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스페인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청색 시대’는 피카소가 젊은 시절 파리에 머문 1901년부터 1904년까지 그린 작품을 말한다. 이 시기에는 주로 푸른색이나 짙은 청록색의 색조를 띤 그림을 그렸는데, 일반적인 청색이라기보다는 그린톤이 느껴지는 청색으로 가난, 친구의 죽음,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하며 세상을 어둡게 바라보던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청색 시대’의 작품은 피카소가 작품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거의 팔리지 않았으나, 현재는 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지고 인기가 많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파블로 피카소가 이렇게 ‘청색시대’ 작품을 남기게 된 배경에는 작가의 개인사로 인한 정서적 변화가 있었다. 그의 친구 카를로스 카사게마스(Carlos Casagemas)의 자살에 영향을 받아 청색과 모노톤의 화면을 구성하고, 매춘부, 거지, 알코올 중독자 등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이때의 피카소가 그린 캔버스 위의 이미지는 우리가 블루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희망과 새로움의 색이 아닌 우울과 관조, 죽음의 분위기가 풍겨 나오는 블루를 사용해 신비감과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피카소는 이 시기를 “나는 카사게마스의 죽음을 알고부터 푸른색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라고 회상했다.

감성빈_brother_FRP 위에 유화 채색_28.0×60.0_2018

19세기 후반 프로이트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정신분석학은 예술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예술가들이 지닌 기본적인 정신 상태와 심리 그리고 그 변화 과정을 과학적 접근을 통해 밝혀내고자 연구하는 중이다. 예술가에 대한 이러한 과학적 접근은 작가가 가진 미적인 범주나 개성, 작가 자체에 대한 근본적 연구를 통해 작품제작의 의도와 그 의미를 밝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감성빈_hug_FRP 조소 프레임에 유채, 캔버스에 유채_54.0×44.0_2018

감성빈 작가의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청색시대 작품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작가 개인의 경험이 작품에 투영되어 이미지화되었다. 작가는 가족의 죽음에서 오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작품화했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작품에 투영하는 것을 넘어서서 타인의 모습에서 자신의 경험을 연상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다.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이를 자신의 슬픔에 투사하는 순간이, 작가의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감성빈_my son my son_FRP 위에 유화 채색_30.0×35.0_2018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시체를 매장하기 전, 마지막으로 죽은 아들을 무릎 위에 안아보는 장면을 표현한 피에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공습으로 희생된 아이들을 안고 있는 부모의 모습이 포착된 보도사진 한 장과 같은 타인의 슬픔에서 자신의 작품을 모티브를 찾고, 오버랩해 새로운 이미지로 승화한다. 그리고 작품을 보는 관람객에게 타인의 슬픔 혹은 작가의 슬픔으로 정의되는 개인적인 감정을 보편적 감정으로 일반화하며, 그 감정 자체를 관람객에게 전이하고 있는 것이다.

감성빈_수심어린얼굴_FRP 조소 프레임에 유채, 캔버스에 유채_31.0×31.0_2018

이렇듯 예술작품은 작가가 가진 개인적 경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작가의 경험에 의한 감정을 이미지로 바라보면서 무엇을 느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