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22일 한 낮의 기온이 이집트 카이로의 날씨인 38도와 유사한 기온을 나타내면서, 전국에서 1000여명에 이르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폭염은 카이로와 달리 공기가 수분을 많이 머금고, 습하기 때문에 그늘이나 실내에 들어서도 여전히 더운 특징이 있다.

22일 제주도 일부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폭염 경보는 6월부터 9월 사이 하루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내려진다. 이날 전국 대부분의 낮 기온이 평년보다 4~7도 높은 서울 36도, 강원도 36~37도, 충청 36도, 전라 35도, 경남 34~37도, 제주 32도 등을 나타냈다.

서울의 순간 낮 최고기온은 1994년 7월 24일 38.4도 이후로 24년 만에 나타났고, 역대 5번째로 더웠다.

양평 37.4도, 포항 37.2도, 이천 37.4도, 의성 37.1도, 충주 37도, 추천 37도 등 올해 최고기온을 경신한 지역이 많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측정한 낮 최고기온은 여주 흥천이 39.7도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농촌지역 뿐만 아니라 서울 서초도 39.3도를 나타냈다.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감시체계에 따르면 일사병‧열사병‧탈진 등을 겪은 온열질환자는 지난 20일 956명을 기록했다. 사망자수는 10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 407명, 사망자 3명 대비 2배가 더 높다. 다음 주 온열질환자수는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뜨거운 공기가 한반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제10호 태풍 암필(AMPIL)이 동반한 덥고 습한 공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됨에 따라 불쾌지수가 상승하고 열대야 발생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 22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출처=기상청

찜통폭염은 다음달 중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마가 평년보다 일찍 끝났고 당분간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는 태풍 소식이 없다. 오전과 밤의 최저기온마저 경북 포항 27.8도, 전남 여수 27도 등 26도를 웃돌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습기를 먹은 공기는 건조한 공기에 비해 열이 잘 식지 않는다”면서 “장마철 이전 초여름 더위 때는 그나마 해가 없을 땐 선선한 편이었지만, 이달 들어 습기를 머금은 공기 때문에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면서 더 더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찜통폭염으로 사건과 사고가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문이 닫힌 차량은 햇빛을 받아 바깥보다 더 뜨거워진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해 위험하다.

산악 등 레저 스포츠도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백양산 등산로에서는 한 40대 남성이 현기증을 호소하며 구조를 요청해 소방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논, 밭 등에서 일하는 노인의 온열질환 발생 수도 높다. 에어컨 등 냉방기를 계속 가동하면서 화재 위험도 잇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적인 폭염을 보인 1994년 우리나라에서는 3000여명이 사망했다. 가축폐사도 건수가 증가하면서 극심한 피해를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까지 닭 75만여마리, 오리 2만6000여마리, 메추리 1만마리, 돼지 3500여 마리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땀으로 흘리는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자주 물, 스포츠음료나 과일 주스 등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위험시간대인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는 활동을 줄이고, 활동이 불가피할 때는 챙이 넓은 모자, 밝고 헐렁한 옷 등을 입어야 한다. 음주 또는 다량의 카페인 음료를 마신 후 작업을 하면 위험하다. 휴식도 충분히 취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응급조치로 “어지럼증, 실신, 근육경련, 과도한 땀흘림, 차고 젖은 피부 등 온열질환증세를 보이면 시원한 곳에 휴식을 취하면서 119에 즉기 신고하고 기다리는 동안 환자의 옷을 시원한 물로 적시고 몸에 선풍기 등 바람을 불어주는 등 체온을 낮춰야 한다”면서 “급격한 체온저하는 유의해야하고,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음료를 마시도록 하는 것은 위험하니 절대 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가축폐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충분히 먹이고, 침을 흘리는 등 가축의 기력이 약해 보이면 비타민‧미네랄 등을 더 줘야 한다. 또 송풍기나 대형 선풍기를 이용해 강제로 축사를 환기하고, 그늘막을 설치하는 등 최대한 온도를 낮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