대목 한 달 전부터 물량 확보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재작년부터 과일선물세트는 아예 들여놓지 않고 있다. 선물용 과일을 찾는 사람도 거의 없고, 제철과일 소비도 예전만큼 못한 것 같다”며 “올해는 배와 사과, 포도 등이 지난해보다 작황이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품질이 떨어진 상태다. 상품(上品) 물량이 줄고, 가격도 평년보다 30~40% 올라 과일만 만지작거리다 가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모두 다녀온 C씨는 “물가가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잘 찾아보면 저렴한 곳이 분명히 있다. 너무 과장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면서 “최근 상 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런 트렌드가 더 퍼지면 명절 물가 논란도 자연스럽게 잡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금남시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변하는 트렌드...배달음식

명절음식은 정성이라는 말이 있지만, 최근에는 배달음식도 명절음식의 당당한 트렌드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알지피코리아는 최근 배달앱 요기요의 최근 3년 간 명절 주문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연휴 기간 가운데 명절 당일 주문 수가 가장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요기요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주문 수는 전년 대비 평균 56.1% 증가 하였고, 추석 당일에는 65.8%까지 늘었다. 2018년 설 연휴 기간 동안에도 평균 주문 수는 전년 대비 76% 증가했으며, 설날 당일에는 84% 가량 주문 수가 상승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명절날 많은 식당이 휴업하기 때문에 배달앱을 이용한 배달음식 주문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배달음식의 다양화도 한 몫 했다. 기존에 배달되지 않았던 맛집 음식과 빵, 커피 등 디저트 메뉴로까지 배달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힘든 가사노동 없이도 간편하게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명절날 꼭 손이 많이 가는 음식만 먹는 것이 아닌,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트렌드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1인 가족의 증가와, 명절날 고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간단하게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이러한 트렌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