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을 만나 상담을 하면서 별별 사람을 본다. 각자 나름의 문제를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직장 생활 처음 시작 때부터 갖고 있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직장을 다니면서 생겨난 경우도 있다. 무엇이 더 위험한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들 안고 있는 문제로부터 탈출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문제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은 수백 가지가 넘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당사자에게 그럴 만한 의지가 있는가다.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그들 스스로 문제라고 하고, 잠시나마 상담하는 동안에는 대부분 ‘자기 객관화’를 통해 3인칭 화법으로 자신의 행동 등의 과정과 결과 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간혹 스스로 해법도 제시한다.

하지만 대부분 문제 자체를 잘못 짚거나, 자신을 객관화했지만 발견하기 쉬운 부분 또는 누군가부터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만 잡아낸다. 결국 자신의 현재 모습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골라내고 그에 대한 원인을 찾기보다는, 표면적으로 나타난 흠집을 재차 짚는 오류를 범한다.

현상에 속아 진짜 문제를 보지 못하고, 그 현상을 덮어버리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믿거나 다시는 그 문제를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문제 해결을 했다고 믿는다. 이직스쿨에서 정의하는 좀비형 직장인의 대표적 모습이다. 이들은 계속 그렇게 살아남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를 덮거나, 그보다 더 큰 문제를 만들어서 해결하는 것으로부터 문제를 해결 또는 탈피하거나 실마리를 찾는다. 그것이 곧 ‘좀비형 직장인’의 생존 방법이다.

이직스쿨에서 말하는 ‘좀비형 직장인’은 일을 할 때 보이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내 주변에도 혹시 이런 이들이 있는지 살펴보거나, 나는 혹시 그럴 때가 있었는지를 되돌아보자.

첫째, 단순 체리 피커가 아니다. 선천적 또는 후천적 혹은 종합적인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이들은 ‘유체이탈식의 업무 처리’를 좋아한다. 그들이 직접 하기보다는 남을 시키는 것, 그 시키는 누군가의 옆에서 기생하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기를 좋아한다. 심지어 그 시키는 대상이 본인이 되어도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당연히 어떤 일을 하는 것에서 ‘자신의 일’보다는 남의 일이 더욱 크게 보인다. 흠을 찾고, 그 흠을 간혹 더 크게 만들어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한다. 이른바 트러블 메이커로 조직 안에서 진짜 좀비처럼 문제만을 쫓아다니면서 문제를 크게 만든다.

둘째, 특정 기능을 메우는 것으로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다고 믿는다. 물론 선천적으로는 소극적 수동적인 성격일 수도 있고, 태생적으로 모든 일을 귀찮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다. 이들은 스스로가 어떤 일을 만들어서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타입이다. 당연히 조직에서도 이런 태도를 계속해서 유지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보다는 동료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

후천적으로는 조직 또는 리더가 정해놓은 최소한의 역할과 책임의 가이드라인이 너무나 타이트해서 자신의 자율성이 철저하게 통제당했을 경우다. 특히 연차가 낮은 주니어 혹은 상사로부터 Micro Management를 당했을 경우에 나타나며, 만성이 되면 마치 선천적으로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었던 사람처럼 일한다. 분명 일상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일터에만 가면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셋째,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긴 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하다. 이들은 놀랍도록 성실하다. 그래서 약속 자체를 어기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는 성과가 높지 않다. 물론 순수하게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데도 운이 없어서 일시적으로 좋지 못한 결과를 안을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 일 머리가 없는 타입이다.

주변 동료들과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과도한 성실함으로 동료들의 눈 밖에 나거나, 조직의 리듬 자체를 망쳐서 함께 일하는 시스템보다는 자신의 리듬 자체가 우선인 경우가 많다. 성실함이 분명 무기이지만, 함께 일을 만들어가야 하는 조직에서는 그 사람이 가진 성실함이 흉기가 되어 조직 전체 성과 또는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물론 조직의 리듬과 방향을 좌우하는 리더라면 구성원 모두가 따를 수 있겠지만, 그 반대라면 조직의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어느 부서로 가도 자신이 가진 좁디좁은 대인민감도로 거꾸로 그들이 가진 리듬 자체를 무너뜨린다.

넷째,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뛰어나다. 앞선 성실함이 약간의 순수함과 일에서 보이는 백치미였다면, 이번에는 스스로가 그런 ‘척’을 하면서 거의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일로서 사람으로서 둘 다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타입이다.

이들은 당연히 일은 굉장히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 엉덩이만 붙이고 앉아서 일하는 척만 하거나, 정말 일을 열심히 하지만 특별히 중요하지 않은 일들만 찾아서 한다. 쉽게 말해 조직이 바라는 일을 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바라는 일을 한다.

그리고 심지어 적반하장 격으로 개인을 위해 한 일을 조직을 위해 일을 했고, 인정받으려고 한다. 당당히 조직에 요구해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조직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여지없이 서운함을 드러내면서 주변 동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외에도 이기적이고, 자신이 만드는 일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과가 조직의 성과를 앞서야 하거나 누군가를 앞세워 일을 하고 공은 자신이 다 가져가 버리는 등 조직 속에는 여러 유형의 좀비형 직장인이 도사리고 있다.

혹시 이와 같은 내용과 유사한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을 봤거나, 이와 같은 모습을 주변 동료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면, 증상을 완화하거나 제대로 된 직장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요즘 한참 방송되고 있는 TV 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자기인지 또는 대인민감도 자체가 높지 않은 이들이 직접 손님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그 장사가 자신의 독선이나 꽉 막힌 생각과 행동이 원인인지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 장사를 하는 식당도 직장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배려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하는 이들, 심지어 그게 가장 옳다고 믿는 것, 반대로 나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들을 틀렸다고 호도하는 이들이 곧 좀비형 직장인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스스로를 제대로 되돌아볼 수 있는 노력을 해보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 회생하고 직장생명을 연장하려는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어떤 문제든지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충만해야만 제대로 된 문제 진단도 솔루션 도출도 가능하며, 당연히 세운 계획을 실행해 이전보다 성장해야 한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