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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루의 한복으로 문화읽기] 진짜 한복? 가짜 한복?

권미루 한복여행가 대표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6.13  07: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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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기사가 있다. 바로 ‘궁 근처 가짜 한복’이라는 내용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양한 한복을 이해하는 범위에 대해서 다루겠다.

흔히 기사에서 언급하는 ‘가짜 한복’은 반짝이 한복, 경복궁표 한복 등으로 불리며 저렴한 대여 한복의 대명사로서, 커튼을 만들 때 사용하는-전통문양과는 상관없는-식물 무늬, 허리 뒤 커다란 리본, 찍찍이 형태로 붙여 입는 치마와 링 속치마 등을 말한다. 90년대 초, 한복과 드레스 형태를 섞은 퓨전 한복이 등장한 이후, 매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한복 형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잠시 뒷전에 밀려났다. 2014년도 즈음, 한옥마을을 관광자원과 문화 마케팅 현장으로 변모시키던 전주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하자는 공익적 취지와 한옥마을을 문화경험의 장으로 탈바꿈하고자 했던 관의 시도는, 대여 가격을 유래 없이 낮춘 민간단체의 역할과 어우러져 양적으로 한복 착장자를 대폭 늘리는 데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한복’의 품질 저하는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복식사적인 세세한 가치와 전통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젊은 세대의 전통 문화 향유의 확산적 측면과 목적지향적인 행사운영이 강조되어 왔다. 저렴한 비용, 더 잦은 대여로 수익을 내는 한복대여업체의 성공사례가 서울까지 이어져 수많은 반짝이 한복이 궁 근처에 범람하게 됐다.

혹자는 그러한 가짜 한복, 반짝이 한복, 경복궁 표 한복이 전통을 해하고 왜곡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으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우려가 계속되던 2017년, 서울의 J구청에서는 해당 지역 한복대여업체에 ‘전통 대여 한복’의 비치를 권유하는 공문을 발송하기에 이른다. 물론 현재에 이르기까지 궁 근처에서 보이는 한복의 형태나 품질은 크게 달라진 바 없다.

많은 의견을 종합해 보면 그러한 한복이 ‘전통적’인지, 한국의 의복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인지에 의문이 생긴다. 더 나아가 ‘한복’이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대부분 고정된 원형으로서 전통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에 쉽게 동의하거나, ‘반짝이 한복’을 입은 이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복으로서 ‘취향’의 관점, 그리고 착장 ‘목적’의 관점, ‘선택’의 관점을 생각해보면 보다 쉽게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취향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마다 좋아하는 스타일이 다르기 마련이며 이 과정에서 사전 경험이 중요한 매개로 작동한다. 충분한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자기에게 어울리는 한복을 고민해 보았거나, 입고 어떤 활동을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짝이 한복을 대여해 입는 경우는 흔치 않다.

두 번째, 착장 ‘목적’의 관점에서 본다면 좀 더 명쾌하다. 친구들과 나들이, 연인과 데이트를 하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 ‘이벤트’로서 한복을 입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화려한 색감이나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다.

   

세 번째, ‘선택’의 관점이다. 일반적인 한복대여점에서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방문하며, 착장 한복을 고를 때 반짝이 한복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은 영업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반짝이 한복을 더 많이 비치하게 되고, 방문자들은 보다 많은 선택지가 있는 반짝이 한복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궁 근처에서 많이 보이는 반짝이 한복을 한복 대여시장에서 ‘살아남은’ 또 하나의 한복으로 본다. 한복이라는 큰 틀 안에 전통성과 시대적 변화,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섞여 여러 형태의 결과물이 속한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는 1회성 소비문화, 가성비, SNS 활용, 과시욕이 모두 포함된다. 각종 복식사적 사료와 학술논문, 근거들에 부합하는 ‘더 전통적인’ 한복과 함께 ‘덜 전통적인’ 한복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안에는 좋은 원단으로 정성스레 만든 비싼 한복과 좋지 못한 원단으로 대충 만든 값싼 한복도 있다. 또한 더욱 현대적인 형태로 만든 한복도 있으며 입장에 따라서는 촌스러운 형태의 한복도 당연히 존재한다. 한복의 종류가 더욱더 세분화되는 것이지 왜곡되어 문제만 남는다는 관점은 아니다.

심미안이라는 것은 정해진 것이 아니며, 개인의 가정환경, 경험, 교육수준이나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저렴하고 값싼 한복을 경험한 사람들이 문화적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 대상에 이르기까지, 이 간극을 좁히는 데에는 ‘가치’에 대한 인식이 필수적이다. 일상적 한복 입기 활동이 소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복에 대한 인식은 행사용 특수복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한복과 가짜 한복을 나누어 비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러한 현상이 시사하는 전통성의 개념, 한복의 범위와 문화적 가치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와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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