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봄은 홍콩 미술계로서는 잊을 수 없는 계절이다. 그해 봄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는 수많은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 작가, 그 밖의 모든 미술관계자들의 주목을 받는 ‘아트 바젤 홍콩’이 첫 시작을 알렸다. 모두의 열망 때문이었을까. 첫 회를 알린 ‘아트 바젤 홍콩’은 성공한 아트페어로 기록된다. 그리고 그 이후 홍콩은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지로 부상한다. 지금 홍콩은 미술계에서 어떤 곳인가. ‘세계 미술 시장을 한눈에 보고 싶으면 홍콩으로 가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대 미술의 중심지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 미술시장의 보석으로 홍콩이 떠오르고 있다.

서울 2배 면적의 홍콩, 그 작은 항구에 놀랍게도 세계의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는 갤러리들이 전부 모여 있다. 홍콩에서도 센트럴 구역에는 ‘갤러리 스트리트’라고 불리는 세계의 미술 거리가 있다. 그곳에 가면 영국의 화이트 큐브와 프랑스 페로탕 갤러리가 자리 잡고 있는 중국농협은행빌딩, 세계적인 갤러리인 미국 가고시안 갤러리, 아시아 미술계를 선도하는 펄 램 갤러리를 비롯해 리먼 머핀, 벤브라운 화랑의 페더 빌딩이 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작지만 볼만한 갤러리가 보석처럼 길거리를 수놓고 있다.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그 길거리는 한 폭의 작품이다. 길거리 벽에는 그래피티 작가들의 강렬한 기운이 감도는 작품들이 벽화처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홍콩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2018년 이 홍콩 센트럴 구역에 또 하나의 꼭 들려야 할 새로운 ‘핫 플레이스’가 생겼다. 아트 특화빌딩인 H퀸즈(H Queen’s)다. 홍콩 출신의 작가 겸 건축가 윌리엄 림이 디자인한 빌딩은 갤러리 전문 빌딩이라 말하지 않아도 그 세련됨과 예술적인 외관으로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말하고 있다. H퀸즈 빌딩에는 스위스 화랑인 하우저&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페이스 갤러리 등 세계적인 화랑이 입점하고 있다. 이곳은 일종의 아트 특화 백화점 같은 곳이다. 갤러리가 입점하였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또한 펄램 갤러리와 화이트스톤은 홍콩에 이미 갤러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도 입점하고 있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 Ora Ora 갤러리, 화이트스톤 갤러리도 새롭게 입점했다.

 
 

한국의 메이저 미술품경매사인 서울옥션도 SA+라는 상설전시공간으로 11층에 자리 잡고 있다. SA+가 그곳에 있는 의미가 있다. SA+ 개관전인 ‘이우환x쿠사마’ 전시처럼 한국 작가와 외국 작가를 함께 소개하면서 현대미술의 중심인 홍콩에서 한국 미술의 위상을 알리고 있다. 이곳은 서울옥션의 아시아 경매시장 확대와 세계로 도약하는 첫 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17층에 입점한 갤러리 오라-오라는 아시아 현대미술작품을 전문적으로 발굴 전시한다. 이 빌딩의 갤러리는 주로 월요일에 쉬는데, 이 갤러리만 월요일에 오픈한다. 필자가 방문한 월요일에는 Juri Markkula와 Cindy Ngo-Leng 이 두 작가의 최신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2인전이다.

필자는 Juri Markkula의 RGB 시리즈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작가는 관람객에게 작품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묻고 있는 듯하다. 이번 작품은 3차원으로 제작된 조각 작품으로 마치 산의 일부를 잘라 놓은 것 같은 모형의 모습이어서 그 높낮이에 따라 보이는 색깔의 깊이가 다 다르다. 이 작품의 색깔의 깊이는 RGB 시리즈로 칭하는 것처럼 빨간색, 녹색, 파란색을 기본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혼합한 검은색의 작품도 있다. 이 색깔들은 조각품의 높낮이에 따라 같은 색상임에도 불구하고 색의 미묘한 차이를 보여준다. 같은 색임에도 불구하고 달라지는 미묘한 색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게 표현하고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변하는 색의 관점을 제시한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하지만 답은 우리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색의 변화 속에 마치 구도의 길이 열려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