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레곤주 필로매스의 한 동네에 배달 로봇이 지나가고 있다. 이 로봇을 만든 회사는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로봇이 교통 혼잡과 공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TeleRetail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스마트 기술자들과 미래주의자들은 인공 지능, 로봇 공학 등의 기술로 인해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없어질 새로운 세계의 문턱에 와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그들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옳다면 그 결과는 엄청날 것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의 도전이 될 수도 있고, 경제적인 차원을 넘어 정치적 관심이 요구될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 중 하나로 특정 이데올로기 집단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담한 아이디어가 있다. 보편적 기초소득(Universal Basic Income), 즉 정부가 매달 기본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한 돈을 모든 시민에게 준다는 생각이다. 자유 시장(Free-Market)을 주장하는 자유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이 지지하는 주장이다.

이와는 달리 경제정책 집단에서 제기된 아이디어가 비용과 정치적 생존 측면에서 더 타당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이들의 주장은 지난 6월 싱크탱크 루즈벨트 연구소(Roosevelt Institute)가 발표한 ‘로봇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라는 논문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 논문을 쓴 경제학자 마크 폴은 일련의 정책 조치들이 비록 개별적으로는 그다지 급진적이지 않지만, 기술 진보의 혜택을 널리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다른 정책 입안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조금 더 용인한다 하더라도, 연방법에 설정된 ‘최대 고용’ 목표를 추구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폴은 지적재산권법을 전면 개정해 특허와 상표를 개발한 회사가 자신들이 만든 혁신에 대해 오랜 독점권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기술의 혜택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본보다는 노동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경기 침체기에도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독일의 워크 셰어링(Work-Sharing, 일을 분담해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한정된 고용의 기회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배분하는 것)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새로운 혁신으로 회사가 인력의 20%를 삭감해야 하는 경우, 직원의 20%를 해고하는 대신 각 근로자의 근로 시간을 20% 줄이면 사회에 더 좋을 것이라는 견해다.

폴은 또 현대 경제가 근로자들에게 요구하는 숙련도와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근로자들이 그런 변화에 대해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교육과 훈련에 더 많은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제안들은 디지털 파괴의 물결이 노동자에 대한 수요를 영구적으로 없애는 것이 아니며, 다만 현대 경제가 필요로 하는 노동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20세기 초 미국이 농업 경제에서 산업 경제로 변환된 것이나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경제에서 정보 경제로 변환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목표는 기술 진화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전환이 일어날 때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되어야 한다. 폴은 “우리는 경제가 성장하면서도 견고하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그러한 전환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런 생각들은 결정적으로 좌파 진영에서 나온 것이지만, 이런 생각이 중도를 지향하는 기업들의 이익과 심지어는 일부 보수적 사상가의 목표와도 중첩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보수 성향의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도 정보 기술과 로봇 공학의 진보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광범위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정부가 교육과 훈련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연구소의 수잔 룬트 파트너는 기존 근로자들이 (평생대학원 같은) 커뮤니티 칼리지, 기존의 대학교, 구체적 기술을 가르치는 온라인 교육 등을 통해 근로자들이 변화하는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신의 숙련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룬트 파트너는 “평생교육과정처럼 연방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거나 고용주가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근로자에게 2개월간의 휴가를 제공하고 그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유익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룬트와 맥킨지 연구원들은 또 고용주가 건강보험이나 퇴직연금을 제공하는 것도 독립적인 자영업을 하거나 직업을 자주 바꾸는 사람들에게 더 안정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법이라고 권장한다.

이 모든 생각들이 행동주의적 정부의 역할을 포함하고 있어 보수주의자들은 어느 정도 회의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보수 성향인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마이클 스트레인 같은 학자는 디지털 파괴의 높은 위험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고급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높은 임금을 받지만 기술이 없는 근로자는 기술이 그들을 노동시장에서 몰아낼까 봐 임금을 낮추는,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이 노동 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스트레인은 “보수주의자들이 새로운 경제적 현실을 위한 새로운 정책에 개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실제로 노동의 적절한 대가라고 생각하는 임금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를 생각한다면, 그것을 막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현재 보수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보조금을 정부가 지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 세액 공제를 확대하거나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정부가 임금이 낮은 일자리의 실질 급여를 높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인은 그러나 진보주의자들도 이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진보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특정 계층의 노동자들의 임금이 떨어지는 경우, 최저 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 출처= Dispatch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현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성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이것은 기술의 진보가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내쫓을 만큼 생산성을 향상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불확실한 미래에 최저 임금 인상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추측일 뿐이다. 특히 의회가 제 기능을 못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이로부터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세계화와 자동화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제조업의 격변을 초래했고, 수백만 명의 공장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공동체의 붕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이 시대의 가장 큰 사회적 경제적 문제임은 분명하다. 인공지능, 로봇 공학 등의 기술이 또 다시 수백만 명의 서비스 노동자를 날려 버리려 한다면, 우리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